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1년, happy ever after 139

아이야 나랑 걷자

아이에게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 주고 싶은 딸. 사위는 주구장창 ZZZZZZZZ 얼마나 한결같은지.^^;; 변함없이, 일관성 있게,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휴일의 절반은 ZZZZZZZZZZZ, 아마도 퇴직하면 하루의 절반을 ZZZZZZZZZZ 부모 곁에서 맴돌 시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만, 아빠와 소소하게 남길 유년의 추억 좀 만들어 주잖고서. 그러다 보니 사위가 있는 휴일 오전엔 두 녀석이 멀리도 못 가고 요렇게 주변 돌기만 하고 있다. 에구, 마음이 짠하네. 문득 최백호와 아이유가 듀엣으로 불렀던 노래가 생각났다. '아이야 나랑 걷자.' 아이야 나랑 걷자, 멀리 너의 얘길 듣고 싶구나 아이야 서두를 건 없다 비가 올 것 같진 않아 볕이 닿는 흙을 밟으며 바람 따라 걷고 싶어요 누굴 만난다면 노..

도심 한복판의 부산진성

등산과 걷기만큼은 최소 주 2, 3회를 지켜보자고 퇴직 초부터 다짐해 오던 터였다. 하루아침에 집순이로 돌변^^하면서 자칫 일상으로 파고들 나태가 두려워 일단 첫걸음의 키워드를 ‘건강’으로 걸어뒀기 때문이다. 예상 밖에서 발생하는 아주 가끔의 일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그 이상으로 초심을 유지해 오고 있는 편인데... 최근 단수로 딸네 얹혀 있었던 몇 날과 바로 이어진 가벼운 2박 여행 등은 그 예외적인 상황에 속한다. 대략 1주일은 떼굴랑이었네.^^ 마침 찾던 책이 경성대역 ‘알라딘’서점에 있기도 했고 긴 휴식 끝이기도하여 오늘은 조금 멀리 걸어보기로 했다. 폭염 경보쯤이야 ‘여름은 원래 이렇게 더운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무념무상에 들면 웬만큼 견딜 수 있는 체력은 된다.^^ 좌천동에서 부산진시장으..

경주 둘째 날, 다시 첨성대에서

화려하게 늘어선 배롱나무가 심장까지 강타하는 길을 달려 도착한 첨성대 주변은 아직 고요하다. 절정의 여름, 무쇠도 녹일 듯 광선총 난사하는 태양의 폭주에도 아랑곳없이 화려하게 땅을 뚫고 올라 선 꽃, 꽃, 꽃, 꽃들.....배롱나무, 백일홍, 해바라기, 꽃범의 꼬리, 꽃죽엽도, 수세미, 연꽃...... 야경으로 더 유명한 곳이지만 내겐 밤보다 낮이 훨씬 더 볼만했다. 게다가,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 가장자리로 둘러 핀 몽실몽실한 저 꽃구름 봐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오.^^ 월정교와 교촌마을 지난밤 첨성대 갔다가 지나쳐 온 월정교. 벌써 휴가가 시작되었는지 주변은 승용차와 사람으로 풍경조차 가려져 혼비백산 빠져나왔다. 그러나 오늘, ‘우..

방학 선물, 경주 엉클 톰스 캐빈의 첫날

7월 28일(수)~ 손주가 방학하는 평일 첫날 보따리 싸기로 했다. 코로나 시대라고는 하지만 녀석의 원폭급 기운을 막무가내로 눌러댈 수만은 없는 일, 매년 8월 초순의 전국적인 휴가철 인파를 피해 7월 초부터 위, 아래로 훑다가 마땅한 곳이 눈에 띄어 예약해 둔 곳이다. 풍경부터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곳 없었던 경주 소재 ‘엉클 톰스 캐빈’펜션.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을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 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세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데 관심을 갖지 않고..

단수, 황망한 외박

7월 23일(금)~25일(일) 단수라고? 물 없이 반나절 견디기도 힘든 이 더위에, 그것도 금, 토요일 이틀 동안? 하루 정도는 어떻게든 받아 놓은 물로 버티겠지만 이틀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포다. 아~~~!!!!! 역대급 멘붕 사태! 집 가까운 호텔에서의 1박을 생각하다 결국 딸네로 불려들어갔다. 그래, 지난주 내내 얻어먹기만 했으니 이번엔 내가 거하게 먹여 줄겜. 했으나 일로 바쁜 사위가 그만 여수에 갇혀 버렸단다. 에궁. 여차저차, 달거리를 유난히 힘들게 치르는 딸도 챙겨 줄 겸, 가출^^ 후 딸네서 2박 누룽지 되기로 결정! 그 첫날 저녁, 금방이라도 녹아 없어질 것 같은 딸을 위해 따순 백숙으로 상을 차렸다. 24일(토) 육아 중인 맘들이야 거의 같은 심정이겠지만, 딸아이 역시 주 5일을 학교와 ..

까마가 그거 냥냥이 밥그릇이거든.

올해 유난히 엄광산 모기떼가 극성이다. 계피 스프레이가 얼굴까지는 보호해 주지 못해서 무려 4곳이나 빨렸다는. 해서 오늘은 1시간 반 걸어 걸어서 성지곡 수원지로 들어가 돗자리 깔아 봤다. 아.......모기, 한 마리. 주변 돌기 하는 놈을 몇 번 쫓아냈더니 다시 오지는 않았다. 이곳 모기는 삶에 대한 의욕이 그닥 강하지 못한가 보네.ㅎ 나야 고맙지.^^ 편안하게 이어폰 꽂고 베토벤 첼로 소나타 듣다 너무 시원해서 스르르....잠들어 버렸다.^^ 내가 가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겁없이 고양이 밥그릇으로 모여드는 까마귀들. 독식에 눈먼 한 마리가 그릇째 물고 달아나는 장면이 찍혔다. 연신 악악거리는 까마귀 떼.....에혀, 여긴 까마귀가 극성이다.ㅎ 그나마 이어폰이라도 꽂고 있으니 모기떼 보다 견디기는 수..

남편 밥상, 아들 밥상

사위가 가끔 제 밥상이 아들 것만 못하다고 은근 비교하더라며 딸아이가 보내준 사진. 완전 진수성찬이구만. 얘는 밖에서 고급 요정 음식만 먹는가 봉가. 참. 그러잖아도 입 짧은 걸로는 세계 1등 먹을 수도 있겠구만, 같은 재료라도 두 남자를 위해 매번 2종의 찬을 만들어야 하는 딸아이의 수고가 무색해진다. 에구 그러고 보면 두 남정네가 다 먹거리 앞에서는 황제다. 세상 먹거리 10개 중 7~8개는 외면하는 데다, 특히 사위는 닭도 물에 빠진 닭은 no! 무조건 기름에 튀겨야 하고, 같은 음식도 이 집 거는 먹으면서 저 집 거는 손사래 치고.... 이러니 집에서는 뭘 어떻게 해 줘야 하냐. 건강은 염려되지, 그렇다고 제일 좋아하는 조미김만 줄 수도 없고, 그나마 박봉을 음식 재료에 올인할 수도 없는 처지. ..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도종환님의 말씀이 감겨들던 날.

아이들에게, 그것도 한창 성장의 조짐을 보이는 욘석에게 올여름은 조금 버거웠나 보다. 한 번 잠으로 들면 세상이 무너져도 필요한 만큼의 수면 시간을 다 채워야 일어나던 녀석이 뜬금없이 큰 볼일 봐야겠다며 한밤에 눈을 뜨기도 하고 어느 때는 코피로 베개까지 흠뻑 적셨단다. 기껏 생각해 낸 여름철 보양식이라고 해 봤자 입 짧은 녀석에겐 삼계탕 정도, 그나마도 반 공기가 최대량이니 지구촌에 남발하는 모든 정보를 끌어모아 본들 우리에겐 그저 무용지물이다.ㅎ 딸아이 걱정도 크겠지만 돌아와서도 신경이 쓰여 ‘컨디션 어떤 것 같아?’ 톡을 날렸더니 보내준 사진. 아이들이야 쓰러지지 않는 한 제 몸의 이상 반응에 신기할 정도로 둔감하여 놀 때는 이렇게 멀쩡해 보인다.^^;; 손주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꿈을 꾸..

왔다 갔다 토, 일요일이 바빴던 딸네^^

7월 17일(토)~18일(일) ‘엄마, 국제시장에 백종원 3대 천왕 1등 떡볶이 집이 있대. 점심은 엄마 집에서 떡볶이랑 튀김으로 해결할까? 저녁은 가야 냉수탕가든 오리 백숙 포장해서 우리 집 들어가자.‘ 그러면서 ’엄마 좋아하는 조개도 캐고.‘한다. '읭? 조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채취 본능이 꿈틀거리면서 앞서 얘기한 맛집은 다 잘라 먹고 신나게 화답했다. 그래 좋아.^^;; 떡볶이랑 튀김, 핫도그, 전으로 점심 때운 뒤 오리 백숙 사 들고 용원 어시장까지 들러 와 차려 낸 저녁상이다. 오리를 먹지 않는 사위 먹거리로 전복-3개는 회, 1개는 버터구이-과 해삼을 챙겼고, 보기만 해도 헉! 소리가 나올 만큼 푸짐한 오리 백숙, 그 곁에 얌전히 누운 내 텃밭제 풋고추.^^ 언제나 같은 다음 일정은 한여..

별수 없어 복숭아 청으로.....^^;;

복숭아가 이렇게 맛이 없을 수도 있나. 얼마 전 두구동 연꽃 소류지 다녀오던 길, 마침 노포동 오일장이라 재미가 나서 한 봉지 사 들고 온 거다. 아, ....물맛의 오이는 먹겠는데 무맛의 과일은 일단 손부터 가지 않네. 이 많은 걸 우짜지? 병조림을 해 볼까? 인터넷 뒤졌더니 청으로 만드는 분들도 꽤 보인다. 기왕이면 껍질째 먹는 청이 낫지 않을까 해서 요걸로 결정! ♠ 재료는 복숭아 6개, 설탕 대략 250g, 레몬즙 2스푼. 집에 굴러다니는 병 몇 개 추려서 제일 먼저 열탕 소독부터 해 두고. 복숭아는 껍질째 담으려니 식감이 의심스러워서 거의 분쇄하다시피 했다. 냉장고에서 시들어 가는 것을 볼 때마다 미뤄 둔 숙제 같더니 이제 속이 후련하네.^^ 숙성기간은 제각각, 3일에서 1개월까지 의견이 다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