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0년, 은퇴 첫 해 94

2020년 마지막 날의 기록

다음 블로그에 대한 신뢰는 바닥쳤지만 역시나 옮기는 일은 대단히 성가신 일이다. 딸, 손주와 가장 쉬운 방법으로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통로이니 어쨌거나 소중한 이 기록들이 오래오래 자알 보관되어서 훗날 나의 사랑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더하여, 그 모든 것들이 걸음마다 자양분이 되어 이 지구별에서 더없을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잘 걷자, 예쁜 사랑이들.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어떤 사회적인 지위나 신분,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일이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어야 한다. - 법정스님 '무소유의 삶과 침묵' 중에서

안동 만휴정에서 영천 만불사까지

2020.12.15.(화) 계명산 자연휴양림 10시 퇴실→만휴정→건천5일장→만불사 이미 동은 텄으나 숲속의 집은 여즉도 햇살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조심조심 먼저 이부자리에서 빠져나오는 사이, 누군가의 기상까지 한참을 기다린 것 같은 녀석이 반가운듯 초롱한 자태로 곧추앉았다. 오랜만에 낯선 곳에서 눈을 뜬 녀석의 상태가 꽤 괜찮아 보여 ‘좋아?’ 했더니 '응’하며 고개를 끄덕여 줬다. 다행이다. 가끔은 낯선 공기를 감지하며 기상하는 것도 뇌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도움 되기도 하니까. 여유롭게 식사를 마친 후 들어 선 이곳은 만휴정이다. 일단 주차장에서 만휴정 쪽을 향해 한 컷 남기고. 연산군의 폭정을 피해 은거한 문신 김계행과 정자에 대한 설명이 요기. 후와~~~!!!!! 인적 없는 몇 개의 허름한 집 뒤..

딸아이와 도킹, 안동과 건천

2020.12.14.(월) 안동 호반자연휴양림 10시 퇴실→선성 수상길→도산서원 입구→청반점→안동구시장→묵계서원→계명산 자연휴양림 계획에 없던 1박이 더 늘었다.ㅎ 딸아이와 손주까지 불러들이자는 동생 내외의 제안. 삶의 유일한 취미가 ‘잠’인 사위 주변에서 오늘도 어슬렁거리고 있을 두 녀석이 안쓰러워 발동한 생각이었다. 주 2회 등교하는 손주의 하교 시간에 맞춰 안동까지 달려와 계명산 자연휴양림에서 우리와 도킹한 시간은 4시 즈음. 짐을 들여놓고 주변 탐색 겸 해거름 정상의 풍경을 담아봤다. ♣ 딸아이 도착 전 우리의 행적 숲 속의 집 떠나기 전 찰카닥^^ ▶ 선성 수상길 어제 다녀온 '예끼마을'로 이어지는 부교이다. 수몰된 예안국민학교(초등학교)자리에서 회귀. 익숙하지 않은, 그야말로 엄동설한을 견디며..

대박 행보, 안동!

2020.12.13(일) 또 떴다. 이번엔 안동 앞으로. 전날 저녁 늦게 동생네로부터 ‘안동 1박’이라는 꿀 세례를 받았다. 이젠 놀랍지도 않네. 수시로 급조된 계획을 투척하는지라. ㅎ 허나, 매번 덥석 물게 되는 이유가 있다. 홀로 나서기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곳들을 제 때에 용케도 잘 물어다 주기 때문.^^ 얼마 전 가슴 한 자리에서 부유하던 부모님 생각이 거둬지지 않아 이제나저제나 산청을 엿보던 차에 당일 아침 뜬금없이 ‘호국원 가까?’하는 동생네에 총알 픽업된 것 하며..... 지난달부터 묵직하게 생각에 얹힌 안동 우각사. 친구의 누운 자리에 드리워졌을 가을의 깊이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곧 겨울. ‘고모야, 안동 가자.’ 말꼬리 붙이는 순간 사족이지.^^ 이거구나, ‘님도 보고 뽕도 따..

묘사철 언저리, 산청 호국원

2020.12.05(토) 음력 10월, 바야흐로 묘사철이다. 지난주부터 엄마, 아부지 생각이 간절하던 차에 ‘고모, 낼 산청 가까?’ 하는 전화기 건너편의 해맑은 올케 목소리가 어떻게나 반갑던지. 흠머어~~~~이게 이심전심 인가벼. 두어 달 전 검사 들어가 그저께 이상한 병^^;;(비결핵성 항산균증)일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진단을 받은 올케는 아직 실감 전인 듯 마냥 평소스러웠다.ㅎ 오히려 뻥 찐 것은 나. 평정심을 유지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병의 절반은 치유된 거? 그렇게 믿고. 이렇게...... 역시나 급조된 토요일의 산청행.^^ 부모님 사진이야 집에서도 볼 수 있지만 행여 혼백이 계실 것 같은 이곳에 잠시라도 다녀와야 마음이 조금은 잔잔해진다. 봄날 같은 오늘, 몇 개의 재단에 예 받들고 계시는 ..

빵 터지는 연주^^

돌려 볼수록 점점 더 웃긴 상황도 있다는 걸 생애 첨 맞닥뜨린 근자의 사건 하나. 바탕화면에 널어 두고 수시로 들락날락,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박장대소하는지..... 가끔 학원에서 보내 주는 동영상 너무 잘 지도해 주셔서 마무리는 일류 주자급이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손주가 피아노 학원의 문을 두드린 것은 대략 6개월여 전이다. 코로나19 사태, 여행 등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 번 결원한 걸 제외하면 정말 단 한 번의 군소리 없이 최에~고로 잘 다니는 학원.^^ 훗날 녀석이 음악에 대한 흥미가 생겼을 때, 어떤 악기든 접근이 쉽도록 미리 독보력을 갖추게 해 주자는 딸아이의 배려가 학원을 선택한 이유였다. 딸아이가 반주를 넣은 연탄곡 젓가락 행진곡 두드리는 것도 얼마나 신기했던지....^^ 또 흥얼거린..

실건실제失健失諸, 더 잃기 전에.....

2020.11.30(월) ‘나는 자유인이다!’ 이렇게 표방한 지 어언^^ 275일째 되는 날이다. 여전히 ‘떼굴랑’ 맛이 너무 좋은 이 현상은 언제까지 지속될라나. 먹고 살 만한 어느 분도 은퇴 1년이 지나면서 주리가 틀려 못살겠다더니만.^^;; 삼시 세끼 걱정은 없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긴 시간을 ‘보람찬~♪♬’ 생으로 잘 엮어낼 수 있을지 여러모로 불안하기는 하다. 육신에 이상이 느껴질 때는 더욱 그렇다. 병원 들락거리는 것은 죽기만큼 싫기도 하고. 지난 몇 개월 어깨 통증으로 팔을 편히 사용하지 못하다 얼마 전부터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긴 세월 함부로 대해 왔던 내 몸이 비로소 역정을 내는구나 싶으니 미안함과 함께 건강 염려증도 스멀스멀 기어들기 시작한다. 도수, 충격파, 저주파....주..

김장, 그리고 호미곶

2020.11.26.(목)~28(토) 딸네 퇴직 후의 최대 장점은 anyday, anytime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운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김장철, 빠르면 11월 중순에서 늦어도 12월 하순이 그 시기로 딸아이도 D-day를 이번 주 금요일로 정한 뒤 그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를 해 왔다. '엄마, 배추 목요일 도착할 것 같아.' 요즘은 절임 상태의 배추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 주문이 몰리다 보니 우리 역시 하루나 이틀의 오차 정도는 염두에 둔 터, 그쯤이야 뭔 대수랴. 나는 언제든지 출동 가능한 자유인인 것을.^^ 전날 준비해 둔 재료. 의외로 녀석이 잔뜩 기대하고 나섰다.^^ 대략 서너 포기쯤 녀석의 힘을 빌렸네.ㅎㅎ 나야 김치를 거의 먹지 않으니 딸네 기준으로 20kg, 버무..

아마도 자유^^

2020.11.14(토)~15(일) 20년 지기의 집들이 참석 후 내 집에서 밤을 보낸 딸, 손주와 함께 다음날부터 부산하게 주변을 헤집고 다녔다. 초량에서 두어가지 볼일 마무리한 뒤, 남포동 비엔씨 건물 2층에 있는 헌책방에 올라가 책 몇 권 챙겨 넣고 다시 우리 집 들러 딸네까지.... 그 토, 일요일의 행적. 진해 속천동 카페 거리→장복산 드라이브→향원(추어탕 맛집)→백일마을→갤러리 카페 DO '엄마 오랜만에 OO진사갈비 먹으러 가자.' 내가 그 집 고기를 유난스레 즐기는 걸 아는 딸아이가 넌지시 의사를 타진해 왔고 나는 완벽하게 꼬여 들어 곧장 진해행에 동의함.^^;; 배 두드리며 들어오는 길, 분위기에 편승한 손주가 텅 빈 송곳니 자리를 보여 주며 스스로 발치한 '기념' 좀 해 주면 안 되냐고 ..

명분은 시승식, 경주의 가을

2020.11.07(토) 몇 년 사이 3십만km에 육박하는 고행을 묵묵히 감당해 오던 동생의 차가 급기야 쿨럭거리기 시작했다. 업무상 잦은 출장에다 동생의 유난스런 역마살까지 짊어지고 과하게 달려왔던 옛 차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곧바로 새 날개를 장착한 동생의 주말 행보, 가을의 끝에 선 경주 앞으로!를 외치며 우리를 엮었다. ㅎ 불국사 입구에서 명소 대부분의 만만찮은 입장료 때문에 섭섭했던 제주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경주. 아무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보물이라고 해도 달랑 ‘불국사’ 일별에 성인 6,000원이라니! 어떤 곳은 입구에서 지불하고, 안에서 또 다른 문화재를 보기 위해 한 번 더 매표해야 되더라며 볼멘소리를 하는 블로거도 볼 수 있었다. 경주 역시 거의 모든 문화재에 엄청 비싼 값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