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 970

단수, 황망한 외박

7월 23일(금)~25일(일) 단수라고? 물 없이 반나절 견디기도 힘든 이 더위에, 그것도 금, 토요일 이틀 동안? 하루 정도는 어떻게든 받아 놓은 물로 버티겠지만 이틀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포다. 아~~~!!!!! 역대급 멘붕 사태! 집 가까운 호텔에서의 1박을 생각하다 결국 딸네로 불려들어갔다. 그래, 지난주 내내 얻어먹기만 했으니 이번엔 내가 거하게 먹여 줄겜. 했으나 일로 바쁜 사위가 그만 여수에 갇혀 버렸단다. 에궁. 여차저차, 달거리를 유난히 힘들게 치르는 딸도 챙겨 줄 겸, 가출^^ 후 딸네서 2박 누룽지 되기로 결정! 그 첫날 저녁, 금방이라도 녹아 없어질 것 같은 딸을 위해 따순 백숙으로 상을 차렸다. 24일(토) 육아 중인 맘들이야 거의 같은 심정이겠지만, 딸아이 역시 주 5일을 학교와 ..

까마가 그거 냥냥이 밥그릇이거든.

올해 유난히 엄광산 모기떼가 극성이다. 계피 스프레이가 얼굴까지는 보호해 주지 못해서 무려 4곳이나 빨렸다는. 해서 오늘은 1시간 반 걸어 걸어서 성지곡 수원지로 들어가 돗자리 깔아 봤다. 아.......모기, 한 마리. 주변 돌기 하는 놈을 몇 번 쫓아냈더니 다시 오지는 않았다. 이곳 모기는 삶에 대한 의욕이 그닥 강하지 못한가 보네.ㅎ 나야 고맙지.^^ 편안하게 이어폰 꽂고 베토벤 첼로 소나타 듣다 너무 시원해서 스르르....잠들어 버렸다.^^ 내가 가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겁없이 고양이 밥그릇으로 모여드는 까마귀들. 독식에 눈먼 한 마리가 그릇째 물고 달아나는 장면이 찍혔다. 연신 악악거리는 까마귀 떼.....에혀, 여긴 까마귀가 극성이다.ㅎ 그나마 이어폰이라도 꽂고 있으니 모기떼 보다 견디기는 수..

남편 밥상, 아들 밥상

사위가 가끔 제 밥상이 아들 것만 못하다고 은근 비교하더라며 딸아이가 보내준 사진. 완전 진수성찬이구만. 얘는 밖에서 고급 요정 음식만 먹는가 봉가. 참. 그러잖아도 입 짧은 걸로는 세계 1등 먹을 수도 있겠구만, 같은 재료라도 두 남자를 위해 매번 2종의 찬을 만들어야 하는 딸아이의 수고가 무색해진다. 에구 그러고 보면 두 남정네가 다 먹거리 앞에서는 황제다. 세상 먹거리 10개 중 7~8개는 외면하는 데다, 특히 사위는 닭도 물에 빠진 닭은 no! 무조건 기름에 튀겨야 하고, 같은 음식도 이 집 거는 먹으면서 저 집 거는 손사래 치고.... 이러니 집에서는 뭘 어떻게 해 줘야 하냐. 건강은 염려되지, 그렇다고 제일 좋아하는 조미김만 줄 수도 없고, 그나마 박봉을 음식 재료에 올인할 수도 없는 처지. ..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도종환님의 말씀이 감겨들던 날.

아이들에게, 그것도 한창 성장의 조짐을 보이는 욘석에게 올여름은 조금 버거웠나 보다. 한 번 잠으로 들면 세상이 무너져도 필요한 만큼의 수면 시간을 다 채워야 일어나던 녀석이 뜬금없이 큰 볼일 봐야겠다며 한밤에 눈을 뜨기도 하고 어느 때는 코피로 베개까지 흠뻑 적셨단다. 기껏 생각해 낸 여름철 보양식이라고 해 봤자 입 짧은 녀석에겐 삼계탕 정도, 그나마도 반 공기가 최대량이니 지구촌에 남발하는 모든 정보를 끌어모아 본들 우리에겐 그저 무용지물이다.ㅎ 딸아이 걱정도 크겠지만 돌아와서도 신경이 쓰여 ‘컨디션 어떤 것 같아?’ 톡을 날렸더니 보내준 사진. 아이들이야 쓰러지지 않는 한 제 몸의 이상 반응에 신기할 정도로 둔감하여 놀 때는 이렇게 멀쩡해 보인다.^^;; 손주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꿈을 꾸..

왔다 갔다 토, 일요일이 바빴던 딸네^^

7월 17일(토)~18일(일) ‘엄마, 국제시장에 백종원 3대 천왕 1등 떡볶이 집이 있대. 점심은 엄마 집에서 떡볶이랑 튀김으로 해결할까? 저녁은 가야 냉수탕가든 오리 백숙 포장해서 우리 집 들어가자.‘ 그러면서 ’엄마 좋아하는 조개도 캐고.‘한다. '읭? 조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채취 본능이 꿈틀거리면서 앞서 얘기한 맛집은 다 잘라 먹고 신나게 화답했다. 그래 좋아.^^;; 떡볶이랑 튀김, 핫도그, 전으로 점심 때운 뒤 오리 백숙 사 들고 용원 어시장까지 들러 와 차려 낸 저녁상이다. 오리를 먹지 않는 사위 먹거리로 전복-3개는 회, 1개는 버터구이-과 해삼을 챙겼고, 보기만 해도 헉! 소리가 나올 만큼 푸짐한 오리 백숙, 그 곁에 얌전히 누운 내 텃밭제 풋고추.^^ 언제나 같은 다음 일정은 한여..

별수 없어 복숭아 청으로.....^^;;

복숭아가 이렇게 맛이 없을 수도 있나. 얼마 전 두구동 연꽃 소류지 다녀오던 길, 마침 노포동 오일장이라 재미가 나서 한 봉지 사 들고 온 거다. 아, ....물맛의 오이는 먹겠는데 무맛의 과일은 일단 손부터 가지 않네. 이 많은 걸 우짜지? 병조림을 해 볼까? 인터넷 뒤졌더니 청으로 만드는 분들도 꽤 보인다. 기왕이면 껍질째 먹는 청이 낫지 않을까 해서 요걸로 결정! ♠ 재료는 복숭아 6개, 설탕 대략 250g, 레몬즙 2스푼. 집에 굴러다니는 병 몇 개 추려서 제일 먼저 열탕 소독부터 해 두고. 복숭아는 껍질째 담으려니 식감이 의심스러워서 거의 분쇄하다시피 했다. 냉장고에서 시들어 가는 것을 볼 때마다 미뤄 둔 숙제 같더니 이제 속이 후련하네.^^ 숙성기간은 제각각, 3일에서 1개월까지 의견이 다양하..

안창마을과 호천마을/50여 년 그들의 사연이 캘리그라피에 담겨 있다.

7월 14일(수) 사람을 바라보면 눈물이 난다 사람으로 살아 보니 그랬다 신광철 ‘사람’ 엄광산을 짧게 오른 후 좌천동 가구거리에서 책장도 둘러 볼 겸 안창마을 쪽으로 내려섰다. 오래전 입구에서 두어 번 망설이다 다음을 기약해 두었던 곳, 호천마을의 ‘호랭이 어술렁길’에 이어져 있는 길이다. 좁고 어두운 출입구 앞에서 멈칫거리다 벽에 새겨진 ‘오늘 당신에게 참 좋은 일이 분명 생길 겁니다.’라는 문구에 급 기분이 밝아졌다. 호랭이 어술렁길 입구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풍경이다. 몇 개의 운동기구, 개울 따라 아래로 길게 뻗은 계단과 빼곡히 들어선 주택들. 아마도 노인문화회관에서 배운 듯 개인 캘리그라피 액자가 계단에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2019년 행복한 동행 캘리그라피 작품’ 대부분이 이곳 안창마을과..

두구동 연꽃 소류지와 홍법사

7월 12일(월) 인터넷에 널린 소류지 사진들을 보면 비 오는 날의 풍경이 훨씬 운치 있을 것 같았다. 예보된 비를 기대했던 하늘은 오히려 햇볕 쨍쨍, 계속 비 올 거라고 사선 좍좍 그어 놓은 걸 확인했는데 벌써 장마 끝난 거? 기상청 예보 분석관 왈, ‘기후변화로 돌연변이 장마가 잦아 종료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른다는 거네. 물론 며느리도 모르겠지.ㅎ 이대로 장마가 종료되면 1973년 이후 48년 만에 가장 짧은 장마가 될 거란다. 아.....와중에 나는 발정난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지.ㅎ 러시아워 끝, 9시 5분에 출발했다. 버스와 지하철 환승 텀 포함 노포동까지 1시간, 오전 중에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마을버스 2-2번 으로 다시 환승하여 소류지가 있는 '조..

문득 계곡의 물소리가 고파졌다.

이틀 숨 고르기 하던 장마가 오후부터 재차 시작된다는 예보. 날씨 예보란에는 월요일까지 주욱 사선으로 비가 표시되어 있다. 다 믿을 건 못 되지만.^^ 엉덩이가 들썩였다. 한동안의 폭우로 엄광산 계곡을 달리는 물소리가 엄청나겠다 싶으니. 세상을 유영하는 어떤 음악보다 마음이 더 평온해 지는 자연의 숨소리,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오히려 온전한 고요가 느껴진다. 가야공원에서 시작되는 코스를 밟고 곧장 계곡부터 보러 갔다. 내려오던 길, 아직 볼만한 수국이 있었다. 그늘진 산 속이라 개화시기가 늦었나 보다. 걸음 속에 쌓이는 이생의 하루들.........늘 내게 들려주는 말, 그러니까 잘 걷자. 무릉계에 와서 알았네 물에도 뼈가 있음을 파인 돌이 이끼 핀 돌 안아주고자 하는 마음 큰 돌이 작은 돌에게 건너..

신평에서 다대포, 강 따라 바다까지

7월 9일(금) 아....징하게도 내린다. 하늘 향한 짜증질이 먹혔나 봉가, 오늘은 엷은 구름층 사이로 해가 제법 길게 얼굴을 보여 준다. 커피 내리면서 아침 챙겨 먹고, 냉장고 정리 좀 하고, 약밥 한솥 만들고....어영부영 10시가 넘어섰다. 산은 폭우에 푸욱 젖어 질퍽 거리겠지. 장마철 하늘님 변덕은 익히 경험한 터라 비를 예상하며 검색창에 ‘비 오는 날 걷기 좋은 길’을 넣었다가 ‘언젠가 한 번’ 했던 그 길, 신평에서 시작되는 강변로를 추천해 주신 한 블로그에 ‘좋아요’ 꾸욱 눌러 드린 뒤 우산 챙겨 넣고 집을 나섰다. 비가 시작되었다면 두구동 연꽃 소류지로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지하철 신평역 1번 출구로 나와 강이 보일 것 같은 건너편 길로 들어서서 무작정 걸었더니.... 요기 '노을 나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