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 971

안동, 가슴 아픈 기억이 바람 같은 그곳.

3월 11일(토) 흰머리가 늘어나면서, 받을 자격이라곤 지렁이 솜털만큼도 없었던 내게 잠기도록 과분한 사랑을 주고 떠난 이들이 자주 생각난다. 책을 읽다가, 음악을 듣다가, 설거지하다, 어느 때는 산을 오르다가도 뜬금없이 그들과의 한때가 떠오르면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리곤 한다. 늙어 갈수록 먼 기억이 선명해진다더니만. 인간은 모두 이생을 통해 전생에서 스스로 설계한 제 몫의 삶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던 어느 분의 말씀대로라면 내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도 내 삶의 조력자라는 의미인데, 받은 사랑은 넘치면서 나눔에 인색한 나의 그릇은 여전히 빈 소리만 요란하다. 동행을 자처하고 나선 초등 동기 부부와 함께 떠난 안동행. 그렇게 오늘, 생전에 무심했던 나를 끝까지 사랑으로 품어준 친구 보령 스님의..

다시 이기대, 일주일 새 만개한 수선화

3월 8일(수) 날이 너무 좋기도 하고, 지난주 한 줌 뜯어온 야생갓으로 담근 피클 맛에 다시 채취 본능이 발동하기도 했고. 구름다리를 생각하면 다시 발 들이기가 공포스러웠지만 도중에 순환도로까지 오르는 길도 있으니 그런 염려쯤은 베어버려도 될 것 같았다. 야생갓 한 봉지 담아 오다 내려선 곳. 바다 멍겸, 따개비도 한 줌. 도중에 사잇길로 오른 어울마당. 지난주 성급하게 얼굴 내민 수선화에 뒤질세라.........나홀로 만개한 진달래. 산과 들을 헤집고 다니다 보면 누군가의 고운 마음도 종종 발견된다. 따뜻따뜻, 덕분에 걸음이 한층 더 가벼워졌다. 1회분 국거리용 쑥, 막 대가 오르기 시작한 것만 골라 담은 야생갓 한 줌, 대식가 친구에게 나눠 준 뒤 한 번 먹을 만큼만 남겨온 따개비와 홍합. 집에 도..

오늘부터 봄!

3월 4일(토)~5일(일) 목요일 저녁부터 밤새 위로 아래로 다 쏟아냈다는 녀석이 결국 다음날 등교하지 못했단다. 장염 진단을 받고 약 복용 후 다행히 체력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데.... 토요일은 합기도장의 관장님 인솔하에 또래들과 사격 체험 일정이 예정되어 있던 터라 내심 눈치 보고 있던 녀석이 완전 회복을 고집하며 기어코 참가해 버렸다나. 해서 부산 넘어오려던 당초의 계획을 틀어 내가 딸네로.... 마중 나온 딸, 사위와 점심을 외식으로 결정한 뒤 평소 녀석이 먹지 않는 메뉴를 선택했다. 일전에 딸아이와 둘이 들러 괜찮게 점수 줬던 진해 남문 맛집, 웅천 얼큰 손칼국수 샤브샤브. 가성비는 꽤 좋은 편이다. 푸짐한 등심과 야채, 버섯, 셋이 건져 먹어도 넉넉했던 칼국수에 마지막 볶음밥 역시 맛과 양..

좋은 향이 주는 평온/홈 루덴스족의 플렉스

두어 달 전 핸드폰을 교체한 뒤 기존의 정보를 옮겨오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건지 걸러낸 연락처까지 복원되어 있었다. 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다 보니 발견도 늦어졌네. 프사 변경 차 이제야 카톡을 들여다 봤더니....헐!!!! 겨우 벗어났던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급 신경이 곤두서 버렸다. 향기롭자~ 향기롭자~ 매 순간, 매일, 매월, 매년이 향기로워지도록 내 삶에서 걸러내야 할 기억들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이렇게 명상으로 겨우 얻은 일상의 평화였건만.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요거, 특이하게 워머가 실리콘 재질로 된 큐브 캔들이다. 디자인도 심플해서 장식용으로도 괜츈할 것 같고. 그래, 좋은 향은 평정심 유지에 도움을 주기도 하니까. 즐겨 사용해 왔던 기존의 향초가 치명적 독성을 품고 있다는 기사에 ..

해풍이 키운 야생갓, 김치와 피클 그리고 그 효능이란 거.

3월 1일(수) 이기대에서 채취해 온 야생갓에 대한 썰 산의 초입, 또는 밭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식물이었으나 그것이 야생갓이라는 것도 먹을 수 있는 채소과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지난번 이기대 장자산 산행 때 몇 잎 뜯어 온 친구가 맛있게 쌈 싸 먹었다는 얘기를 들은 후 관심을 갖고 탐색해 봤더니 그 효능은 가히 불로초급이었다는.^^;; 우리나라의 한파 정도는 너끈히 견딜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약성 강한 식물이면서, 일반 재배 갓과 달리 이 야생갓은 특히 그 효능이 각별하다네. 알려진 바로는 암세포의 전이를 막아 주고 억제하는 효능은 물론, 눈, 뼈 건강 및 면역력 강화, 심혈관 질환 예방, 그리고 너 나 없이 인간이면 혹하는 이슈 ’노화 방지‘에도 굿 굿!^^ 씹었을 때의 매운맛은 ..

이거, 일거다득! 이기대의 재발견

3월1일(수) 최근 유튜브에서 우연히 알게 된 야생갓의 쓰임새. 문득 보름 전 이기대 걷다가 여기저기 무성하게 자라고 있던 야생갓이 떠올랐다. 맷돼지떼 출몰 소식에 주 루트를 포기하고 황령산 두어 번 다녀온 이후 내일쯤 이기대 재도전을 고려하던 차 이심전심인가 봉가, 마침 남천동 친구로부터 갓 채취하러 가자는 연락이 왔다. 지난번 야생갓 한 줌 뜯어 쌈으로 먹었더니 그 맛을 떨칠 수가 없었다면서. 대가 올라오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괜찮을 것 같아 난생 처음 갓김치 담기에 도전해 보기로 하고 흔쾌히 동참 의사를 날렸다. 감사합니다. 선열들의 목숨의 대가로 거저 누리고 있는 지금의 자유와 행복을 새기며 잠시 묵념한 뒤 집을 나선 시간은 10시 10분. 어제만 해도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했던 하늘에서 예보에도 ..

황령산 봉수대 찍고 스타벅스에서 마무리

2월 26일(일) 오늘은 뒷산 체육장까지만 올라 어르신들게 멧돼지 정보나 모아 볼까. 막 신발 꿰던 차에 ‘띠롱’ 멧시지가 떴다. 남천동 등산 친구다. 그래 나선 김에 ........ 시작은 그저께 하산 지점으로 선택했던 연포 하늘공원. 길치인 그녀의 집과 가깝기도 했고 당분간 멧돼지가 출몰했던 주 루트를 포기하고 나니 갈만한 곳은 황령산밖에 없어서. 봉수대 찍어 볼까? 1년 전 딸, 손주와 자동차로 전망대까지만 다녀왔으니. 바람고개에서 봉수대로 향하는 계단 휴일, 꽤 좋은 날씨임에도 등산객은 그닥 많지 않다. 설마 멧돼지?는 아니겠고 이렇게 좋은 날에, 더 좋은 곳으로 떠났겠지.^^;; 한 떼의 등산객이 유독 몰려있는 여기는 칠공 약수터, 또는 칠공주 약수터라고 불리는 곳이다.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국..

맛있는 하루/자유시장, 부전시장

2월 25일(토) 안동의 작은 사찰에 영면 중인 친구가 요즘 부쩍 생각 속을 들락거린다. 다녀온 지 2년여. 가보고 싶네. 대화 도중 그저 흘린 말이었는데 역시나 잊지 않고 계획을 꺼내 보여준 죽마지우. 하루 꼬박 먹어치우는 먼 거리에다 산속까지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망설이던 내게는 참으로 감사한 제의였다. 조만간 예정되어있는 방문에 앞서 미리 조화도 챙겨놓을 겸, 비어있는 냉장고도 채워야 겠기에 자유시장의 꽃시장 들러 부전시장까지 오늘도 백팩 짊어지고 걸었다. 꽃도매 시장이 있는 자유시장 3층. 다양하고 진기한 소품 코너 또한 사람들의 발에 족쇄를 채우기도 하지.^^ 둘러보기만 해도 폭죽처럼 화려하게 터지는 기분, 마음은 이미 꽃밭이다. 데려가 달라며 진하게 유혹하는 초록이들을 어렵게 물리치고 오늘은 ..

멧돼지 덕분에? 국민체육센터에서 황령산 바람고개로

2월 23일(목) 어느덧 걷기 및 산행은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주 3~5회 정도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는데... 하지만 최근, 여태 자주 오르던 근처 몇 개의 산으로 멧돼지들이 출몰하면서 당분간 얘들을 피해 산행만큼은 안전하고 새로운 루트를 찾아 둬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ㅜㅜ;; 겁 없이 들어설 만한 산이 있을라나. 거실에 엎어져 있는 악어쿠션에 머리 얹어놓고 곰곰 삼매경. 황령산이라면.... 이어진 산맥 없이 도심 한복판에 오똑 박힌 산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탐색창에 ‘서면에서 황령산’을 넣었더니 어? 부산진구에 이런 곳도? 서면 NC백화점 뒤, 황령산 중턱의 부산진구 국민체육센터다. 진구 구민으로서^^ 시설도 둘러 볼 겸, 산으로 오를 만한 길이 있으면 금상첨화겠고. 길은 길에 연하여 끝..

아...이제 산행을 접어야 하나.

2월 22일(수) 이른 아침부터 부산 떨며 통밀빵부터 만들어 놓고, 물 고파하는 몇 개의 초록이들 추려 샤워시킨 뒤 막 산행을 나서려던 9시 55분 즈음,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날아든 동구청의 안전 안내 문자. ‘새벽 안창마을 일대 멧돼지 8마리가 출몰하였으니, 인근 주민 및 등산객께서는 통행 시 안전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헐!!!! 내가 자주 오르내리는 범내산과 엄광산, 그리고 만리산, 수정산으로 이어지는 산행로잖아. 흠머, 요 며칠 상관으로 백양산과 한참 아래 번화가인 이트레이더스 인근 부산진중학교 앞까지 출몰했다는 이 아이들. 앞서 21일엔 동래문화회관에서 2~3마리가, 이번 안창마을에서는 드물게 8마리나 출몰했단다. 올해 2개월 동안 포획한 멧돼지만 39마리, 작년 한 해는 무려 352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