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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덕분에? 국민체육센터에서 황령산 바람고개로

헬로우 럭키 찬! 2023. 2. 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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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목)

어느덧 걷기 및 산행은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주 3~5회 정도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는데...

하지만 최근, 여태 자주 오르던 근처 몇 개의 산으로 멧돼지들이 출몰하면서 당분간 얘들을 피해 산행만큼은 안전하고 새로운 루트를 찾아 둬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ㅜㅜ;;

겁 없이 들어설 만한 산이 있을라나.

거실에 엎어져 있는 악어쿠션에 머리 얹어놓고 곰곰 삼매경.

황령산이라면....

이어진 산맥 없이 도심 한복판에 오똑 박힌 산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탐색창에 ‘서면에서 황령산’을 넣었더니 어? 부산진구에 이런 곳도?

서면 NC백화점 뒤, 황령산 중턱의 부산진구 국민체육센터다.

 

진구 구민으로서^^ 시설도 둘러 볼 겸, 산으로 오를 만한 길이 있으면 금상첨화겠고.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또한 대개 그렇듯 인가에 근접한 산은 사통팔달일 터이니.

일단 직접 나서 눈으로 발로 확인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10시 즈음, 어제 만들어 둔 견과류 통밀빵에 올리브유로 버무린 딸기 야채샐러드와 삶은 계란 1개로 아침 든든하게 챙겨 먹고 힘을 비축한 뒤 언제나처럼 뚜벅뚜벅.

 

오른쪽의 부산진여중과 엄청 경사면에 지어진 서면 IPARK아파트. 여기까지만 해도 낮은 산 하나는 오른 것 같다.ㅎ

카카오 맵을 통해 익혀둔 길을 따라 NC백화점 뒤 IPARK 아파트까지 들어섰고, 길손에게 센터의 정확한 위치를 한 번 더 여쭌 뒤 부산진여중을 끼고 한참을 더 올라올라........찾았다!^^

전포아파트가 보이는 사거리에서 다시 낮은 산급의 경사로를 깔딱거리며 올라.....

 

부산진구 국민체육센터

제법 높은 산의 중턱, 셔틀버스마저 없었다면 이용자는 자가 운전자나 근처 주민들뿐이었겠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는 소박하여 각 층 실별 평수는 좁은 편.

 

지하 2층과 지상 3층의 건물로 주차장과 하늘 정원을 제외하면 체육 공간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살짝 협소한 실내에서 줌바댄스에 심취해 있는 줌마^^들과 헬스장에서 몸 가꾸기에 여념 없으신 몇 분,,,

3층의 주차동에서 본 금융빌딩 주변
하늘 정원
헬스장

 

안내 창구와 북 카페, 그리고 몇 종의 간단한 스포츠 용품점이 있는 로비. 

 

체육센터에서 다시 조금 오르면 오른쪽으로 넓게 뻗은 길이 나온다.

 

와우, 에디 킴 노래 발사!!

‘♬♪너 정말 이쁘다 이쁘다 이쁘다니까♪♬♪’^^

 

두꺼운 겨울 옷을 걸치고 마주 서 있지만 나의 눈은 이미 봄을 보고 있더라지.^^♪

만개한 매화. 빨리 매실 주세요오~~~^^

 

 

등산로를 찾아 나선 길목에서 한창 불사 공사 중인 홍제사도 둘러 봤다.

홈페이지가 있으나 이렇다 할 만한 내력은 없다. 1997년에 창건된 조계종파 사찰이라는 것 정도.

전망은 꽤 나온다. 그래 봤자 희뿌연 먼지 속에 둥둥 떠서 멀미나 일으키는 마천루들뿐이지만.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가 시끄러운 생각을 다독여 준다.

 

홍제사를 나와 길이 보일 것 같은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곧이어 나타난 반들반들 잘 닦여진 길, 오호! 아마도 사람의 왕래가 잦았던 흔적이겠다.

 

아무리 기왕 나선 길이라 할지라도 만사 불여튼튼, 마주 오는 어르신께 소심하게 여쭤보았다.

‘호옥시 이 산에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소리 들으신 적 있나요?’

’삥 돌아 도시에 갇힌 산인데 뭔 멧돼지여. 난 매일 오지만 듣도 보도 못한 소리를.....‘

’캄사합니다. 어르신.‘

하마터면 108배 드릴 뻔했네.^^;;

엄광산의 가야 공동묘지가 생각났던 길.

아래로 문현동이 보이는 햇살 좋은 황령산 자락엔 별다른 지명 없이 그저 ’공동묘지‘가 있었다.

이곳 역시 고만고만한 서민들만의 묘인 듯 가끔 보이는 비목 외에 마른 잔디만 무성한 납작한 봉분들이다.

 

한 구비 돌아 나왔을 때 발견한 이곳은 넓은 철쭉동산이 보이는 황령산 생태공원.

 

어쩌면 인위적으로 자연의 형태를 바꾸는 행위가 훼손일 수 있겠지만 도로에 인접한 곳이라 기존의 나무를 많이 베어내지 않아도 조성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을 것 같았다.

매혹적인 향기를 날리고 있는 매화나무 사이로 바벨탑, 63층 짜리 국제금융센터가 또 보인다.ㅎ

 

 

공원을 벗어나 바람고개로 들어선 길, 막 에어팟에서 알렌 워커의 ‘faded’...........

피아노 전주가 환상적인 이 노래는 겨울 속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

이거 이렇게 좋은 곡이었나? 눈물 날 뻔했넴.

우찌 이리도 푸릇푸릇한고! 임도 아래 대나무숲 또한 볼만 해서.
갑작스런 우천 시 잠시의 피난처가 되어줄 것 같은 동굴
문현동 어디 쯤? 아무리 봐도 모르겠다는.ㅎ
걷기 편한 임도 대신 선택했다. 바람고개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
운동기구만 몇 개 보였던 바람고개 삼거리, 이름만 감성 뿜뿜, 별 것 없었넴.ㅎ
이정표는 혜남학교를 가르키고 있다. 내려서면 곧 큰 길이 보이겠거니.

 

아하! 이 길.

오른쪽 아래는 도시고속도로. 이제서야 감이 왔네.^^

큰 길에 인접한 이곳에서 딸아이와 잠시 통화한 뒤, 138번 버스에 승차. 나를 기다리는 케렌시아로 간다아~~~~

 

당초의 대략적인 계획에서 한참을 벗어나긴 했어도 선택해서 밟았던 모든 길은 너무 좋았다.

사념을 날리고, 그 빈자리에 가득 채워진 피톤치드... 생각도 향기롭자아~~~^^

 

무엇보다....

멧돼지야 미안해.

새옹지마가 되었던 오늘 하루가 네 덕분이라고는 해도 어쨌거나 니들과의 조우만큼은 절대 사절이야.ㅎ

멧돼지님이 화 나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