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제 산행을 접어야 하나.

2월 22일(수)

이른 아침부터 부산 떨며 통밀빵부터 만들어 놓고, 물 고파하는 몇 개의 초록이들 추려 샤워시킨 뒤 막 산행을 나서려던 9시 55분 즈음,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날아든 동구청의 안전 안내 문자.

 

‘새벽 안창마을 일대 멧돼지 8마리가 출몰하였으니, 인근 주민 및 등산객께서는 통행 시 안전에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헐!!!!

내가 자주 오르내리는 범내산과 엄광산, 그리고 만리산, 수정산으로 이어지는 산행로잖아.

흠머, 요 며칠 상관으로 백양산과 한참 아래 번화가인 이트레이더스 인근 부산진중학교 앞까지 출몰했다는 이 아이들.

부산진중 인근에 출몰한 멧돼지를 포획 중인 소방대원

앞서 21일엔 동래문화회관에서 2~3마리가, 이번 안창마을에서는 드물게 8마리나 출몰했단다.

올해 2개월 동안 포획한 멧돼지만 39마리, 작년 한 해는 무려 352마리라고.

 

백팩 내려 놓은 잠시의 공포 뒤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크게 남아버렸다.

강원도 양구군의 한 야산에서 겨울철 먹이를 찾기 위해 이동 중인 멧돼지들. 부산일보DB

 

어째서..........

교미 기간인 11월에서 1월까지 겨울 먹이를 구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찾아 이동하는 시기라고 하는데 사실 이렇게 빈번하게 출몰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급격한 도심 개발로 인한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먹이 또한 턱없이 부족해져서 일 것이다.

 

생존이 절박한 동물들을 외면하고 자연과 결코 타협하지 않는 인간의 최후.....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인간들아 좀 같이 살자.’ 그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ㅎ

'오렐리앙 바로'가 묻는다.

어떻게 지구를 구할까?

 

지구 온난화, 생물 서식 공간의 급격한 감소, 생물 다양성의 파괴, 토양, 물, 공기의 심각한 오염, 급증하는 산림 훼손 등으로 모든 지표들이 위급함을 알려주고 있다. 과학자들 또한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이러한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어떻게 우리를 바꾸고 세상을 바꿔야 할까?

"인간은 머릿속의 관념이 아닌 자연을 통해서만 신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 인간은 어떠한가.

신을 숭배한다고 하면서도 늘 자연을 파괴하고 순리를 거스르고 있지 않는가.“

 

유동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