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3년, 올해도 부탁해

안동, 가슴 아픈 기억이 바람 같은 그곳.

헬로우 럭키 찬! 2023. 3. 1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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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토)

흰머리가 늘어나면서, 받을 자격이라곤 지렁이 솜털만큼도 없었던 내게 잠기도록 과분한 사랑을 주고 떠난 이들이 자주 생각난다.

 

책을 읽다가, 음악을 듣다가, 설거지하다, 어느 때는 산을 오르다가도 뜬금없이 그들과의 한때가 떠오르면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휘둘리곤 한다.

늙어 갈수록 먼 기억이 선명해진다더니만.

 

인간은 모두 이생을 통해 전생에서 스스로 설계한 제 몫의 삶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던 어느 분의 말씀대로라면 내게 해를 끼치는 사람들도 내 삶의 조력자라는 의미인데, 받은 사랑은 넘치면서 나눔에 인색한 나의 그릇은 여전히 빈 소리만 요란하다.

동행을 자처하고 나선 초등 동기 부부와 함께 떠난 안동행.

그렇게 오늘, 생전에 무심했던 나를 끝까지 사랑으로 품어준 친구 보령 스님의 부도 앞에 섰다.

재개발 대상으로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생전 친구의 집. 목련은 여전히 예쁘게 피었다며 동기 부부가 나를 끌었다. 고맙고 또 고마운지고.
김해 금관가야 휴게소에 잠시 내려서 본 주변 풍경

 

 

2년 만이다.

더 변할 것도, 크게 변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닌 우각사

아마도 바뀐 게 있다면 부도에 안치되어있는 망자의 수정도일 터.

한창인 40대 중반에 육신의 병을 내치지 못하고 이승을 먼저 등진 친구는 나의 부모님, 어린 여동생과 함께 종종 나의 일상을 넘나들고 있다.

 

챙겨간 조화를 꽂아 놓으니 잿빛 쓸쓸함에 조금은 생기가 더해지는 것 같다.

돌이켜 보면, 고통의 시간을 나 홀로 견디고 있던 한때 있는 듯 없는 듯 생명이 꺼지는 순간까지도 변함없는 마음을 보여준 유일한 사람....

훗날 생전의 기억을 간직한 채 어디에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때는, 정말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금의 센텀 일대에서 갑부로 알려진 집안이었지만 개인적인 삶은 그닥 순탄치 않았던 그가 이제는 좋은 곳에서 행복으로 보상받을 수 있기를....

 

 

적당한 먹거리를 찾아다니다 점심시간을 놓쳤다.

2시 즈음에 들어선 구 안동역사 근처 일직식당.

나름 명인으로 등극한 안동의 유명맛집이라는데 뭐, 늘 그렇듯 맛은 고만고만하다.

몇 번이나 다녀가면서 안동 대표주자 간고등어 밥상은 처음이다. 그리고 전국 한우의 고장으로 알려진 몇 곳 중 안동 역시 포함되는지라 그 맛을 볼 겸 불고기도 주문해 봤다.

다아~~~~먹을 만한 정도.

 

 

바로 옆 리노베이션 후의 구 안동역사. 지금은 '안동 문화도시 플랫폼'이라는 거창한 명칭으로 탈바꿈 했다.ㅎ

개관일은 2021년 7월 16일.  완공 전에 개관부터 했나 봉가? 낡은 티를 벗지 못한 것 같아서. 아직 손질이 더 필요해 보인다.

 

2022.7.20.자 UGN경북뉴스 발췌

(구)안동역사에 위치한 모디684는 자칫 철거되어 사라질 뻔했던 안동역 건물을 2년여간의 시민 담론 속에서 지켜냄으로써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자 시민들이 만들어 가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현재 회의실, 갤러리, 스튜디오, D&T연습실, 광장, 문화홀 등 8개 공간을 안동문화도시플랫폼(https://andongculture.com/)을 통해 시설 대관을 접수하고 다양한 행사도 안내하고 있다.

 

 

 

몇 번 왕래하면서 안동의 알려진 곳 대부분은 다녀 온 터라 곧장 떠나려 했지만, 먼 곳까지 쉽지 않은 행보에 아쉬워하는 친구의 권유를 받아들여 그나마 식사 장소에서 가까웠던 도산서원으로 들어섰다.

오늘로 대략 네 번째.

그러고 보니 마지막 방문 때는 딸, 손주와 주차장 근처만 맴돌다 왔네.

 

오래되긴 했나 보다.

이렇게 넓은 길을 놓기 전, 아늑하고 한적한 숲길을 걸어 들어간 기억만 남아있다.

서원이야 그대로지만 새삼 깜딱 놀란 것은 서원 건립 당시부터 있었다는 어마어마한 왕버들나무가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는 거.

 

지지대에 의지한 채 이제는 땅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고목의 바람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 문득 코끝이 싸아 해졌다.

왕버들 나무. 고목에게 연명 치료 거부 의사 수단이 있었다면 동의했을 것 같았던....너무 힘겨워 보였어.
벌써 산수유꽃이 피었습니다.

 

 

도산서원 주차장에 위치한 관광 상품점에서 구입한, 아니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안동 명물 사과빵.^^

사과향 품은 속 가득 달달한 완두콩?소, 맛있다. 칼로리 폭탄에 조각 조각 살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은 먹고야 말리.^^

 

눈물이 보이지 않는다 해서

울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느 바람에도 불지 못한

낙엽 한 장 가슴으로 품고

저 노을 따라 홀로 걸어갈 뿐이다

-중략-

저녁 해는 왜 점점 나를 닮아 가는가

어디선가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에

나는 자꾸만 자꾸만 얇아져 가네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어 보면

그래도 남아있는 뽀얀 아침 햇살

 

이채 중년의 세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