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 971

백양산 왕벚나무 숲길, 시가 있는 지혜의 숲길

10월 29일(토) 개림초등학교 뒷산을 짧게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신라대학교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인다. 집 나설 땐 분주히 가을 치장 중인 백양산 정상을 오를 작정이었지만 역시나 가지 않은 길을 향해 발동한 예의 호기심이 생각을 질러버렸다. 초행길에 만난, 여느 산과 같은 듯 다른 또 예쁜 풍경. 오랫동안 산과 들을 즐기던 길목에서 종종 눈인사를 주고받았음에도 친숙해지기는커녕 여전히 갑툭튀하는 뱀과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엔 비명조차 말아 먹힐 지경이다.ㅠㅠ;; 그들이 활동 중인 세 개의 계절은 샛길에 대한 호기심을 아예 접어둔 채 대체로 넓게 틘 임도만을 고집하는 편인데 요즘처럼 동면 준비로 예민해진 뱀과의 조우를 원천봉쇄^^;;하는 방법은 어쨌거나 임도, 오늘 걷는 이 길도 차암 좋다아~~~^^ ..

바야흐로 꽃향유의 계절, 엄광산 지나 구봉산 절반^^

10월 22일(토) 엄광산은 거의 2주 만이다. 그새 꽃향유 천지, 눈으로 전해지는 익숙한 향기가 반갑다. 이내 스러질 것 같았던 여린 고들빼기꽃도 가녀린 대의 끝에 매달린 채 징한 여름을 건너 아직도 굳세게 꽃을 피워내는 중. 여기저기 가을가을한 풍경. 왕따 당한 거니? 너 그러다 계절의 배반자로 낙인 찍힌다아~~~ 깜찍하기도 하여라. 쓰디 쓴 뿌리에서 이토록 고운 색의 꽃이라니! 여전히 탱탱하게 매달린 꽃봉오리를 보아하니 겨울과 맞장 뜰 기세구먼.ㅎ 털머위꽃. 거참, 그저 이쁜 고들빼기꽃과 다를 바 없구만 희한하게도 이 아이 앞에선 감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누가 이 현상에 대해 납득 가능한 설명 좀 해 주라.ㅎ 꽃마을 방향으로 걷다 눈에 띄는 입간판이 있어 잠시 올라섰다. 관음사. 종파를 따로 새겨..

양산 황산 공원의 댑싸리 속에 퐁당 빠진 딸

10월 19일(수)~20일(목) 수요일은 손주 하교까지 딸아이에게 허락된 시간이 꽤 길다. 방과후 학교 코딩수업이 끝나면 3시 30분, 그 텀을 살짝 간 본 지난주의 라운딩이 쏠쏠했던지 이번엔 좀 더 먼 곳으로 점프해 볼 계획을 심었다. 화려한 댑싸리 사진을 걸어 놓은 한 블로그를 캡처해 톡으로 날려 준 거. 눈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색, 딸아이는 금방이라도 트롤이 짜잔 등장할 것 같다며 그 오묘한 풍경에 환호했더라지. 오호, 가을과 어깨동무하고 한 번 달려나가 볼까.^^ 부산발 시외버스가 정차하는 웅천에서 10시 즈음 도킹하여 곧장 양산으로 달렸다. 10월 22일부터 시작되는 국화축제 준비가 한창인 양산의 황산 공원.(경주 소재 황산 공원이 아니다.) 강 따라 길게 누운 공원은 현재도 조성 중이라 썰렁한..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APEC 나루공원

10월 18일(화) ‘가을 날씨가 참 좋네.’라며 톡에 운을 띄운 지기가 현재 영화의 전당에서 상영 중인 김창열 화백의 다큐를 보러 가자며 의사를 타진해 왔다. 오호, 아~주 좋아.^^ 다른 한 지기는 선약이 있어서였는지 ‘요번 판 패스’로 아쉬움을 남겼넴. 드물게 둘만의 나들이, 점심 즈음에 만나 밥 먹고 영화관 근처 APEC나루공원 산책 후 상영시간 3시 50분에 맞춰 입장했다. 1시 즈음의 NC백화점 7층은 적막강산, '채선당' 안은 북적. 둘 다 식사량이 적은 편이라 야채 코너 두어 번 왕복으로 이내 배가 뽈록해졌다.ㅎ ♣ APEC나루공원 따악 영화만 보고 서둘러 빠져나오다 보니 ‘제법 볼만한 곳.’으로 알려진 이 공원은 처음이다. ‘아니, 부산 토박이면서 여기가 처음이라니.’ 라는 핀잔을 한 사..

청명한 하늘, 이렇게 좋은 날의 금련산

10월 16일(일) 시계가 유난히 좋은 오늘, 친구의 권유로 금련산을 찾았다. 그녀와 만나는 날은 으레 그렇듯 산이 매개가 되는 날이 대부분이다. 평생 밥벌이가 되어 준 가게를 조만간 접기로 한 친구의 마음이 복잡할 것 같아 요즘은 자주 부름에 응하는 편. 덕분에 청명한 가을과 만나고 오면서 내가 최에~~~고로 좋아하는 양곱창도...^^ 가르마 같은 길을 경계로 황령산과 금련산이 나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두 개의 이름으로 불리는 산인 줄....ㅎ ♣ 부산 전통예술관 국가 및 시 지정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의 전승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2019년 4월 18일 개관, 기능 분야 무형문화재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부산시가 건립했고 (사)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연합회가 관리•운영하고 있단다. 친구가 운영하는 ..

늘 행복한 날 중의 하루

10월 13일(수)~14일(목) 올해 들어 서너 번, 눈치껏 사우나 시설을 이용해온 나와 달리 딸아이는 질병관리청의 대응책에 착실히 따라온 터였다. 3년여를 그렇게 버티던 딸아이가 최근 소강상태로 보이는 코로나19를 의식한 듯 목욕탕의 뜨거운 물이 너무 고팠던 속마음을 조심조심 내비친 거. ‘엄마, 울집에 올래? 저녁에 맛잉 거 먹고 다음 날 지사 광천수(딸네 전 동네의 물 좋은 목욕탕이다.) 가는 거 어때?’ 그래그래 그동안 고생 마이 했썽. 어미가 상 줄겜.^^ 해서 KT 모뎀 교체작업이 완료되자마자 진해로 go! 오후 5시 즈음의 웅천, 멀리 아파트 절반을 가린 흉물스런 건물이 먼저 보인다. 입주민들의 오랜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산.진해 경자청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뒤집어쓴 육가공 공장이 2차선 ..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10월 9월(일) 어린 시절 우리 집 아래채에 잠시 세 들어 살다 떠난 친구. 오래 연락이 두절 되었다가 중간에 잠시 얼굴 마주한 이후 다시 20여 년만이다. 그녀와 연이 닿은 남천동 친구의 주선으로 서너 번 만날 기회는 있었지만 각자 맞춤한 날을 잡지 못해 불발로 끝났다가 이제야 보게 되었네. 덕분에 잊고 있었던 기억의 한 자락을 들추어 볼 수 있었던 오늘, 그녀들과 해운대 NC백화점에서 만나 미포의 철로를 걸었다. 한때 부산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이었던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의 환골탈태. 현재 블루라인 파크로 불리는 이곳의 사진을 한눈에 보기 좋게 사이트에서 퍼다 날랐다. 요거는 폐선 이후, 개발 전 사진으로 2015년 2월이다. 아쉽고 아쉬워서 곧 사라질 이곳을 찾아 어린 나의 기억에 새겨진 옛적을 남..

대구 나들이/강정보 디 아크, 근대 골목 투어 2코스, 불로동 고분군

9월 30일(금) 와우! 살랑살랑 가을바람에 얹혀온 낭보, 친구 신랑이 또 우리의 인도자가 되어 주시겠다면서 정성 포실하게 담긴 양질의 동선까지 꾸렸다.^^ 9월 마지막 날 대구로 떠나는 양초회 피크닉. 梁初회란 셋의 첫 발령지 머리글과 첫 만남의 의미를 담아 친구 신랑이 하사^^해준 모임명이다. 무려 40년 만에 우리의 자리에도 이름이 붙었다.ㅎㅎ ♣ 강정보 디 아크 덕분에 알게 된 4대강 보 중의 한 곳인 달성군 강정보, 그 속의 문화관 ‘디 아크(Artistry of River Culture)’. 강, 물, 자연을 모티브로 한 이집트 출신 건축가 하니 라시드의 작품이라고 한다. (납작한 돌이 물 위를 차고 나아가는 물수제비를 형상화했다고.) 방문 전, 기사를 통해 사업 당시 여론이 꽤 부정적이었다는..

부산 국제마루음악제, 10월 1일 촛불집회

9월 24일(토) 단 한 줄의 기사도 발견할 수 없었던 오늘의 부산 촛불집회. 부산의 친구들과 약속이 정해진 딸아이가 떨어져 나가고 손주랑 오붓하게 남게 된 토요일. 마루 국제음악제와 시간이 겹친 촛불집회를 조금 미루기로 하고 녀석과 문화회관부터 들렀다. 벌써 13회에 접어든 음악제는 이번이 처음인 데다 프로그램 정보 역시 전무 했던 터, 그럼에도 녀석과의 공동 관심사인 피아노 연주를 당연히 기대해버린 나의 방자한 확신은 보기 좋게 빗나갔당.ㅠㅠ;; 이거, 대체로 관악오케스트라 제전이더라고.ㅎ 게다가..... 첫 곡 도입부부터 금관악기 전체가 강으로 터지는 행진곡에 청력이 염려스러울 정도로 예민한 손주는 혼비백산, 결국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퇴장했다.^^;; 뭐, 어쨌거나 잠깐이긴 했지만 오늘의 경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