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 970

인간은 지구 위의 작은 존재다.

아무래도 감동이 줄어들지 않는 순간이 있다. 최근 집중적으로 빛 샤워를 시켜 준 식물들이 일제히 새끼를 치고^^ 있다는 거. 특히 가장 나이 많은 호야 때문에 오늘 깜딱 놀랐네. 그동안 그늘진 벽에 걸어 두고 물만 먹여주다 1주일 전부터 가장 해가 오래 머무는 작은 방 창틀에 올려 뒀더니 생각지도 않았던 잎 언저리에서 실처럼 가느다란 새잎이 삐져나와 세상 바라기하고 있던 욘석. 에고, 무식해서 정말 미안해. 사실 너 불임^^;;인 줄 알았거든.ㅎ 하루가 온전히 내 손아귀^^에 있다 보니 해가 드는 시간 동안 자리 찾아 줄 수 있게 되면서 적으나마 광합성이 가능하게 되자 그 이상의 기쁨을 되돌려 주는 고마운 식물들이다. 호야, 화이팅!!!^^ 비가 예보되어 있던 날이 화창하다. 그에 대비해서 다른 계획을 ..

대중교통으로 국립산청호국원까지

마음은 그곳에 있어도 가는 길이 까마득하여 늘 딸네와 동생네에게 얹혀 다녔던 산청 깊은 호국원. 얼마 전, 딸네와 여수 여행길에 들러 오기로 했던 계획이 도중에 무산되면서 잠시 미루었다가 오늘 여행 삼아 책 한 권 들고 그 길 위에 섰다. 주말 동안 친정과 시댁 챙기느라 힘들었을 딸네에겐 알리지 않고 오랜만에 호젓하게 나홀로 집을 나선 날. 어떻게든 도착은 할 터, 호국원 홈페지의 ’찾아오시는 길‘에 의존하여 무작정 배낭부터 짊어졌더니 그동안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다녀왔다. 06:00 출발→사상 서부터미널에서 06:40 진주행 우등고속 승차→07:50 진주 시외버스터미널 도착→08:40 대원사,홍계,중산리 방향버스(1시간 간격 배차) 승차→09:15 남사 삼거리하차 하여 수곡, 대평 방면 도..

골병이 될까 체력 단련일까, 캐리어 장바구니

너무 오래되어 기억에서 지워지다시피 했던 조관우의 ’꽃밭에서‘가 생각나는 이른 아침의 날씨였다. 40여 년 전 정훈희씨가 불러 히트 친 후, 다시 20여 년 뒤에는 조관우씨가 리메이크하여 그의 대표곡이 된 노래. ♪♬ 이렇게 좋은 날~엔 이~렇게 좋은 날엔.......♩♪♬ 볼수록 흡족하네. 어제 다이소에서 끌고 와 다용도실에 얌전히 모셔둔 장바구니 말이다.^^ 이렇게 좋은 날.... 시민공원에서 가볍게 운동 한 번 해 주고, 책 읽으며 떼굴랑 좀 하다가 부전시장의 신선한 소채나 가득 담아 올까 보다. 아, 이런! 막상 나서 보니 대기질이 엉망이다. 건너편 황령산이 누렇게 보일 정도라니.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날아든 카톡을 그제서야 확인했다. ’황사 영향으로 영남권 대기질 매우 나쁨‘ㅠㅠ;; 작정하고 장바..

쪽동백나무로부터

어제와 같은 코스를 염두에 두고 나섰다가 도중에 샛길로 들어섰다. 웅천 왜성 오름의 뱀 사진 목격 이후 오솔길에 대한 공포가 도무지 사그라들지 않아 최대한 임도를 고수해 오던 차에 호젓함을 누리고 싶은 속마음을 접지 못하고 결국 객기를 끄집어냈다. 길을 막기만 해 봐, 뛰어넘어서라도 전진할 테니.^^;; 그 길에서 만난 화사한 쪽동백나무. 뱀 때문이 아니라 쪽동백의 단아한 아름다움에 멈춰 서 더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그만 놔 줘, 나 장 보러 가야 해.ㅎ 때죽나무와 흡사한 쪽동백나무. 잎이 뾰족한 때죽나무는 꽃 하나하나 저 홀로 흘러내리고, 쪽동백나무는 둥근 잎에 아카시아처럼 꽃대 하나에 십수 개의 꽃이 사이좋게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 요거, 때죽나무 꽃을 떼어내서 보면 쪽동백꽃과 구분하기 힘들다..

채소 키우기 도전! 드디어 결실을 맺다!^^

서향에다 앞 건물에 가려진 우리 집 일조량은 1일 대략 두세 시간 정도. 꽃을 피워내는 식물을 키우고 싶었지만 햇빛을 듬뿍 받아먹고 자라야 하는 걔들을 데려온다는 것은 못 할 짓이다. 싱싱한 분 골라 모셔도 우리 집에선 봉오리만 삐죽이 내밀다 허망하게 떨어져 버리기 때문. 하다 보니 집안엔 호야나 스킨답서스, 스파티필름 같은, 목만 축여줘도 감지덕지 잘 자라는 반그늘 식물이 대부분이다. 하물며 채소랴. 퇴직 후 곰곰.....생각했다. 옥상이 있으니 소채라도 한 번 도전 해 볼까. 우선 조롱조롱 탐스러운 방울토마토부터. 오래 손길이 닿아야 가능할 것 같았던 방울토마토가 10일 만에???!!!! 읭? 이거 실화니? 정말, 진심 감탄했다. 며칠 전 꽃이 몇 개 떨어졌길래 아, 안되나보다 싶어 고개 늘어뜨리고 ..

안녕, 하고 집으로 가자.

5월 4일(화) 1박을 더 고려했으나, 녀석이 다니는 학원 몇 곳의 어린이날 행사에 대해 딸아이와 대화하면서 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일정을 접었다. 긴 휴일 중의 절반을 우리와 함께 한 녀석에게 또 다른 하루를 주는 것이 여러모로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의 경험도 새롭지만 또래와 어울려 공유하는 놀이 시간도 그만큼 중요하니까. 아빠 곁에서 하루 더 놀다 갈까, 친구들과 학원의 기념일에 참여하는 게 좋을까.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학원의 분위기가 평소와 다를 거라는 걸 감지했는지 녀석도 집으로 가고 싶어 했다.^^ 그래, 가자. 곧 비도 쏟아지겠네. 3시간을 달려야 가야 하니까 아침 든든하게 챙겨 먹고. 곧장 바다를 향해 툭 떨어져 내릴 것 같은 구름. 집으로 향하는 도중 비가 흩날리기 ..

오늘은 낭도에서 논다

5월 3일(월) 아우야 얼마나 훌륭한 아침이냐. 우리들의 꿈보다는 더 아름다운 아침이 아니냐. 어서 바다를 향하여 기운찬 돌을 던져라. 우리들이 저 푸른 해안으로 뛰어갈 아침이다. 김현승 '아침' 중에서 ♣ 오늘의 일정 펜션 출발→화양조발대교→둔병대교→낭도대교→낭도(낚시, 고둥 줍기, 풍경 담기)→해넘이 전망대→여수 수산시장→펜션(낚시, 해변 즐기기) ♣♪♬ 낭도 가는 길목에서 드디어 낭도! 방파제 넘어 자갈밭으로 향하면서 .... 손주의 휴일 덕분에 조용한 평일 여행을 즐겼다. 무엇보다 녀석이 진심 즐거워 보여서 좋다. 생글생글 웃는 아이야 누가 뭐래도 지금처럼 하늘의 꽃으로 한 생을 살아라 권정순 ’아이야!‘ 중에서 ♠ 산타바 주차장 조형물 내려가 보고 싶었지만 조금 먼 여수 수산시장이 다음 일정에 ..

다시 여수, 그 첫 날.

5월 2(일)~ 인생은 짧고, 당신의 아이들이나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내일도 당신 곁에 남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생은 너무 짧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최대한 그들의 모습을 즐기고, 시간 있을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 나의 가족, 친구들의 존재를 즐긴다. - 돈 미겔 루이스·멕시코 의사이자 작가 ’기왕이면....‘으로 의도된 것처럼 대다수 학교의 개교기념일은 공휴일 전후다. 거기다 재량 휴업일이란 제도가 생기면서 소위 샌드위치 데이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휴업일로 지정되어 길게는 1주일까지, 누군가에겐 고통일 수도 있을 넉넉한 휴일이 주어지기도 한다. 손주의 학교도 어린이날 전날이 개교기념일이라 토요일(5월 1일)부터 수요일(5월 5일)까지 주~욱 쉬게 되었다. 그 첫날은 딸 ..

아버지께...여식이 올리는 첫 기세상

4월 27일(화) 어머니 기제 당일, 마침 쉬는 날이어서 참석했던 사위가 다음부터는 좀 더 넓은 자기 집에서 제사를 모시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의사를 타진해 왔다. 기제가 평일이면 다음날 등교해야 하는 손주 때문에 딸아이가 곁에서 밤을 보낼 수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혼자 모실 수도 있는 일이라 개의치 말라고 한들 둘의 마음은 편하지 않을 터, 결국 그 뜻을 받아들여 내가 움직이기로 했다. 어머니 기일에 바투 붙은 11일 뒤, 오늘은 아버지 기제일이다. 전날 부전시장에서 몇 가지 재료를 구입해 두었고, 손주를 등교시킨 딸아이가 오전 중에 나를 데리러 넘어왔다. 간소한 상차림이라 크게 벌여 놓을 일은 없으므로 일손 빠른 내가 혼자 준비한다 해도 오후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

하루 동안 1년어치 산 것 같다.

4월 24일(토)~ 지난주 등산길에 우연히 야생 녹차 나무를 발견하고는 향에 취해 한 줌 따왔다. 곡우(4월 20일, 21일) 전에 채취한 잎이니 나름 우전차라는 거.^^ 찌고 말리고 덖고 하는 복잡한 과정 몽땅 생략하고 그저 말리기만 했는데도 풍미가 그만이었다. 오호! 솔직히 ’200도 300도 가마솥에 덖고...' 어쩌구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성분은 제대로 보존될까 싶었던 의문이 맹랑한 실험정신을 부추긴 거다. ㅎㅎ 암튼 맛본 뒤 슬그머니 욕심이 발동했다. 잎이 더 거칠어지기 전에 따악 한 줌만 더.^^;; 절기로 구분하는 것이니 이번 주가 세작으로 분류되는구나 했는데 1주일 사이 새 혀가 아니라 독수리 혀만큼 잎이 자랐다.ㅠㅠ;; 기왕 일찍 눈뜬 김에 오늘은 딸네까지 시내버스로만 이동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