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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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2021년, happy ever after

대중교통으로 국립산청호국원까지

헬로우 럭키 찬! 2021. 5. 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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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그곳에 있어도 가는 길이 까마득하여 늘 딸네와 동생네에게 얹혀 다녔던 산청 깊은 호국원.

얼마 전, 딸네와 여수 여행길에 들러 오기로 했던 계획이 도중에 무산되면서 잠시 미루었다가 오늘 여행 삼아 책 한 권 들고 그 길 위에 섰다.

주말 동안 친정과 시댁 챙기느라 힘들었을 딸네에겐 알리지 않고 오랜만에 호젓하게 나홀로 집을 나선 날. 

 

어떻게든 도착은 할 터, 호국원 홈페지의 ’찾아오시는 길‘에 의존하여 무작정 배낭부터 짊어졌더니 그동안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다녀왔다.

 

06:00 출발→사상 서부터미널에서 06:40 진주행 우등고속 승차→07:50 진주 시외버스터미널 도착→08:40 대원사,홍계,중산리 방향버스(1시간 간격 배차) 승차→09:15 남사 삼거리하차 하여 수곡, 대평 방면 도보30분 09:45 국립산청호국원 도착→입구에서 부모님 묘역까지 다시 10분.

 

진주로 들어 섰다. 버스 안에서 한 컷.

하루 3회 운행 중인 청계, 관정행 버스로 호국원 입구까지 편하게 가려면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매표소 직원분께서 10시 40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다고 하셨지만 3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므로 당연히 50분 뒤에 출발하는 대원사.중산리행 버스를 선택했다.

 

뭐, 평소 3~4시간 산행에 비하면 남사 삼거리에서 호국원까지 평지 30분쯤이야 다 식은 수프 먹는 것보다 쉽지.

휴일 오전 8시의 진주터미널은 의외로 한산하다.
진주 터미널 바깥쪽. 사람이 안 보인다. 너무 이른가?^^;;
진주에서 남사 삼거리까지 요금

 

진주에서 남사예담촌까지는 금방이다.

20분이면 산청군 지경을 넘을 수 있고, 원지와 단성면 두 곳에서 각각 정차하고 나면 바로 남사예담촌이 있는 남사 삼거리.

35분이면 도착한다.

 

지난 4월 11일 딸네와 호국원 다녀오다 강변의 유채꽃밭에 혹해서 내려섰던 곳이다.

원지와 단성을 이어주는 단성교 아래 강누천. 

버스 안에서 본 강누천

♣ 남사예담촌

나를 편안하게 모셔준 버스가 전망 누각으로 이어진 고가교 아래를 지나고 있다.

고마운 마음에 한 컷 남기려 폰카를 들이대다 뜬금없이 눈물 피잉~~ㅜㅜ;;

 

화살표는 진주행 버스 승강장이다.

약재로도 쓰이는 지칭개와 그 뒤에 흐드러진 찔레꽃. 찔레꽃은 6월의 꽃인데.....올해는 겨울과 봄의 변덕이 유난하여 그에 갈피를 잡지 못한 꽃들이 멘붕 상태에 빠진 것 같다.

 

저기.....

그대로 서서 한참을 건너다 봤다.

저 왔어요오~~~

또 울컥하면서.........

청계.관정행 버스가 정차하는 국립산청호국원 입구역
삼거리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 호국원이고.
정문의 오른쪽으로 보이는 작은 동산이 아카시아로 덮였다.

 

홍살문

 

참배객들이 놓고 간 카네이션.  부모님께 잠시 올렸던 내 꽃도 저기 .....^^

 

현충관

잔디밭의 이팝나무가 화려해서 현충관을 넣고 한 컷 남겼다.

 

 

요즘은 빵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다.

내돈내산 빵 안 먹어본지 꽤 되었네.^^

물 대신 우유, 계란, 버터를 넣고 서너 가지 견과류와 당근으로 주물럭한 나름 영양빵^^에 바나나 한 개와 커피를 곁들인 양질의 ’아점‘으로 휴식도 즐길 겸 잠시 책을 읽다 나왔다.

 

그 사이, 검은색 나비가 계속 주변을 돌아다니더니 남사예담촌 버스 정거장까지 따라온....다른 나비겠지만 왠지 자꾸 눈물이 나서.......

 

갈 길도 먼데.... 허기를 방치했다가는 따가운 정오의 봄볕을 견디지 못할 것 같다.^^

 

국내편과 해외편으로 나뉘어진 여행기록. 참 괜찮은 생각을 가진 분이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신......^^;; 그러다 보니 일상 수필같은 느낌이 강했다.

 

 

5월을 걷다보면 지천에 밟히는 것이 꽃이다.

대부분 한 번쯤은 눈이 먼저 익힌 꽃이지만 붉은토끼풀 같은 처음 보는 들꽃도 있다.

아무데서나 막 자라는 그것들은 차도까지 밀고 들어와 길손의 발에 채이고, 바퀴에 쓸리고, 끝내는 목이 댕강 잘린 채 바람길 따라 훠어이훠어이 날아 다닌다.

 

보통 6월에 만개하는 찔레꽃.

벌써 낙화 중이다.

 

붉은토끼풀
한창 봉오리를 만들고 있는 금계국. 우사인 볼트보다 더 빨리 달려온 몇 송이는 벌써 주름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참 깨끗하고 고운 찔레꽃.
양달개비? 그런 것 같기도.....^^

11시 45분 진주행, 운 좋게도 2분 만에 버스를 탈 수 있었다.

혹 기다림이 길어지면 일전에 한 번 올랐던 예담촌 건너편의 누각에서 멀리 눈도장이나 찍어볼까 했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들이 워낙 많아서 새삼 새로울 것도 없겠지만.

 

귀가한 시간은 3시 직전....길 위에서 얻고 버린 시간이 대략 8시간이다.

진심 행복했던 하루.

 

오늘 읽은 ’여행 처방전‘의 저자가 이런 말을 했다.

’걷기는 내면적 성찰과 깨달음을 주고, 공격적 에너지를 창조 활동으로 승화시킨다.

주변의 사물과 풍경을 바라보며 걷다 보면 저절로 내면의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와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달으며 행복을 느낀다.’

 

가끔은 이렇게 홀로 나선 길에 부모님 뵙는 것도 참 좋구나 싶으니 마음이 한결 즐겁다.

 

오늘이 지나가고 있다.

자유롭다, 무얼 또 바라리.

아서라.

세상에 몸을 의탁해 사는 것이 또한 얼마나 될까.

가고 머무는 것을 어찌 마음에 맡기지 않겠으며,

무엇을 좇아 허둥대며 어디를 가려는가.

부귀(富貴)는 내가 바라는 것 아니고

신선 세계는 기약할 수 없는 일.

좋은 날에는 홀로 나가

혹 지팡이를 세워놓고 김매고 흙 돋우며,

동쪽 언덕에 올라서는 시를 읊조리고

맑은 물에 이르러는 시를 지으리라.

그저 조화에 맡겨 살다가 다함에 이르리니,

주어진 천명(天命)을 즐기는데 또 무엇을 의심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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