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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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세상에 둘도 없는 천상의 소리, 이런 이기적 유전자^^

11월 2일(수) 녀석 하교까지 텀이 긴 수요일 부산에 잠시 들른 딸아이 차에 얹혀 진해로 들어갔다가... 투박한 손가락 끝에서 전해져 오는, 눈물 날만큼 맑고 고운 체르니 소나티네. 고등학교 시절 바그너 탄호이저 서곡을 처음 들었을 때 뜬금없이 눈물 펑펑 쏟은 이래 입틀막하면서 감동하긴 처음이네.^^ 재주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이 아이에겐 최고의 즐거움, 기교 완벽하게 장착된 세상 어떤 대가들의 연주보다 내겐 욘석이 들려주는 피아노 소리가 단연코 으뜸이다.^^ 여느 사내아이들처럼, 아니 그보다 한 수 위에서 노는 이 아이가 운동보다 피아노를 더 애정하는 것이 우리에겐 참으로 의외였더라지. 내가 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 라는 이 사랑스런 아이. 그런 아이가 들려주는 서툴지만 아름..

가을 어느 하루 산청 호국원, 그리고 거창과 가조온천

11월 6일(일) 호국원 할비,할미 보러 가자는 딸네로부터의 전언. 그러고 보니 음력 10월은 묘사 철이다. 아버지 사후 먼저 돌아가신 엄마를 선산에서 이곳으로 이장한 이후 거의 잊고 있었다. 5대 조상님부터 해당되는 것이 묘사라 까마득한 후손의 무심함이 소홀로 이어진 탓이다. 부모님도 단풍 고운 이 가을을 즐기고 계시려나. 앞다퉈 치장 중인 제각각의 수목들에 눈 불렀던 호국원 주변 풍경.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뵙고 오려 했더니 딸아이는 술 한 잔이라도 올리겠다면서 앙증맞은 소주와 한 입짜리 말린 한치를 챙겼다.^^ 종교 등의 이유로 제사를 기피하는 사람도 있으나 어느 종교든 부모는 잘 모시라고 합니다. 부모님을 공경하고 부모님의 부모님이신 선조님들도 잘 모셔야 하지만 돌아가시고 계시지 않으니 제사를 모..

부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행사'

11월 5일(토) 대략 총체적 난국이다.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참, 불과 6년 만에 또 다시 촛불을 들게 될 줄이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행사는 5시, 일찍 나서 부전시장 들러 알라딘에서 책 몇 권 구입한 뒤 집회 장소에 들어선 시간은 4시 50분이다. 벌써 자리 잡고 앉은 분들이 꽤 많다. 현 정부 수뇌부의 퇴진과 이어진 이번 집회는 이태원 참사를 기점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 묵념을 시작으로 시민 발언, 추모 공연까지 마친 후 하트 조형물이 있는 집회 장소에서 롯데백화점과 서면교차로, NC백화점을 거쳐 다시 하트조형물까지 행진 후 오후 7시 10분 해산했다. 국민이 언제나 현명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심은 마지막에 가장 현명하다. 국민은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

11월에도 전국에서 촛불이 밝혀진다는 소식

꾸준히 미래를 밝히는 민초들이 있다. 감사하게도.... 우린 그저 묻어갈 뿐. 아마도 이 일정에 약간의 변동은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서울시는 사실상 ‘불허’의 입장을 밝혔으므로. 11월5일(토)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집회 13차 촛불행동 일정 펌: http://tadream.tistory.com/34676 ♣ 서울 11월5일(토) 5시 시청역 7번 출구 앞 대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13차 촛불 행동 집회 https://www.facebook.com/junhwanmove/photos/a.101685875884151/162434206475984/ ♣ 11월12일(토) 4시 광화문역 2번 출구 앞 1차 윤석열 퇴진 중고등학생 촛불집회 --> 11월5일(토)에서 연기 https://www.i..

백양산 왕벚나무 숲길, 시가 있는 지혜의 숲길

10월 29일(토) 개림초등학교 뒷산을 짧게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신라대학교 방향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보인다. 집 나설 땐 분주히 가을 치장 중인 백양산 정상을 오를 작정이었지만 역시나 가지 않은 길을 향해 발동한 예의 호기심이 생각을 질러버렸다. 초행길에 만난, 여느 산과 같은 듯 다른 또 예쁜 풍경. 오랫동안 산과 들을 즐기던 길목에서 종종 눈인사를 주고받았음에도 친숙해지기는커녕 여전히 갑툭튀하는 뱀과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엔 비명조차 말아 먹힐 지경이다.ㅠㅠ;; 그들이 활동 중인 세 개의 계절은 샛길에 대한 호기심을 아예 접어둔 채 대체로 넓게 틘 임도만을 고집하는 편인데 요즘처럼 동면 준비로 예민해진 뱀과의 조우를 원천봉쇄^^;;하는 방법은 어쨌거나 임도, 오늘 걷는 이 길도 차암 좋다아~~~^^ ..

바야흐로 꽃향유의 계절, 엄광산 지나 구봉산 절반^^

10월 22일(토) 엄광산은 거의 2주 만이다. 그새 꽃향유 천지, 눈으로 전해지는 익숙한 향기가 반갑다. 이내 스러질 것 같았던 여린 고들빼기꽃도 가녀린 대의 끝에 매달린 채 징한 여름을 건너 아직도 굳세게 꽃을 피워내는 중. 여기저기 가을가을한 풍경. 왕따 당한 거니? 너 그러다 계절의 배반자로 낙인 찍힌다아~~~ 깜찍하기도 하여라. 쓰디 쓴 뿌리에서 이토록 고운 색의 꽃이라니! 여전히 탱탱하게 매달린 꽃봉오리를 보아하니 겨울과 맞장 뜰 기세구먼.ㅎ 털머위꽃. 거참, 그저 이쁜 고들빼기꽃과 다를 바 없구만 희한하게도 이 아이 앞에선 감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누가 이 현상에 대해 납득 가능한 설명 좀 해 주라.ㅎ 꽃마을 방향으로 걷다 눈에 띄는 입간판이 있어 잠시 올라섰다. 관음사. 종파를 따로 새겨..

양산 황산 공원의 댑싸리 속에 퐁당 빠진 딸

10월 19일(수)~20일(목) 수요일은 손주 하교까지 딸아이에게 허락된 시간이 꽤 길다. 방과후 학교 코딩수업이 끝나면 3시 30분, 그 텀을 살짝 간 본 지난주의 라운딩이 쏠쏠했던지 이번엔 좀 더 먼 곳으로 점프해 볼 계획을 심었다. 화려한 댑싸리 사진을 걸어 놓은 한 블로그를 캡처해 톡으로 날려 준 거. 눈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색, 딸아이는 금방이라도 트롤이 짜잔 등장할 것 같다며 그 오묘한 풍경에 환호했더라지. 오호, 가을과 어깨동무하고 한 번 달려나가 볼까.^^ 부산발 시외버스가 정차하는 웅천에서 10시 즈음 도킹하여 곧장 양산으로 달렸다. 10월 22일부터 시작되는 국화축제 준비가 한창인 양산의 황산 공원.(경주 소재 황산 공원이 아니다.) 강 따라 길게 누운 공원은 현재도 조성 중이라 썰렁한..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APEC 나루공원

10월 18일(화) ‘가을 날씨가 참 좋네.’라며 톡에 운을 띄운 지기가 현재 영화의 전당에서 상영 중인 김창열 화백의 다큐를 보러 가자며 의사를 타진해 왔다. 오호, 아~주 좋아.^^ 다른 한 지기는 선약이 있어서였는지 ‘요번 판 패스’로 아쉬움을 남겼넴. 드물게 둘만의 나들이, 점심 즈음에 만나 밥 먹고 영화관 근처 APEC나루공원 산책 후 상영시간 3시 50분에 맞춰 입장했다. 1시 즈음의 NC백화점 7층은 적막강산, '채선당' 안은 북적. 둘 다 식사량이 적은 편이라 야채 코너 두어 번 왕복으로 이내 배가 뽈록해졌다.ㅎ ♣ APEC나루공원 따악 영화만 보고 서둘러 빠져나오다 보니 ‘제법 볼만한 곳.’으로 알려진 이 공원은 처음이다. ‘아니, 부산 토박이면서 여기가 처음이라니.’ 라는 핀잔을 한 사..

청명한 하늘, 이렇게 좋은 날의 금련산

10월 16일(일) 시계가 유난히 좋은 오늘, 친구의 권유로 금련산을 찾았다. 그녀와 만나는 날은 으레 그렇듯 산이 매개가 되는 날이 대부분이다. 평생 밥벌이가 되어 준 가게를 조만간 접기로 한 친구의 마음이 복잡할 것 같아 요즘은 자주 부름에 응하는 편. 덕분에 청명한 가을과 만나고 오면서 내가 최에~~~고로 좋아하는 양곱창도...^^ 가르마 같은 길을 경계로 황령산과 금련산이 나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두 개의 이름으로 불리는 산인 줄....ㅎ ♣ 부산 전통예술관 국가 및 시 지정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의 전승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2019년 4월 18일 개관, 기능 분야 무형문화재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부산시가 건립했고 (사)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연합회가 관리•운영하고 있단다. 친구가 운영하는 ..

늘 행복한 날 중의 하루

10월 13일(수)~14일(목) 올해 들어 서너 번, 눈치껏 사우나 시설을 이용해온 나와 달리 딸아이는 질병관리청의 대응책에 착실히 따라온 터였다. 3년여를 그렇게 버티던 딸아이가 최근 소강상태로 보이는 코로나19를 의식한 듯 목욕탕의 뜨거운 물이 너무 고팠던 속마음을 조심조심 내비친 거. ‘엄마, 울집에 올래? 저녁에 맛잉 거 먹고 다음 날 지사 광천수(딸네 전 동네의 물 좋은 목욕탕이다.) 가는 거 어때?’ 그래그래 그동안 고생 마이 했썽. 어미가 상 줄겜.^^ 해서 KT 모뎀 교체작업이 완료되자마자 진해로 go! 오후 5시 즈음의 웅천, 멀리 아파트 절반을 가린 흉물스런 건물이 먼저 보인다. 입주민들의 오랜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산.진해 경자청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뒤집어쓴 육가공 공장이 2차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