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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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기쁨, 설날 생일과 냉이

1월 22일(일)~23일(월) 옛날엔 정초에 딸을 낳으면 경망스런 일이라 하여 출생을 알리는 것도 꺼려할 정도였단다. 게다가 출생신고를 원적에 올려야 했던 당시의 법에 따라 부득불 고향을 지키고 계신 구미 큰아버지께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시큰둥 하셨겠지.^^;; (그래도 아들만 줄줄이 넷인 큰아부지는 이후 내가 갈 때마다 그저 므흣, 엄청 챙겨 주셨다는.^^) 차일피일 미루시던 어느 날 그제서야 생각나서 신고하신 날이 다음 해 9월, 해서 내 가짜^^;; 생일이 호적의 한 귀퉁이에 슬쩍 들어앉아 버렸다나.ㅎ 뭐, 그때는 나뿐만 아니라 생년월일이 호적과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했지만 서두.ㅎ 그런 시절에 내 어머니는 아들 선호사상쯤은 개나 줘버려 라는 듯 장녀인 나를 애지중지 누구보다 귀하..

간소해진 제례와 차례

1월 22일(일) 부끄럽지만 부모님 사후에조차도 ‘차례’라는 의미를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모든 제례의식은 당연히 같은 형식이라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사전에는 차례(茶禮)를 ‘명절날이나 조상의 생일 또는 매달 음력 초하루와 보름날 따위를 맞아 낮에 지내는 약식 제사’라고 기록되어 있다. 한 마디로 차(茶) 한 잔, 다과 한 접시 올린 상을 두고 조상님과 명절 담소 나누듯 예를 차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달랑 둘 뿐인 오뉘에 동생이 祭主여서 그나마 손위인 내가 모두의 수고를 덜기 위해 명절제 만큼은 생략하기로 했고, 이후 지금까지 나는 딸네와 함께 명절 전 호국원을 찾아 두 분을 뵙는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참으로 탁월한 결정이 되었다. 부모님이 미래를 짐작하시고 이끄셨나 여겨 ..

오늘도 산에서 채웠다, 뭐가 됐든.^^

1월 21일(토) 설 연휴 첫 날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해마다 전년도의 근사한 계획에 처맞은^^;; 트라우마가 내성처럼 자리하고 있건만, 올해 역시 나름의 플랜을 구상하다 하필 타이슨의 말이 떠올라 멘탈 제대로 저격당한 이 계면쩍음.ㅎ 지구별에 이름 석 자 콱 박아 놓고 떠난 버나드 쇼조차도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묘비명을 남길 만큼 인생엔 채워야 할 것들이 많을 텐데 말이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백팩 짊어지고 산을 올랐다. 이것도 다짐의 일부라 육신의 석화 방지 차원에서 걷고 오르기를 주 3회 이상 대체로 지켜 왔으니 어느 정도 성공적이지 않았나 하는 자위로 타이슨을 방어 해 봄.^^ 이런 날.... 구름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벽공 아래, ..

요양원에서.........

1월 18일(수) ’인생은 여행이며 생의 목적지는 죽음입니다. 죽음에 이르면 또 저승으로 떠나야 하고 그 목적지에 도착하면 곧 갈아타야 합니다. 우리네 인생에서는 완전한 도착지가 없습니다. 참된 인생 여로는 여행 도중에서 만난 사람, 일어난 일, 생각한 것, 느낀 것을 충실히 맛보는 것입니다. 뒤돌아보고 ’참으로 잘 살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인생을 만들어가는 여정입니다.’ - 인드라 초한 ’빈 마음, 향기로운 채움 98‘ 중에서 4개월여 전 요양원에 입소하신 외삼촌을 뵙고 온 뒤 울적해진 마음을 추스르며 들춰본 책의 한 구절이다. 10시부터 11시 30분, 시간에 맞춰 사촌 부부와 입구에서 만나 들어선 요양원은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귀찮을 만큼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보호자가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을..

제3회 부산시민공원 빛 축제

1월 17일(화) 합기도장 특강 종강 후 낮 시간이 조금 여유로워진 녀석의 시간을 또 예쁘게 채워 주고 싶었나 보다. 마침 내일 하루 공부방도 방학이라면서 시민공원 빛 축제를 보기 위해 녀석을 끼고 오후 늦게 부산으로 들어온 딸아이. 7시 즈음 시민공원에서 도킹 후 공원의 현란한 빛으로 들어섰다. 제3회 부산 희망드림 빛 축제 한 해의 끝에서 돌아보는 아쉬움을 위로하고 새해 첫 달의 의례적인 다짐^^을 격려해준 밤의 교향악, 빛의 하모니가 황홀했던 시간이었다.

성묘, 그리고 선물 받은 버즈2 프로

1월 14일(토)~15일(일) 심각했던 겨울 가뭄 끝에 금요일 오전 동안 쏟아진 폭우는 부산의 취약 지구를 침수시킬 정도였다. 그만하면 되었다아~~~싶었지만..... 토악질하듯 한꺼번에 쏟아낸 비로도 해갈되지 않는 가뭄이라니, 그동안 대지가 얼마나 바싹 마른 상태였는지 짐작이 간다. 딸네랑 호국원 가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했던 다음날은 그나마 부슬부슬 오락가락, 땅도 그닥 깊게 젖지는 않아 길 나서기엔 무리 없었던 토요일. 하늘이 명절 앞둔 성묘객들의 마음을 읽어 들였나 보다. 지구별 말아 먹는 데 혈안이 되어있는 몹쓸 인간들에게도 자연의 배려는 이리도 한결같다. 엄마, 아부지, 곧 4월이에요. 지구별로 여행 오실 그때 다시 뵐게요. 산청에서 거창까지 대략 1시간, 거의 점심시간에 도착한다. ..

더 퍼스트 슬램덩크

1월 10일(화) ‘진보 성향 커뮤니티서 노재팬 갑론을박’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영웅’에 앞서 ‘슬램덩크’를 먼저 관람한 1人 으로서 유구무언이지만 예술계조차 배척의 바운더리에 넣어버린다면 자칫 날개의 한쪽을 잃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때리는 시누이보다 말리는 시어미가 더 밉다는 말이 무색해져서 하는 말이다. 이전 역사는 차치하고라도 해방 전후 말리는 시어미 역할을 고수했던 미국, 그 헐리웃 영화에는 환장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플랫폼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우위를 점유하고 있는 재패니메이션을 기어코 부정한다면 우리 애니메이션계의 발전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영화든 책이든 미술, 건축 등 모든 저작물을 마주하는 데 있어 대중의 의식이 문제로 남는다. 손자의 병법 중에 가장 유명한 ..

이소룡급 내 사탕^^

합기도 4년 차, 2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요놈. 그새 발차기 포즈가 가히 이소룡급이다.^^ 뭐, 내 눈에 요렇게 보이는 것도 이기적 유전자의 일방통행이겠지만 서두.ㅎㅎ 2018년 7월 초창기, 얼마나 굴림을 당했는지 거의 혼절 상태에서 실려와 우리를 박장대소케 했던 장면이다.^^ 지금까지 어떤 학원도 가기 싫다고 먼저 말한 적 없었고 결석 한 번 하지 않았던 요 신기한 녀석, 같이 시작한 친구들은 도중 하차하거나 종종 빼먹기도 했지만 욘석은 생체 리듬에 각인이라도 된 듯 모든 행위가 그저 자연스럽다. 가끔 밖에서 속상한 일 당하면 고개를 푹 숙이고 살짝 삐져있던 것 외에는 지금까지 제 어미 앞에서 짜증을 내거나, 고집 피우고 떼쓰는 일 전혀 없이 고맙게 잘 커 주고 있는 이 아이. 아마도, 녀석의 ..

5박 6일 그 겨울의 여행/THE-K가족호텔 사우나, 구례 화엄사

12월 31일(토) 빡셌던 3일간의 여독도 풀 겸, 광양 도착 다음 날은 사우나 후 근처의 화엄사 들러 오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지리산 The-K 가족호텔 사우나. 와, 첩첩산중 동네 목욕탕 시설에 일반 이용료 15,000원이면 지리산 산신도 눈 흘기시지 않을라나. 공제회 회원가로 1인 9,000원에 입장하긴 했지만 그것도 과하다는 섭섭함의 화살을 어디론가 날려야 할 것 같더라고. 절반 가격으로 뚝 잘라보는 게 어떠시냐고 친절히 민원까지 넣어주고 싶더라니까.ㅎ 기왕 나선 길이어서 구례 돈까스 맛집을 찍어봤다가 패스! 마침 따악 점심시간이라 혹시나 전화 넣어봤더니 줄 서서 40여 분 기다려야 한단다. 한 끼 별미 찾아 돌아다니다 읍내에서 발견한 ‘롯데리아’. only 감자튀김일 거면서 녀석의 감격 지수..

5박 6일 그 겨울의 여행/진안 마이산, 광양

12월 30일(금) 금산 산림문화타운 출발→금산 백령성과 육백고지 전승탑→진안 마이산→광양 전날의 늦은 취침에도 녀석의 기상 시간은 일렀다. 한 바퀴 돌고 와서 아침 먹자아~~~ 돌아볼 만한 시설이 많았지만 계절과 일기에 따라 운영이 중단된 곳도 있어서 풍경만 눈에 담아 보는 걸로. 육백고지 전승탑에서 본, 그냥 한 폭의 산수화 600고지 전승탑으로 오르는 계단 6․25전쟁에서 패배한 후 퇴로가 막힌 북한군과 그 동조자들이 이곳 백암산으로 집결, 요새화했는데 이들을 토벌하기 위한 토벌대와의 격전지다. 양쪽 모두 2,56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피아를 떠나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다. 간절히 바라건대 다음 생은 부디 평안 세대에서 차고 넘치는 행복을 누리소서. 전라북도 진안 마이산을 향하여.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