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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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도종환님의 말씀이 감겨들던 날.

아이들에게, 그것도 한창 성장의 조짐을 보이는 욘석에게 올여름은 조금 버거웠나 보다. 한 번 잠으로 들면 세상이 무너져도 필요한 만큼의 수면 시간을 다 채워야 일어나던 녀석이 뜬금없이 큰 볼일 봐야겠다며 한밤에 눈을 뜨기도 하고 어느 때는 코피로 베개까지 흠뻑 적셨단다. 기껏 생각해 낸 여름철 보양식이라고 해 봤자 입 짧은 녀석에겐 삼계탕 정도, 그나마도 반 공기가 최대량이니 지구촌에 남발하는 모든 정보를 끌어모아 본들 우리에겐 그저 무용지물이다.ㅎ 딸아이 걱정도 크겠지만 돌아와서도 신경이 쓰여 ‘컨디션 어떤 것 같아?’ 톡을 날렸더니 보내준 사진. 아이들이야 쓰러지지 않는 한 제 몸의 이상 반응에 신기할 정도로 둔감하여 놀 때는 이렇게 멀쩡해 보인다.^^;; 손주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꿈을 꾸..

왔다 갔다 토, 일요일이 바빴던 딸네^^

7월 17일(토)~18일(일) ‘엄마, 국제시장에 백종원 3대 천왕 1등 떡볶이 집이 있대. 점심은 엄마 집에서 떡볶이랑 튀김으로 해결할까? 저녁은 가야 냉수탕가든 오리 백숙 포장해서 우리 집 들어가자.‘ 그러면서 ’엄마 좋아하는 조개도 캐고.‘한다. '읭? 조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채취 본능이 꿈틀거리면서 앞서 얘기한 맛집은 다 잘라 먹고 신나게 화답했다. 그래 좋아.^^;; 떡볶이랑 튀김, 핫도그, 전으로 점심 때운 뒤 오리 백숙 사 들고 용원 어시장까지 들러 와 차려 낸 저녁상이다. 오리를 먹지 않는 사위 먹거리로 전복-3개는 회, 1개는 버터구이-과 해삼을 챙겼고, 보기만 해도 헉! 소리가 나올 만큼 푸짐한 오리 백숙, 그 곁에 얌전히 누운 내 텃밭제 풋고추.^^ 언제나 같은 다음 일정은 한여..

이중섭 거리, 그리고 라임 스파트필름과.....

매번 깨닫지만 걸으면 보이는 게 정말 많다. 그저께 좌천동 가구거리로 향하던 길에 발견한 범일동의 이중섭 거리만 해도... 조성년도는 2014년이다. 그동안 출. 퇴근 길목이었음에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퇴직 후 걷기 시작하면서 무려 7년여 만에 우연히 발견한 표지판. 오늘, 발광하는 7월 중순의 용광로를 머리에 이고 그 거리로 들어섰다. 기상청 예보대로라면 7월 들어 절반의 날은 비가 왔어야 했다. 착실히 백팩에 우산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할 동안 비는커녕 낯빛 좋은 해만 들락날락했던 날들. ‘부산·울산·경남지역의 날씨는 오늘 천둥.번개 동반한 강한 소나기 주의,’ 이게 출발 3시간 전의 예보였지만 걷는 내내 햇볕은 모자를 뚫고 내 머리까지 홀라당 벗겨 먹을 기세로 덤벼들더구만. ‘사후에도 지속적으로 대..

카테고리 없음 2021.07.17

별수 없어 복숭아 청으로.....^^;;

복숭아가 이렇게 맛이 없을 수도 있나. 얼마 전 두구동 연꽃 소류지 다녀오던 길, 마침 노포동 오일장이라 재미가 나서 한 봉지 사 들고 온 거다. 아, ....물맛의 오이는 먹겠는데 무맛의 과일은 일단 손부터 가지 않네. 이 많은 걸 우짜지? 병조림을 해 볼까? 인터넷 뒤졌더니 청으로 만드는 분들도 꽤 보인다. 기왕이면 껍질째 먹는 청이 낫지 않을까 해서 요걸로 결정! ♠ 재료는 복숭아 6개, 설탕 대략 250g, 레몬즙 2스푼. 집에 굴러다니는 병 몇 개 추려서 제일 먼저 열탕 소독부터 해 두고. 복숭아는 껍질째 담으려니 식감이 의심스러워서 거의 분쇄하다시피 했다. 냉장고에서 시들어 가는 것을 볼 때마다 미뤄 둔 숙제 같더니 이제 속이 후련하네.^^ 숙성기간은 제각각, 3일에서 1개월까지 의견이 다양하..

안창마을과 호천마을/50여 년 그들의 사연이 캘리그라피에 담겨 있다.

7월 14일(수) 사람을 바라보면 눈물이 난다 사람으로 살아 보니 그랬다 신광철 ‘사람’ 엄광산을 짧게 오른 후 좌천동 가구거리에서 책장도 둘러 볼 겸 안창마을 쪽으로 내려섰다. 오래전 입구에서 두어 번 망설이다 다음을 기약해 두었던 곳, 호천마을의 ‘호랭이 어술렁길’에 이어져 있는 길이다. 좁고 어두운 출입구 앞에서 멈칫거리다 벽에 새겨진 ‘오늘 당신에게 참 좋은 일이 분명 생길 겁니다.’라는 문구에 급 기분이 밝아졌다. 호랭이 어술렁길 입구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풍경이다. 몇 개의 운동기구, 개울 따라 아래로 길게 뻗은 계단과 빼곡히 들어선 주택들. 아마도 노인문화회관에서 배운 듯 개인 캘리그라피 액자가 계단에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2019년 행복한 동행 캘리그라피 작품’ 대부분이 이곳 안창마을과..

딸아이가 물어다 줬다. 경탄해 마지않았던 즐거운 시간.

영화나 디스커버리, 아르떼 등 선호 채널 몇 개만 고정해 두고 보니 TV 안에서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사는 편이다. 평소 음악과 관련된 예능 채널이나, 음식,요리에 관심이 많은 딸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충족되는 부분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이번처럼 소름 돋는 무대를 목격한 뒤 채널 몇 개 더 늘리고 시청 시간까지 조절한 것은 첨이네.^^;; 인구 오천만의 작은 나라, 전 세계 인구 순위 28위..... 14억 중국을 따돌리고, 13억 인도를 넘어서, 3억 미국도 하찮은 우리나라의 끼 넘치는 재주꾼들 소식은 늘 감동이다. 애니메이션 ‘피아노의 숲’에서 형식의 구애 없이 오로지 자유로운 느낌만으로 천상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꼬마 카이가 생각났다. 정형화된 연주 기술에서 벗어나면 세상에 없던 예술이..

두구동 연꽃 소류지와 홍법사

7월 12일(월) 인터넷에 널린 소류지 사진들을 보면 비 오는 날의 풍경이 훨씬 운치 있을 것 같았다. 예보된 비를 기대했던 하늘은 오히려 햇볕 쨍쨍, 계속 비 올 거라고 사선 좍좍 그어 놓은 걸 확인했는데 벌써 장마 끝난 거? 기상청 예보 분석관 왈, ‘기후변화로 돌연변이 장마가 잦아 종료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른다는 거네. 물론 며느리도 모르겠지.ㅎ 이대로 장마가 종료되면 1973년 이후 48년 만에 가장 짧은 장마가 될 거란다. 아.....와중에 나는 발정난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지.ㅎ 러시아워 끝, 9시 5분에 출발했다. 버스와 지하철 환승 텀 포함 노포동까지 1시간, 오전 중에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마을버스 2-2번 으로 다시 환승하여 소류지가 있는 '조..

문득 계곡의 물소리가 고파졌다.

이틀 숨 고르기 하던 장마가 오후부터 재차 시작된다는 예보. 날씨 예보란에는 월요일까지 주욱 사선으로 비가 표시되어 있다. 다 믿을 건 못 되지만.^^ 엉덩이가 들썩였다. 한동안의 폭우로 엄광산 계곡을 달리는 물소리가 엄청나겠다 싶으니. 세상을 유영하는 어떤 음악보다 마음이 더 평온해 지는 자연의 숨소리,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면 오히려 온전한 고요가 느껴진다. 가야공원에서 시작되는 코스를 밟고 곧장 계곡부터 보러 갔다. 내려오던 길, 아직 볼만한 수국이 있었다. 그늘진 산 속이라 개화시기가 늦었나 보다. 걸음 속에 쌓이는 이생의 하루들.........늘 내게 들려주는 말, 그러니까 잘 걷자. 무릉계에 와서 알았네 물에도 뼈가 있음을 파인 돌이 이끼 핀 돌 안아주고자 하는 마음 큰 돌이 작은 돌에게 건너..

신평에서 다대포, 강 따라 바다까지

7월 9일(금) 아....징하게도 내린다. 하늘 향한 짜증질이 먹혔나 봉가, 오늘은 엷은 구름층 사이로 해가 제법 길게 얼굴을 보여 준다. 커피 내리면서 아침 챙겨 먹고, 냉장고 정리 좀 하고, 약밥 한솥 만들고....어영부영 10시가 넘어섰다. 산은 폭우에 푸욱 젖어 질퍽 거리겠지. 장마철 하늘님 변덕은 익히 경험한 터라 비를 예상하며 검색창에 ‘비 오는 날 걷기 좋은 길’을 넣었다가 ‘언젠가 한 번’ 했던 그 길, 신평에서 시작되는 강변로를 추천해 주신 한 블로그에 ‘좋아요’ 꾸욱 눌러 드린 뒤 우산 챙겨 넣고 집을 나섰다. 비가 시작되었다면 두구동 연꽃 소류지로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지하철 신평역 1번 출구로 나와 강이 보일 것 같은 건너편 길로 들어서서 무작정 걸었더니.... 요기 '노을 나루길'..

알렉산더 말로페예프, 러시아 꽃미남 피아니스트

유튜브에서 그리그 피아노협주곡을 찾다가 이 매력적인 소년을 발견했다. 알렉산더 말로페예프Alexander Malofeev. 2001년생으로 올해 스무 살, 젊은 피아니스트 선두주자 그룹인 러시아 피아니스트이다. 2014년 영 뮤지션을 위한 국제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1위를 수상하였고 다수의 국제 콩쿨에서 우승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여리여리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건반 위에서 발산되는 괴력은 측정불가, 소름이 돋드라는. 아마도 10대 중반 쯤....앵콜 곡에 또 한 번 뻑! 갔다. S.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3 in D minor, Op.30 Saint-Saens. Piano Concerto No 2, G-moll, Op.22 E. Grieg. Piano concer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