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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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방학 선물이지

다른 사설 학원도 방학특강 프로그램이 있나? 빡시게 진도 뽑아내는 수업의 연장이 아니라, 학교와 학원을 영혼 없이 왕래하며 시들어가는 아이에게 숨골 열리는 신선한 놀이 체험 시간을 만들어 주나 싶어서. only children!! 난 이런 학원 처음 봤네. 손주가 3년째 다니는 진해 별하 야무진 합기도장, 정말 한결같아서 늘 감사할 따름이다. 결국은 사업인데, 이처럼 올곧은 정신을 장착하고 아이들 앞에 설 수 있는 분들이 몇이나 될까. 심지어 제도교육에서조차도 정규 수업 외에는 최대한 발 담그지 않으려는 교사들이 많은데. 어쨌거나 주변에 넘치는 학원들의 정보를 모아 최종적으로 이곳을 선택했던 딸아이의 수고도 한몫했지만, 이런 분들과 만나게 된 손주 또한 인복을 타고 난 것 같기도.^^ 눈높이에 맞춘 드론..

휴가 여행은 물 건너 간 것 같고....

8월 10일(화) 사위는 8월 중순쯤 조용해진 후 휴가를 쓸 예정이다. 그때 봐서 사람 없는 곳 찾아 며칠 바람이나 쐬고 오자는 것이 당초의 계획이었으나, 아마도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거리 두기 4단계로 격상된 도시가 많기도 하거니와 현 상황을 보아하니 점차 확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서 ‘오전 반짝’ 콧구멍 펌프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오늘은 녀석이 오후 3시부터 학원 수업 있는 날이니 그 전에 휘리릭....^^ 해서 피서 겸 동굴 탐사^^를 계획했고, 러시아워 끝나는 9시에 광속으로 달려 도착한 곳은 언양의 자수정 동굴. 대여섯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으나 예상했던 대로 이른 시간의 광장은 휑, 관람객들 더 모여들기 전에 서둘러 매표부터 했다. 환골탈태까지는 아니어도 지속..

수정산 아란야사, 그 아래 안용복 기념 부산포 개항 문화관

8월 7일(토) 어제 하루 몸이 불편한 친구의 집 정리에 힘을 좀 나누긴 했지만 그 정도쯤이야 산행에 견주랴. 쉬어 볼까 하던 생각 끊어내고 나선 길, 가슬한 바람 오가는 산그늘의 비호를 받으며 엄광산에서 수정산까지 무려 6시간을 거뜬하게 오르고 걸었다. 아직은 쓸만한 육신이다.^^;; 비스킷이랑 자두 몇 개, 보리차 한 병 백팩에 챙겨 넣고 목이 긴 양말 장착 후 10시 출발. 지난 수요일, 엄광산 쉼터를 기점으로 늘 다니던 임도 방향이 아닌 반대편 아래쪽 길을 선택해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곁눈질로 봐둔 그 오솔길의 끝을 봤다. ♣ 성북시장 웹툰거리 성북시장 끝에서 이어지는 가파른 길 중간 쯤에 안용복 기념관으로 내려가는 모노레일이 있다. ♣ 안용복 기념 부산포 개항 문화관 부산 역사 문화 콘텐츠 발굴..

아이야 나랑 걷자

아이에게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 주고 싶은 딸. 사위는 주구장창 ZZZZZZZZ 얼마나 한결같은지.^^;; 변함없이, 일관성 있게,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휴일의 절반은 ZZZZZZZZZZZ, 아마도 퇴직하면 하루의 절반을 ZZZZZZZZZZ 부모 곁에서 맴돌 시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만, 아빠와 소소하게 남길 유년의 추억 좀 만들어 주잖고서. 그러다 보니 사위가 있는 휴일 오전엔 두 녀석이 멀리도 못 가고 요렇게 주변 돌기만 하고 있다. 에구, 마음이 짠하네. 문득 최백호와 아이유가 듀엣으로 불렀던 노래가 생각났다. '아이야 나랑 걷자.' 아이야 나랑 걷자, 멀리 너의 얘길 듣고 싶구나 아이야 서두를 건 없다 비가 올 것 같진 않아 볕이 닿는 흙을 밟으며 바람 따라 걷고 싶어요 누굴 만난다면 노..

도심 한복판의 부산진성

등산과 걷기만큼은 최소 주 2, 3회를 지켜보자고 퇴직 초부터 다짐해 오던 터였다. 하루아침에 집순이로 돌변^^하면서 자칫 일상으로 파고들 나태가 두려워 일단 첫걸음의 키워드를 ‘건강’으로 걸어뒀기 때문이다. 예상 밖에서 발생하는 아주 가끔의 일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그 이상으로 초심을 유지해 오고 있는 편인데... 최근 단수로 딸네 얹혀 있었던 몇 날과 바로 이어진 가벼운 2박 여행 등은 그 예외적인 상황에 속한다. 대략 1주일은 떼굴랑이었네.^^ 마침 찾던 책이 경성대역 ‘알라딘’서점에 있기도 했고 긴 휴식 끝이기도하여 오늘은 조금 멀리 걸어보기로 했다. 폭염 경보쯤이야 ‘여름은 원래 이렇게 더운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무념무상에 들면 웬만큼 견딜 수 있는 체력은 된다.^^ 좌천동에서 부산진시장으..

경주 둘째 날, 다시 첨성대에서

화려하게 늘어선 배롱나무가 심장까지 강타하는 길을 달려 도착한 첨성대 주변은 아직 고요하다. 절정의 여름, 무쇠도 녹일 듯 광선총 난사하는 태양의 폭주에도 아랑곳없이 화려하게 땅을 뚫고 올라 선 꽃, 꽃, 꽃, 꽃들.....배롱나무, 백일홍, 해바라기, 꽃범의 꼬리, 꽃죽엽도, 수세미, 연꽃...... 야경으로 더 유명한 곳이지만 내겐 밤보다 낮이 훨씬 더 볼만했다. 게다가,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 가장자리로 둘러 핀 몽실몽실한 저 꽃구름 봐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오.^^ 월정교와 교촌마을 지난밤 첨성대 갔다가 지나쳐 온 월정교. 벌써 휴가가 시작되었는지 주변은 승용차와 사람으로 풍경조차 가려져 혼비백산 빠져나왔다. 그러나 오늘, ‘우..

방학 선물, 경주 엉클 톰스 캐빈의 첫날

7월 28일(수)~ 손주가 방학하는 평일 첫날 보따리 싸기로 했다. 코로나 시대라고는 하지만 녀석의 원폭급 기운을 막무가내로 눌러댈 수만은 없는 일, 매년 8월 초순의 전국적인 휴가철 인파를 피해 7월 초부터 위, 아래로 훑다가 마땅한 곳이 눈에 띄어 예약해 둔 곳이다. 풍경부터 어느 것 하나 흠잡을 곳 없었던 경주 소재 ‘엉클 톰스 캐빈’펜션.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을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 잡으려고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세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데 관심을 갖지 않고..

단수, 황망한 외박

7월 23일(금)~25일(일) 단수라고? 물 없이 반나절 견디기도 힘든 이 더위에, 그것도 금, 토요일 이틀 동안? 하루 정도는 어떻게든 받아 놓은 물로 버티겠지만 이틀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포다. 아~~~!!!!! 역대급 멘붕 사태! 집 가까운 호텔에서의 1박을 생각하다 결국 딸네로 불려들어갔다. 그래, 지난주 내내 얻어먹기만 했으니 이번엔 내가 거하게 먹여 줄겜. 했으나 일로 바쁜 사위가 그만 여수에 갇혀 버렸단다. 에궁. 여차저차, 달거리를 유난히 힘들게 치르는 딸도 챙겨 줄 겸, 가출^^ 후 딸네서 2박 누룽지 되기로 결정! 그 첫날 저녁, 금방이라도 녹아 없어질 것 같은 딸을 위해 따순 백숙으로 상을 차렸다. 24일(토) 육아 중인 맘들이야 거의 같은 심정이겠지만, 딸아이 역시 주 5일을 학교와 ..

까마가 그거 냥냥이 밥그릇이거든.

올해 유난히 엄광산 모기떼가 극성이다. 계피 스프레이가 얼굴까지는 보호해 주지 못해서 무려 4곳이나 빨렸다는. 해서 오늘은 1시간 반 걸어 걸어서 성지곡 수원지로 들어가 돗자리 깔아 봤다. 아.......모기, 한 마리. 주변 돌기 하는 놈을 몇 번 쫓아냈더니 다시 오지는 않았다. 이곳 모기는 삶에 대한 의욕이 그닥 강하지 못한가 보네.ㅎ 나야 고맙지.^^ 편안하게 이어폰 꽂고 베토벤 첼로 소나타 듣다 너무 시원해서 스르르....잠들어 버렸다.^^ 내가 가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겁없이 고양이 밥그릇으로 모여드는 까마귀들. 독식에 눈먼 한 마리가 그릇째 물고 달아나는 장면이 찍혔다. 연신 악악거리는 까마귀 떼.....에혀, 여긴 까마귀가 극성이다.ㅎ 그나마 이어폰이라도 꽂고 있으니 모기떼 보다 견디기는 수..

남편 밥상, 아들 밥상

사위가 가끔 제 밥상이 아들 것만 못하다고 은근 비교하더라며 딸아이가 보내준 사진. 완전 진수성찬이구만. 얘는 밖에서 고급 요정 음식만 먹는가 봉가. 참. 그러잖아도 입 짧은 걸로는 세계 1등 먹을 수도 있겠구만, 같은 재료라도 두 남자를 위해 매번 2종의 찬을 만들어야 하는 딸아이의 수고가 무색해진다. 에구 그러고 보면 두 남정네가 다 먹거리 앞에서는 황제다. 세상 먹거리 10개 중 7~8개는 외면하는 데다, 특히 사위는 닭도 물에 빠진 닭은 no! 무조건 기름에 튀겨야 하고, 같은 음식도 이 집 거는 먹으면서 저 집 거는 손사래 치고.... 이러니 집에서는 뭘 어떻게 해 줘야 하냐. 건강은 염려되지, 그렇다고 제일 좋아하는 조미김만 줄 수도 없고, 그나마 박봉을 음식 재료에 올인할 수도 없는 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