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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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1월 3일(월) 볼 일 때문에 서둘러 딸네에서 넘어오던 길, 띠리리리리~~♪♬ 지기로부터 벙개팅 요망. 얼마 전 퇴직한 친구의 제안이었다. 시간 되남? 12꺼정 NC후문 어때용? 에구, 바로 달릴겜.^^;; 먼저 도착한 한 친구와 합류, 어슬렁거리다 받아든 홍보 유인물에 꽂혀 당초 가려던 샤브집에서 ‘남도(였지, 아마도)복국’으로 급선회했다. 썩 괜츈한 선택이 되어 준 복국으로 배를 채운 뒤, 우리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곳 기장의 ‘카페 드 220볼트’ 앞으로 전진. 여전히 일신우일신 중인 동부산, 카페 드 220볼트 1층에 새로운 명소로 뜨고 있는 ‘카페 대보름(full moon이라는 영어명도 있다.ㅎ)부터 먼저 들러 봤으나 애정하는 ’빵‘들이 맘에 들지 않아 되돌아 나왔다는. 우어어~~~요즘 새로 ..

2021년의 끝, 2022년 새해 / 2박 3일의 행보

곤두박질치듯, 속절없이 또 한 해가 저물었다. 화살은 과녁에 닿고,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의 종착지는 죽음, 유속이 멈춘 것 같았던 과분한 생의 한 시절도 있었건만, 내려다보니 삶의 끝이 코앞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닿으니 내게 남은 시간 속에 어떤 의미를 새겨 넣어야 할지 새삼 갈팡질팡.ㅎ 어쨌거나 한 해의 끝에서 사랑이들을 만났다. 나의 개인적인 볼일도 늦어졌고, 광양에서 출발하는 사위의 상황도 만만찮아 다음날로 미루고자 했지만 송년과 신년의 의미가 무색해 질 것 같아서.....^^ 광양에서 출발, 요올씨미 진해로 달려 마눌이랑 자식 얹어 내 집까지 운전해 온 사위. 다음 날 시부 생신 챙겨 드린 후 진해로 들어가는 사위 차에 얹혀 새해 첫날은 딸네서. 새해 인사도 드릴 겸, 설 명절이 1월에 이어져 있..

다만 한 해의 끝 달

참 열일 하시는 따님. 우리가 어른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자각하지 못할 때가 더 많을 거라고, 그래서 어쩌면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클지도 모른다고.....늘 미안함이 가득한 딸아이는 일상의 소소한 것에도 사랑과 관심을 담아 특별한 날로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로, 우리와 전혀 상관도 없고 유래조차 불분명한 성탄절이 한 해의 끝 달이라는 아쉬움과 맞물려 모두를 들썩이게 하는 이즈음, 딸아이도 어쩔 수 없이 아이의 기분에 동참하기로 했다던가. 굳이 특정 종교의 기념일에 부화뇌동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야 부모가 형형한 눈빛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한 언젠가 녀석도 제대로 깨우칠 터, 아직은 그 즐거움과 마주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트리를 준비하고 장식하는 과정도 녀석에겐 신나는 일 두 녀석을 위해 ..

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이문수 신부님

작으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을 구입하게 된 이유다. ‘이 신부는 2015년 서울의 고시원에서 한 청년이 지병과 굶주림을 홀로 견디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접하고 청년밥상문간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수녀들, 사제들의 도움도 받았다.’ 청년 밥상 문간의 시작은 이러했다. 이 책은 저자 이문수 신부님이 청년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이다. 종교의 순기능 중의 하나는 무모해 보이는 어떤 일을 시도하기에 앞서 그것을 매개로 했을 때 조직적 협조나 도움이 훨씬 수월하다는 데 있다. 故 이태석 신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무일푼의 일 개인이 미개한 타국에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에..

TAGO타고, 세상의 모든 음악

몇 주 째 종일 강의만 들었더니 뼈만 굳은 게 아니라 감성까지 뻐근해졌다. 음악도, 독서도, 영화도, 평소 즐겨 했던 소소한 손장난까지 그저 시큰둥.....그 꼭짓점에서 찾아낸 퍼커션이다. 그러면서 들어앉은 나름의 깨우침 하나. 숙면에 든 감성을 깨워 기를 불어넣어 주는 데는 역시 타악기가 제격이었다는 거다. 당초 사물놀이에나 심취해 볼까 하여 찾아다니던 중에 깜딱 발견한, 어째서 이런 그룹을 모르고 있었던 거니. 체코, 독일, 러시아, 네덜란드, 프랑스 등 해외에서 10여 년 동안 우리 음악을 알리고 있는 ‘TAGO’ ‘두드려 세상을 밝힌다’라는 기치 아래 전통예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남성 타악그룹이다. ‘가장 행복한 공부’라는 불교 카페에 ‘TAGO’에 대한 소개글이 ..

늙다리 건강식^^, 견과류 강정 두 번째 도전 중.

12월 5일(일) 손주니임~~~할미 견과류 강정 만들었다우.^^ 그럭저럭 괜츈했던 첫 작품^^을 조금 건네줬더니 의외로 손주가 잘 먹더란다. 효능이 월등하다는 걸 알면서도 성분이 각각 다른 견과류를 매일 이것저것 챙겨 먹는 데는 게을러 마음먹고 도전해 본 거였는데. 오늘은 정보를 조금 더 모아모아서 만들어 봤다. 나의 경우, 모든 음식을 일일이 계량하는 것도 아니고 매번 재료도 들쭉날쭉이다 보니 맛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다. 약밥, 빵, 식혜, 수정과 등...해도 언제나 배신하지 않는 맛이었다는 거.^^ 오늘 견과류 강정 재료는 견과류: 호두, 아몬드, 브라질 너트, 호박씨, 해바라기씨, 캐슈넛, 참깨, 건크랜베리, 건포도 소스 재료: 식용유, 프락토올리고당, 설탕, 물, 시나몬 가루 ♣ 과정 끓는 ..

칠암 베이커리 카페 '사계'....눈치와 찜찜의 교차

12월 4일(토) 40여 년을 함께하며 늘 나를 돌아보게 해 주는 참한 두 지기.... 그중 한 친구가 얼마 전 사위를 맞았다. 착하면 되었지. 세속적인 시각에서 딸아이에 견주어 보면 제법 부족한 위치일 수도 있었으나 새 식구와 연을 맺으며 조용히, 그리고 진심 기쁜 마음으로 우리에게 남겨 준 말이다. 그렇지. 가족에게 된통 당한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나를 의식한 듯,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다져 말하는 그녀가 내 마음을 다독여 줬다. 결혼식도 무사히 끝냈고....밥이나 한 끼 하자. 해서 동부산 쪽의 일등가 들러 한창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칠암의 베이커리 카페 ‘사계’까지 잠시 다녀왔다. 퇴직 후부터 평일 낮에 만나오던 것에 익숙해 있던 터, 처음으로 내 새끼줄 때문에 휴일을 선택했다가 깜딱 놀랬..

김장 쬐끔^^, 탱글탱글한 행복

11월 27일(토)~28일(일) 12월까지 딸네도 나도 새끼줄을 너무 빡세게 꼬아 놨다. 미뤘다가 때를 놓치겠다 싶어 더 추워지기 전에 김장부터 하기로 하고..... 요즘은 워낙 고수들이 많아 블로그 곁눈질만으로도 실패하는 일은 거의 없다. 얼마나 다행인지....^^;; 십수 년 동안 두 집 어울려 하던 터라 마음 놓고 있다가 3년 전부터 한 집이 집에서 밥 먹을 식구 없다며 뒤로 물러나는 바람에 이제 우리만의 연중행사가 되었다. 첫해는 멘붕^^;; 태산 같은 걱정 안고 이쪽저쪽 기웃대며 주워 모은 정보로 두어 해 쭈물럭거리다 보니 그새 손에 익어 이젠 일도 아니게 되었네. 20kg....나는 김치를 거의 먹지 않아 딸네 것만 하다 보니 남들 보기엔 워낙 약소한 양이긴 하다.^^ 양념이 제법 남았던 작년..

명품 밥상

‘요거 질렀어.’ ‘탐심貪心’ 갖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며, 주어진 현실을 달달하게 즐길 줄 아는 딸아이도 가끔 곁눈질로 소유욕을 드러내 보이는 물건이 있다. 바로 테이블 웨어. 일손 느려터지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높은^^ 경지를 고수하면서도 와중에 직접 요리한 음식을 맞춤한 그릇에 담아내는 것에는 유난히 마음을 쓰는 편이다. 결혼 전, 서면 디오빌의 ‘나홀로’ 생활을 할 때부터 자신만의 식탁 역시 오밀조밀 예쁘게 코디한 다음에야 수저를 들 정도였으니. 자신을 소중히 하고 사랑하지 못하면 밖에서도 대접받지 못한다면서.^^ 진심 옳은 말이다. 마음먹고 들인 그릇을 오늘 처음 셋팅해 봤다며 날려 준 식탁 사진. 에구, 그릇이 고마워하는 게 보이넴.ㅎㅎㅎㅎ 어떤 사람들에겐 한 끼 밥값 정도밖에 안..

with 딸, 가을 날의 보타닉 뮤지엄

11월 18일(목) 2021년 수능일. 아...벼랑 끝에 선 느낌이겠다. 12년의 노력이 하루로 평가되는 전무후무한 부조리. 아이들과 그 가족 모두의 마음에 평온이 깃들기를 .... 목적지를 보타닉 뮤지엄으로 정해 놓고 녀석을 등교시킨 후 출발, 마침 길목이기도 하고 10시 오픈까지 시간이 넉넉하여 들어선 이곳은 올봄 야생 녹차를 채취했던 장복산 등산로의 한 입구다. 지난주 들렀을 때 녹차 꽃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아쉬움에 오늘 재차 방문해 본 거. 10월에서 12월까지 계속 피고 진다고는 하지만 아마도 절정기는 10월 중순 쯤이 될 것 같다. 시든 채로 줄기에 매달려 있는 꽃들 중에서 그나마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몇 개를 떼어 냈다.^^;; 그윽하고 신비스런 향의 유혹에 탐욕을 떨쳐 낼 수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