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0년, 은퇴 첫 해 94

파노라마 제주4/ 마라도

2020.10.06(화) 바람은 여전한 것 같았으나 일단 출항 소식에 가슴이 둥둥거린다. 고삐 풀린 파도가 기어코 배를 뒤집겠다면 맞서 줄 무모함까지 챙길 만큼 잔뜩 기대했던 마라도, 내가 사는 땅의 맨 끄트머리 작은 그 섬.... 감회가 남다름이다. 모슬포 남항(운진항)에서 9시 40분에 승선하여 30여 분만에 도착했다. 승용차도 필요 없는 한 뼘 작은 섬, 승객만 실어나르는 순수 여객선이라 오늘 같은 강풍에는 심장이 쫄깃해 질만도 하다. 흠머, 이러다 아틀란티스도 보겠네 했던 (길게 느껴졌던)시간.ㅎ 1960년대 관광산업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숱한 인적에도 불구하고 그저 의연한 자태로 견뎌온 섬은 다만 자연에 순응해 온 변화뿐 제주도와 함께 태고의 흔적이 눈물겹게도 고스란하다. 운진항 운진항에서 바다..

파노라마 제주 3

2020.10.05(월) 어제부터 바람이 심상찮았다. 어째 불안하네. 쎄~~~~한 이 느낌은 그동안 단 한 번도 배신 때린 적이 없어서. 역시나 마라도 해녀민박 쥔장으로부터 비보가 날아들었다. ‘강풍주의보가 떠서 배가 출항하지 못한답니다. 다음날도 장담할 수 없어요.‘ 흠머, 예까지 와서 잔뜩 기대했던 마라도행이 무산되는 거 아녀? 두 손 모으고 밤새 낭보를 기다릴 수밖에.ㅠㅠ;; 결국 마라도 숙박 마이너스 1일은 해군호텔이 떠안게 되었다. 성수기의 사태였다면 길거리에 텐트 칠 뻔했넴.ㅎ 이러저러하여 오늘 앞당겨 오른 한라산 영실코스. 해군호텔 룸에서 바라본 바깥 정경. 무거운 먹장구름이 배도 내친 강풍 앞에서도 마냥 의연하다. 해군 호텔 입구에 '여기 제주도야아~~'라고 목청껏 소리치는 노지 감귤밭이 ..

파노라마 제주 2

2020.10.04(일) 우도에서 9시 출발→평대리 비자림→안돌오름 비밀의 숲→광령식당→해군호텔→구엄포구 이른 아침의 비양도 터미널 주변엔 뚜벅이족을 위한 자전거와 전동차가 즐비하다. 성산 일출봉도 가깝게 보이고 막 출발하는 선상에서... 안녕 우도, 비양도야. 이틀 동안 최상의 날씨로 우리를 품어줘서 정말 고마웠어. 비자림으로...... 흠머, 근데 얘네들 대놓고 애정질을. 살짝 이른 시간이라 입장객은 별로 없었지만서두.ㅎ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비자림.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생 되고 있단다. 인간의 단어로 표현하는 순간 불경죄가 성립될 것 같은 위엄이 서려 있는 곳. 자연과 시간에 대한 경외심 앞에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제주도와 거제도에서 자란..

파노라마 제주 1

2020.10.02(금)~10.03(토) 해운대→고흥 녹동항→제주도→우도→비양도 경유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날 동생네로 들어갔다. 10월 2일 새벽 4시 30분 해운대에서 고흥 녹동항에 도착한 시간은 8시경. 9시에 출발하는 아리온 제주호에 차부터 실어두고 매표한 후, 준비해 간 토스트에 허기를 의지하고 나니 곧 승선시간이다. 승용차로 3시간 30분을 달려 다시 배 위에서 3시간 30분, 무려 7시간..... 그 긴 시간조차 시작의 설렘과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는 길 위의 풍경으로 마치 신선계의 시간인 듯 찰나처럼 여겨진 첫날. 고흥에서 소록도에 닿아있는 소록대교. 문둥이 시인 한하운님의 시 ‘소록도 길’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 졌다. 그리고 그 왼쪽으로 다시 기~~~~인 다리. 한국 최초의 복층 교량인 ..

제주도...출발 전

♪♬ 이어도사나 이어도사나 우리 배는 잘도 간다..........♬ 이청준님의 ‘이어도’가 애틋한 그 섬, 뜻밖의 기회에 편승하여 제주도로 떠나게 되었다. 동생 부부가 추석 명절 이어 열흘간 제주도 (낚시)여행 계획을 세우더니 내겐 숟가락만 하나 얹으시라 권유해 온 거였다.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고는 하나 역시 눈치가 보이는 데다 성격상의 이러저러한 기우杞憂가 발동하여 결정까지 한참을 망설였는데... 행여 홀로 명절 보낼까 싶었던지 여러 차례 진심 담아 꼬드기는^^;; 동생네의 배려에 생각은 이내 액체괴물로 변하기 시작했고, 결국 군중 피해 다니는 섬여행이라 괜찮지 싶은 마음이 커져 OK 사인을 날려버렸다. 하선 후 곧장 우도로 들어가 짧은 연도교를 건너야 하는 비..

가을에 걸터앉아

2020.09.30(수) 한여름 그 뜨거운 날에도 기를 쓰고 산을 찾던 사람들이 어떤 연유에서인지 선선한 요즘에 오히려 줄어들었다. 간간이 눈에 띄는 노부부 두어 쌍, 나홀로 몇 분 정도. 인적없는 너른 쉼터가 초겨울 잎 다 떨어낸 나무보다 더 쓸쓸해 보이는 엄광산 편백숲. 와중에 이어폰을 통해 마음으로 흘러드는 음악이 하필 레퀴엠이라니.^^;; 아....가슴 저려. 포레, 부르크너, 베르디, 치마로사, 모차르트 등등 접근이 쉽지 않은 당대의 대작들이 아니라, 미국의 여성 보컬그룹 Three Graces의 노래를 팬텀싱어 남성 4중창단이 편곡한 크로스오버다. 원곡보다 감정선이 훨씬 디테일하고 섬세해서 더 심금을 울렸던 이거. 여기에는 카운터테너 최성훈의 가성이 레퀴엠 본연의 처절한 감성을 극한까지 끌어 ..

천마산 조각공원, 대원사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 보면 보이리 길이 김규동 ‘당부’ 엷은 구름 사이로 드러난 청명한 가을 하늘, 딸아이가 천마산 조각공원을 찾아 왔다. 3년여 전, 아직 어린 손주를 데리고 딸과 천마산 허리춤을 두르는 ‘십리길’에서 잠시 내려선 적이 있었던 곳이다. 감천 문화마을에서 시작되는 그 길은, 걷는 내내 눈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바다가 지겹지 않아 나름 쉽게 완주했던 코스로 기억에 남아있다. 오늘은 처음부터 ‘천마산 조각공원’을 찍고 출발했다가 네비아가씨의 부실한 안내로 힘들게 도착한, 아미초등학교 뒷길에서 오르는 코스. 흠머, 근데 여기가 어디메뇨? 부산의 대표적인 경관을 한방에 담을 수 있는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바로 이곳이라고 말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한 번..

엄광산 임도 편백숲과 시민공원

2020.09.26(토) 코로나19 확산과 거리 두기 등의 영향으로 경제는 위축되고, 그에 따른 구조조정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사위네 회사는 휴일 출근도 불사할 만큼 일거리가 산재해 있는 모양새다. 일단 다행스런 사태(^^;;)이긴 한데.... 해서 명절 땜질하느라 이번 주 계속 근무 중인 사위가 집을 비우는 사이 두 녀석이 산바람으로 허파를 부풀리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일루 와.^^ 엄광산 임도에 짧게 발자국 남긴 후 집에 들러 잠시 쉬었다가 오후엔 시민공원....헉!! 부산사람 죄다 여기 있는 거? 근처 이마트 트레이더스 다 털렸을 것 같다. 곳곳에 쌓인 음식 박스에는 요런 로고가 넘쳐나고 연인, 가족, 친구들과 돗자리 위에 음식 펼쳐 놓고 엎드렸다 누웠다 떼굴랑 떼굴랑.....

참 예쁜 남해 원예 예술촌

둘째 날의 풍경 원예 예술촌 가는 길, 먼발치에서 다랭이 마을의 안녕을 묻기도 하고..... 펜션에서 제공되는 조식. 와플에 곁들인 진한 헤이즐넛 향의 커피, 그리고 어린 게스트를 위한 아이스크림과 요쿠르트 3년 만에 다시 본 다랭이 마을. 더 변할 것이 없긴 하여도 내려다 본 마을은 여전히 아늑하다. 가는 길목의 썰렁한 미국마을. 미국의 이미지를 강하게 내지르는 것은 역시나 자유의 여신상인가 보다.^^;; 곳곳에 몸부림 치듯 필사적으로 눈길을 잡아 끄는 조형물이 많다. 아니더라도 자연 경관이 빼어난 남해. 탤런트 박원숙씨가 노년의 안식을 위해 뿌리를 내렸다는 곳. 예술촌 내의 거주 조건은 원예 계통에서 힘 자랑 할 수 있는 분들이어야 한다고.^^ 박원숙씨가 운영하는 카페 예뿌다,^^ 오늘의 가이드^^ ..

토닥토닥 남해행

2020.09.22.(화)~23(수) ♣ 첫째 날: 남해 상상 양떼목장 편백숲→남해 보리암→농협마트에서 먹거리 장만 후 펜션 입실 ♣ 둘째 날: 원예 예술촌 바람이나 쐬고 오자며 먼저 나서는 딸아이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웬만큼 살아낸 사람들조차 삼키기 힘들어하는 일에 마주 서도 좀체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대신이다. 해서 두 말 보태지 않고 급히 보따리 챙겨 조금 멀리 나서 본 남해. 일단 ‘괜찮은 펜션부터 찾아 놔야지.’ 했는데.... 아, 잠시 까묵했다. 시절이 하 수상하다 보니 ‘평상시’에 대입할 수 없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전대미문의 비상사태로 대략 ‘休’ 중인 업체가 많은 데다, 온라인 수업으로 집콕하는 아이들과 펜션으로 숨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나서인지 평일임에도 ‘가심비’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