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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일? 이건희 컬렉션, 부산에서도 보게 됐다!

헬로우 럭키 찬! 2022. 11. 2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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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화)

이건희 컬렉션 한국 근현대 미술 특별전 《수집: 위대한 여정》

장소: 부산 시립미술관

전시기간: 2022.11.11.~2023.01.29.

 

이건희 컬렉션 기증품을 비롯, 리움미술관, 가나문화재단, 뮤지엄 산, 아모레 퍼시픽 미술관, 고려대학교 박물관 등 국내 주요 문화기관의 소장품 97점 공개.

대부분의 규모 있는 전시나 공연은 따악 대구까지,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산에서의 전시란 기대하지 않았기에 서울까지 달렸는데, ! 내집에서 지하철 한 번으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미술관으로 향하는 지하도 벽면에 부착된 거대 홍보 포스터.

그.런.데!

그새 온라인 사전 예약은 12월까지 마감되었다는 거.

물론 회차별 전체 관람객 150명 중 50명이라 나머지 100명의 현장 발권자에 밀리지 않으면 평일 언제든지 가능하겠지만 서두.

 

해서 현장 분위기도 엿볼 겸, 며칠 전 두 지기와 만난 자리에서 추천받은 책이 마침 알라딘 센텀점에 있어 일단 나서보기로 했다.

친구가 강추했던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

그러고 보니 정유정의 작품들을 끝으로 소설과 담 쌓은지 꽤 오래 되었네.

동물학자. 아프리카에서 7년 동안 야생 동물을 관찰한 뒤 그 연구 성과를 정리해 엮은 논픽션 3편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은 수많은 찬사를 받으며 미국 서점가를 강타했던 그녀의 첫 소설이다.

 

 

 

열정 가득, 로비가 불타고 있다.^^;;

일본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Flame of Desire(욕망의 불꽃)’

11시 즈음,

온라인은 북적이드만 미술관은 의외로 한산하다.

단체 관람객도 보이지 않고.

이럼 안 되는뎅.

와글와글 북적북적해야 담에 또 이런 절호의 기회를 득 할 수 있을 텐데.ㅠㅠ;;

나야 덕분에 곧바로 입장 가능했지만 서두.

앗, 근데 꼬옥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운보의 ‘군마도’가 없어서 크~게 실망했어.ㅠㅠ;;

김종태

20세에 화단의 스타 작가로 등단했다가 29세로 요절했다는 이분의 그림은 정물화와 인물화만 달랑 4점.

그 중의 '사내아이'라는 작품이다.

속도감 있는 강한 터치가 인상적이면서 전체적으로는 따뜻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그림. 

근데, 죄송하게도 새신랑 복장을 한 40대 영화배우 이희준이 보여 잠시 '푹'...해 버렸어. 

 

 

'군마도' 어디 버려 두고 와떠.ㅠㅠ;;

무진장 아쉬웠지만, 대신 운보와 우향의 사랑을 떠올리며.......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던 요런 작품도 있었다.

'흥락도'.

어우 괜히 신명났다.ㅎ

'해녀'는 사실적인 전통화 기법에 현대적 채색을 곁들인 초기 작품(1930년대), 1950년대 입체주의 영향을 받아 농부의 흥과 역동성을 표현한 '흥락도', 완전한 추상 단계로 들어선 1960년대 작품 '유산의 이미지'

김기창 '해녀'
김기창 '흥락도'
김기창 '유산의 이미지'

 

지주의 딸이었던 우향은 일제 강점기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로 가난한 귀머거리였던 운보를 예술의 동지로 선택해 4자녀를 키우면서도 쉼 없이 활동에 매진하다 1976년 57세에 간암으로 사망했다. 두 사람의 인연과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는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 많이 알려져 왔다.

 

아내, 엄마, 예술가라는 삼중고를 끝내 버티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난 우향, 지금은 청주 운보의 집에서 운보 함께 나란히 묻혀있다.

 

한때 예기치 않았던 운보의 친일행각이 드러나면서 잠시 주춤했던 시기가 있었으나 여전히 그의 그림 만큼은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중.

 

거목 운보의 그늘에 가려 그닥 빛을 보진 못 했지만 그녀의 그림들은 볼수록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보고 싶은 욕구가 부푼다. 

박래현 '건어'

 

박래현 '작품1'
박래현 '고양이'

 

 

더 이상의 걸음을 허락하지 않을 것처럼 눈길을 끌어당기는 그림들이 너무 많았다.

최애 화백 유영국의 ‘산’ 시리즈와 이중섭과 동고동락하며 피란 시절 부산에서 함께 활동했던 박고석의 ‘풍경’, 동양화인 듯 서양화 같은 박대성 화백의 '일출봉', 변관식의 ‘관폭’과 ‘수유정’, 이응노의 ‘창조’, 박노수의 ‘해오라기’ 등등등등등.

아......전시 종료 때까지 시간 날 때마다 들락날락 해야 긋써.

 

서울에서 본 인상 깊은 몇 작품들이 빠져 나갔지만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근.현대 우리나라 화단을 들었다 놨다 했던 작품들은 더 다양해 진 것 같다.

박고석 '풍경'
박대성 '일출봉'

 

국.공립 미술관의 경우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희소가치가 높은 근대 미술 작품이나 해외 명화 수집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 그러고 보면 이건희 회장의 기증이 미술계에 남긴 업적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특히 가나문화재단 가나 아트 이호재 회장은 수집의 진정한 가치를 기증에서 발견했다면서 ‘수집가가 그림을 모으는 것은 개인 기호를 넘어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한다.’고 자본의 공익화를 천명했다지.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의지가 재계의 일각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반갑다.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쥬의 실천은 바로 이런 것.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선생의 말씀이 오늘따라 눈물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