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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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2022년, hrer and now

김장, 과도한 서비스로 멘붕에 빠진 딸^^;;

헬로우 럭키 찬! 2022. 12. 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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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금)

올해는 딸아이가 직접 배추를 절여 보기로 했단다.

(어미 힘들까 봐 홀로 감당한 뒤에야 알려 줬다.ㅎ)

 

근처 산비알에서 농사짓는 분이 계시는데 주문 즉시 수확한 배추를 원하는 날과 시간에 맞춰 배달해 주신다고 하시니 더욱 솔깃해졌던 거다.

것도 헐값에.

 

‘섭섭지 않게 서비스 들어갔습니다.’ 하셨다던가.

헐! 이 무슨.....

예상했던 한 포기가 아니었다.

문 앞에는 거의 두 배 가까운 배추 뭉치가 태산처럼 당당히 버티고 있더라는 거!

아아아~~~~, 서비스를 이렇게 맘대로 주시다니....

(잠시 '얼음' 했을 딸아이를 떠올리다 그만 허리 꺾고 박장대소 했넴.ㅎ)

전투 개시 전 뱃구레부터 채워놔야 해.

오전에 배추 씻으면서 양념까지 버무려 놓고 웅천의 향원으로 달렸다.

 

여전히 맛있썽, 추어탕.^^

 

 

나는 김치를 거의 안 먹으니까 제외, 두 식구에 맞춰 당초 10포기 예상했던 것에서 대략 1.5배는 훌쩍 넘어 버렸다.

멘붕 강림 상태에서 홀로 밤새워 다듬고, 절이고, 몇 번이나 들락거리며 뒤집고....

손 느린 딸아이가 새벽까지 좁은 안방 베란다와 주방을 유령처럼 허울렁거리며 수십 번을 왕복했겠구나 싶으니 마음이 짠했다.

푸석푸석 누렇게 뜬 얼굴에 지난밤의 사태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더욱 그랬다.

에구, 나를 부르잖고서.

어미 아직 써먹을 만하다규.^^;;

맹렬하게 불타올랐던 의지의 결과물. 첫 도전임에도 너무 참하게 잘 절여졌더라.^^

 

 

예상치 못했던 배추가 덤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양념도 작년의 두 배로 늘었다.^^;;

새로운 첨가물 커트, 양념은 가장 노멀하게 ....

 

아주 단출한 저녁 밥상.

양손에 술병 챙겨 들고^^ 일찍 도착한 사위와 2023년 한 해의 밥상을 책임져 줄 김장김치 시식.

 

와우, 수육 싸 먹다 까암딱 놀랐네.

일단 배추가 넘나 달작지근 했다는 것과 수육도 부들부들 잘 삶아졌고, 식탁에 제대로 차려 다시 먹어 본 김치...대성공!^^

 

‘나 올해 김장값 엄청 절약했썽.’

간밤의 치열했던 전투를 그새 까묵했는지 허리 두드리며 뿌듯해하는 딸아이.

전업주부로서의 의무라는 게 딱히 정해진 것도 아니건만, 옛날과 비교 불가할 만큼 편해진 세상임에도 딸아이는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요올씨미 찾아 챙기는 편이다.

 

가끔은 아이 등교 후에 대낮 카페 분위기를 누리는 여자들처럼 한량 짓도 좀 하지, 찔러봤지만 또래들과 왁자하게 어울려 다니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아이라....

 

어쨌거나 따님, 사서 한 고생의 끝은 써억 괜츈했지만 두 번은 하지 마아~~~

기어코 하겠다면 나도 끼워 주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