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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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긴 여정, 창 밖의 풍경

금오도, 그 기묘한 노을에 넋 놓다

헬로우 럭키 찬! 2012. 8. 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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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목)~08.11(토)

휴가 날짜를 맞춘 뒤에 몸을 틀기 시작한 11호 태풍 '하이쿠이(HAIKUI)'로 애초에 정한 여행지를 변경해야 할까 고심할 즈음 태풍은 이쁘게도 살짝 상하이로 빠져주셨다. 작년 이맘때 쯤 휴가 장소를 안면도로 정해 놓았을 때도 동시에 들이닥친 '무이파' 때문에 염려했었지만 모든 일정을 마무리 할 때까지 진행 속도를 늦춰 주었던 'Miss 무'의 배려 덕분에 무사무탈한 휴가를 보낼 수 있었는데.....

(서양자두꽃이라는 무이파는 당초 중국 상륙을 예상했지만 진로가 변경되면서 우리나라 서해안을 타고 올라 제법 큰 피해를 주었다. 거기에 휩쓸렸다면 모처럼의 귀한 휴식이 엉망이 될 뻔....)

 

올해의 행선지는 金鰲島.

자라의 형상에 가깝다 하여 자라 鰲자를 쓰는 섬이다.

늘 낚시에 순위 '1'을 매기는 동생이 남쪽 다도해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조항이 쏠쏠하다는 섬을 뒤지다 '이거?' 해서 찾아 든 곳. 숲이 깊어 바라보기만 해도 빨려 들 것 같은 제법 큰 섬 금오도는 여수 신기항에서 배로 20분 거리다. 태풍의 여파로 혹여 발생할지도 모를 너울도 문제였지만 임신 중인 딸이 동행한 터라 육지로부터 먼 곳은 처음부터 선택지에서 제외시켰다.

 

선미에서 바라본 신기항. 너무 멀게 잡아서 집의 형체가 산에 녹아들어 버렸다.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 바다'를 몇 번 흥얼거리는 사이 멀리 금오도의 여천항이 보이기 시작하고...

 

 

가운데 보이는 붉은색 지붕이 우리가 묵었던 민박집. 휴가 막바지인데다 평일이라 그런지 너무 한적하여 섬의 하품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지.

 

우리가 낚시 하는 내내 옆을 지키고 있던, maybe 재두루미(?). 쟤 원래는 논두렁에 사는 거 아니었나?

거의 한 시간 이상을 저 자세로 하염없이 한 곳만 바라고 있더라는...

화석이 되어버린 듯한 그 자태에, 전생의 어느 한 시절 내가 겪었던 것 같은 그리움의 진한 동통이 가슴으로 전해져 왔다.

 

 

해거름 민박집에서 무심코 창밖을 보다 깜 놀라버린 검붉은 색 낯선 노을. 짧은 글발로 환상적인 이계異界의 풍경을 표현할 길이 없어 패스!!!(아~카메라 조차도 따라잡지 못한....)

 

'금오도' 하면 잘 알려진대로 '비렁길 트레킹'이었지만 우리의 기운은 심하게 뜨거운 여름 한낮과 나눌 만큼 넉넉하지 않아 애시당초 일정에 넣지 않았다.  사실 한낮의 낚시도 만만찮은 노동이라......

낮에 잡은 학꽁치, 농어는 *변 민박집의 귀찮은 손사래에 쫓겨나 별수 없이 동생이 뜯어내듯(^^;;) 그야말로 회를 쳐서 저녁 상에 올렸다.  딸아이 작은 손으로 한 주먹이나 될라나...ㅎ.

암튼 덕분에... 너덜거리긴 했어도 확실한 자연산 회 몇 점 앞에서  마냥 쿄쿄거리며 소주 몇 병 비워냈다는 거. 다음 날 썰물에 맞춰 건져 올린 고동은 삶은 채로 보관했다가 집을 지키며 공부삼매경에서 허우적댔을  울 이뿐 조카들 먹거리로 안겨 줬다옹.

 

돌아오던 길이 일러 때마침 장날이기도 한 화개장터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대로 가던 중 광양이 가까워지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미스 네비는 우리를 어느 주택가 뒷골목에 데려다 놓고 '목적지 주변'이라는 멘트를 끝으로 낼름 들어가 버렸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사위가 손으로 가리키며 왈

"여기 맞는데요."

순간 우리는 차 안에서 배꼽을 잡고 나동그라졌다. 나름 새 간판에 '화개장터'라고 씌어진 허름한 식당! 주소까지는 확인하지 않은 채' 화개장터'라는 단어만 보고 냅다 누르기부터 한 황당한 실수의 결과였다. 넋 놓고 웃다가 인증샷을 놓쳐 버린 게 너무나 아쉽다.

어쨌든 경로를 재설정 한 뒤 찾아 간 진짜^^ 화개장터.

아, 이런!

십여 년 전의 그 정경을 간직한 채 가지 말았어야 옳았다. 그냥 아무 것도 없는 장날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은, 내가 본 몇 군데 장날과는 비교도 아까울 정도의 초라한 동네장이 되어 있었다. 장터국밥이나 잔치국수를 생각하며 들어 선 시장엔 현대화 된 식당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그나마 몇 곳은 모두 말린 약재나 산채나물 상점 뿐. 입구를 막고 선 큰 식당에 들어서 섬진강에서 채취했다는 재첩국을 시켰으나 그마저도 멀건 국물에 가격은 터무니 없이 쎘다. 조영남의 노래는 이제 사장死藏시켜야 한다.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그 '화개장터'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므로....

 

사진에 보이는 것이 장터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볼거리가 없다는...안쪽은 모두 현대화된 식당들.

 

식당을 빼고나면 대부분이 이런 상점. 그냥 화개 약시장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금오도 함구미 마을에서 아이 앵글로 대충 눌러 본 인물사진.

    디카 바꿔야 겠다. 우째 사람만 한정없이 옆으로 가니. 미안하다. 원래는 늘씬한 아그들아.

    그래도 나름 기념인데 인물사진 몇 장은 박아 넣어야 할 것 같아섬...^^;;

열심히 지 마눌 사진 박고 있는 성현이.

 

딸이랑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진짜 최악이긴 하다. 아~ 또 미안해.소심

 

 

사랑해. 내 분신들!  요건 초오큼 낫지 않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