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고 시장이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마늘에 기가 눌려 있을 즈음,
시기 맞춰 올케한테서 전화가 왔다.
"고오모야아~~~이번 주말에 마늘 깐다아~~~"
"헉"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매 끼니 울 아부지 밥상에 올려 질 마늘 장아찌를 담기 위해 1년에 한 번 마늘철엔 지문이 닳도록 마늘을 까는데.... 마늘 진액은 정말 독하기도 하지. 비닐장갑에 목장갑까지 껴도 우리의 엄지와 집게 손가락은 한참 동안 감각을 찾지 못 하거든.
건강에 좋다고, 더구나 아부지가 즐겨 드시니까 부지런한 살림꾼 올케는 앞뒤 안 가리고 일단 좋은 마늘 나왔다 하면 사고 본다는...ㅎ
올해는 거실을 더 많이 차지한 다섯접의 마늘!!
헐!...
또 봐도 헐, too ....
everytime 헐!!
하면서도....너무 고마운 올케.
동생과 만나면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우리 부모님을 자신의 삶 속에 담고 살아 온 세월이 20여 년....
적지 않은 나이에도 늘 투정만 부리는 동생 군말 없이 잘 챙겨 주고,
지들 바라는 것만 우겨대는 조카들 얼러가며
어머니 앞 세우시고 홀로 되신 고집불통 우리 아부지 요령껏 다독이는 것에 익숙해진 그녀....
요즘 세상에 흔치 않은 올케에게 늘 웃을 일만 생겼으면 좋겠다.
3일 연휴 중 마늘이 우리의 이틀을 먹어 버렸다.
이틀째 쪼그리고 앉아 쓰지 못 했던 신체 부위에 탄력을 주자 하여
만장일치로 결정을 본 일은 이기대 걷기.
언제나 새로운 풍경에 감탄할 정도의 절경이 발길을 붙잡아 놓아 주지 않는 곳이다.
그러고보니 꽃이 흐드러진 봄에 와 본 것은 처음인 것 같군.
눈 앞에 펼쳐진 산과 바다의 각기 다른 아름다움에 넋을 뺏겨버린 나를 추스린 후 무작정 폰카를 눌러댔다.
기막히다는 말 외에 더 뽑아 낼 수식어를 찾을 수 없는 것에 안타까워 하면서....
아, 진짜 산이 좋다.
가슴 가득 시원하게 안겨오는 푸른 바다가 너무 좋다.
전국시대 사자성어에 지자요수 인자요산(智者樂水 仁者樂山) 이라는구절이 있었지.
그렇다면 나는 '智者'요 '仁者'라는....ㅎㅎㅎ
사진이라도 남겨야지...훗날 다시 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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