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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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2022년, hrer and now

엄광산 가야 공동묘지, 그리고 구봉산 도등과 봉수대

헬로우 럭키 찬! 2022. 2. 2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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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새삼 울컥, 울렁....하이든 ‘피아노 협주곡 11번’, 특히 2악장에서.ㅎ

이른 아침 거실에 대자로 뻗어 볼륨 높여 듣는 하이든이 정말 눈물나게 조흐다.

 

전날 제법 거하게 산을 돌아다녔으므로 오늘은 떼굴랑.....,

음악에 묻혀 흐느적거리다 문득 고개를 돌렸더니 거실 창으로 사정없이 밀려드는 푸른하늘이 나를 부추긴다.

이렇게 좋은 봄날 집에 처박힐 거야?

그렇다면, 잠시 피톤치드 한 사발만 들이키고 오지 뭐.

 

범내산으로 올라 엄광산에서 수정산, 냐금냐금 즐기다 결국 구봉산 봉수대까지 접수해 버렸다.ㅎ

 

꽃눈....가는 길 내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들과 눈을 맞추고.

 

가야공동묘지.

엄광산 중턱의 쉼터 맞은편, 햇살이 가장 반짝이는 곳이다.

몇 년간 수십 번 곁을 지나쳤으면서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작년 여름 몇 날, 바로 아래 벤치에 눌어붙어 책 읽으며 한나절을 보내기도 했건만.ㅎ

간격이 인색하다 싶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낮은 봉분 사이로 가르마 같은 길이 몇 개 보였다.

쉼터를 중심으로 백병원이나 안창마을 쪽으로 내려갔던 익숙한 코스를 버리고 어디로 향하는 길인 줄도 모른 채 나는 그 중의 한길을 선택했고.

도등

길이 난 곳을 밟으며 걷고 또 걷다가 들어선 곳,

규모가 큰 체육시설과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넓은 공간 한가운데 바벨탑^^;;이 떠억, 도등이다.

아하, 언젠가 해거름 부산역 근처를 지날 때 산 쪽에서 반짝이던 그 빛이 바로 이거였구나.

그런데 도등이 뭐지?

2013년 7월 1일자 해사신문에 실린 기사를 찾았다.

 

'부산지방해양항만청(청장 서병규)은 북항 입항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해 도등(導燈: leading light)을 설치해 1일부터 본격 가동한다.

 

도등은 선박이 항만에 진입할 때 정확한 항로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항로의 연장선상 육지에 높낮이가 다르게 설치된 2기의 등화시설이다.

 

총사업비 20억원으로 부산항 배후의 항로 연장선상인 구봉산과 엄광산 정상에 각각 60m 높이의 철탑을 세우고, 가로 3m, 세로 5m 크기의 고광력 LED를 부착했으며, 매미급(초속 60m)의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안전하게 설계됐다.'

 

 

 

봉수대

도등에서 10여 분쯤 길고 긴 데크로드를 따라 오르면 북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구봉산 봉수대에 도착한다.

봉수대를 찍을 수 없었넴. 아저씨 한 분이 등 기대고 휴식 중이라 ㅠㅠ;;

 

오늘의 성과^^는 최상급이었으나 내려오는 길을 잘못 선택하여 90도에 가까운 경사면에서 하마터면 꼬꾸라질 뻔했다는 거.ㅎ

 

하지만 홀로 헤매다 거의 다 내려와서는 또 눈이 번쩍했다.

푸르르르르르르, 초록 고운 대나무숲, 그리고 대나무 우거진 하산길.^^

 

 

단풍나무가 많은 산은 한겨울을 지나는 동안도 길 색이 곱다.

말라서 떨어진 잎도 본래의 색을 조금씩 갖고 있어서이다.

 

그것보다 겨울 세찬 바람을 어떻게 견뎠을까.

떠나야 할 때를 알지 못한 몇 잎이 생명 다한 지금도 가지에 매달려 바스락거린다.

 

올겨울 가뭄은 유난하다.

골짜기마다 바싹 마른 물길, 바위들조차 건드리면 바스라질 것 같다.

 

풍경 건지느라 잠시 머문 시간 외에 쉼 없이 꼬박 3시간, 거의 다 내려와 여유 장착하고 올려다본 길이 참 예쁘다.^^

 

초량6동, 얼결에 퇴직 전 근무처 부근까지 와 버렸다.

아, 새삼스러워라.^^;;

 

마지막으로 나를 까암딱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으니...

버스 도착 시간까지 10여 분, 생각 없이 털썩 주저앉은 의자가 엄청 따끈따근했던 거.

이 머선 일이고?

처음엔 등산 후유증으로 내 엉덩이에서 발산되는 열인 줄 알았다.^^;;

 

곧바로 탐색 모드.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가동되는 온열, 쿨링 의자란다.

 

지자체 몇 곳에서 설치 시행 중인 것 같은데, 아래는 동대문구 안내문이다.

근데 이거 전기세 어떻게 감당 할라꼬.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