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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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의 테마/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ST 중

사랑해요, 엔니오 모리꼬네. 남겨 주신 아름다운 음악들에 오늘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인터넷 서핑 중 우연히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ost ‘데보라의 테마’를 듣게 되었다. 언제 들어도 아련한 슬픔이 쓰나미 같은... 특히 도입부의 콘트라베이스음은 먼 기억의 바닥까지 술렁이게 한다. 1984년 제작된 이후, 2015년도에는 감독 확장판 리마스트링 버전으로 재탄생한 명작이다. 로버트 드 니로, 제임스 우드, 그리고 몽환적인 눈빛이 인상적인 제니퍼 코넬리의 빛나는 젊음이 돋보였던 영화. 모리꼬네가 남긴 작품 중 시네마 천국 다음으로 사랑받는 곡이다.

지나간다.

폰 정리하다 발견한 1월 14일 자 사진. 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수업 중단 사태까지 발생한 이후, 지금은 주 2회 나눠 겨우 등교를 하고 있으나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한 일상이 아이를 품어야 하는 학부모들에겐 여간만 고행이 아닐 터. 이런 상황에서 휑하니 비어버린 아이들의 시간을 어떻게 유용할 것인가 하는 과제만 덜렁 남아버렸다. 주방에서 머리 맞대고, 밤마실도 나가고, 같이 게임도 즐기고, 주말엔 조금 먼 곳을 보기도 하고...... 어쨌거나 굳건하게 잘 버티며 시간의 속살을 차곡차곡 잘 채워나가는 딸아이의 모습이 참 이뿌다.^^ 딸, 지치지 말고 지금처럼 씩씩하게 잘 견뎌야 해. 자신이 공들이고 견뎌낸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슬픔조차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기쁨이 된다. -호메로스 살짝 ..

혼자 있기 좋은 방/우지현

하나둘씩 사라진 것들의 목록을 적어본다. 맹렬히 사라져간 것들을 애도하고 허무하게 떠나간 것들에 인사를 전한다. 그들에게 말을 걸고 마음을 전하고 끝내 떠나보내는 것, 이것은 사라짐에 대한 일종의 작별 의식이다. 종종 생각한다. 삶이란 상실을 축적해가는 일이라고. 반복되는 부재를 견디며 살아가는 여정이라고. 살면서 우리는 끝없는 상실을 경험한다. 만났다가 헤어지고, 기억했다가 망각하고, 채웠다가 비워지고, 가졌다가 놓아주고, 왔다가 떠나가고, 얻었다 가 잃어버리고, 탄생했다가 소멸한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이별하는 일이다. 무언가를 잃어가는 반복 속에 표류하는 일이다. 세월은 자꾸 빈자리를 만들고, 빈자리는 영영 채워지지 않는다. 만물은 유실되어 사라지고, 이윽고 소멸해 버린다. 사라짐이 곧 인생이다...

평화, 그리고 책

1월 29(금)~31일(일) SKT 약정기간이 끝나 월 7천 원대로 가능한 LG 헬로우 모바일로 갈아타기로 했다. 핸드폰이라고 해봤자 집에서의 주 2~3회 카톡 정도라 데이터도 필요 없을뿐더러 굳이 비싼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유심은 편의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었고, 교체는 평일만 가능하여 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엄마, 이리 와봐. 이 시간 쯤에 보면 나무가 저렇게 빛이 나더라고.' 종종 베란다에 서서 건너편의 하천과 산을 즐기던 딸아이가 오후 5시 전후 석양에 물든 나무를 발견하곤 다니러 간 내게도 그 빛나는 풍경을 건네 줬다. 아....정말 오묘한 느낌. 딸, 넌 오늘도 세상에 둘도 없는 명화 한 편 감상한 거야.^^ 다음 날, 오전 운동 삼아 웅천까지 걸어 냉이 캐러 가는 길...

삶에 대한 성찰,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소울’

2021.01.28(목) 소울 Soul(2021.01.20 개봉) 감독: 피트 닥터, 켐프 파워스 주연: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관객 평점 8점대를 넘어서며 고공행진 중인 ‘소울’. 미리 약속해 둔 지기들과 개봉 8일 만에 영화의 전당을 찾았다. 평일 관중석은 터엉 비어 있다는 걸 경험했던 터라 그나마 큰 부담 없이 취향을 즐길 수 있는 곳, 역시나 우리 포함 11명의 관객이 전부여서 대략 독식 수준으로 멋진 영화 한 편 건졌다. 오프닝 단편 ‘토끼굴’도 꽤 심금을 건드렸던 작품. 나는 어떻게 ‘나’로 태어나게 되었을까? 지구에 오기 전 영혼들이 머무는 ‘태어나기 전 세상’이 있다면?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고유의 성격을 부여받은 각각의 영혼들이 지구에서 태어난다는 상상으로 제작된 ‘소울’은 개봉 전부터..

부모님, 그리고 살아있어 누릴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한 고마움

1월 23(토)~24(일) 설 명절이 가까워졌다. 붐비기 전 호국원을 다녀와야겠기에 날짜를 꼽던 중 이번 주 쉬는 사위의 제안으로 토요일 산청행이 결정되었고, 이른 아침 딸네로 향했다. 당연한 듯 몇 가지 상차림을 준비해두고 기다리는 딸네에 얹혀 달려간 호국원은 비까지 흩날려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북적였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 두기로 제단 역시 부족한 상황이었으나 운 좋게 눈에 띄는 자리 하나 차지하여 한 가족당 정해진 20분을 넘기지 않고 겨우 소주 한 잔 올릴 수 있었다. 엄마,아부지 아름다운 지구별로 데려와 주시고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행복한 일생을 덤으로 누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해 드린 것 하나 없었던 불효 여식을 늘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예를..

사랑이들이 살아갈, 그 자연

1월 18일(월)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병원 가는 것은 역시나 고역이다. 유난한 나만큼이나 딸아이도.... 자연치유를 기대하며 미뤄오던 증상에 변화가 없자 비로소 병원 검진을 결심한 딸아이가 내게 손주를 부탁했다. 시외버스에서 하차하여 딸네 가는 하천길. 굳이 픽업하겠다는 딸아이를 만류하고 하천 가장자리에 새로 난 예쁜 길을 따라 걸었다. 걸어 15분여...맑은 하천에 내려앉은 백로와 그 곁에서 놀고 있는 청둥오리들을 지켜보는 것 또한 놓치기 아까운 즐거움이다. 오랜 기간 동안 아파트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육가공 공장 건립이 결정되면서 보란 듯이 세워진 흉물스런 팬스. 아파트와 인접한 왕복 4차선 길 건너편, 맑은 하천과 나란하게 들어설 공장으로 인해 행여 발생할지도 모를 생태계 변화가 심히 ..

겨울밤의 그림

♣ 1월 9일(토)~10일(일) 타지 근무 중인 사위가 이번 주말도 발이 묶였다. 마스크 사이로 드러난 얼굴이 제법 시린 영하의 금요일, 손주 학원 수업이 끝나고 느지막이 내 집으로 날아든 사랑이들과 인적 드문 시민공원의 밤을 걸었다. 딸과 손주가 만들어 낸 풍경, 나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화를 본 적이 없다. 부족하기 그지없는 내 품으로 들어와 기적 같은 그림들을 잔뜩 남겨준 사랑이들. 다음날, '산에 가고 싶어' 하는 녀석의 바람을 받아 들여 오른 동의대 뒷산 혼자 걷는 길에는 예쁜 그리움이 있고 둘이 걷는 길에는 어여쁜 사랑이 있고 셋이 걷는 길에는 따뜻한 우정이 있고 우리가 걷는 길에는 손잡는 힘이 있다 '좋은 글' 중에서

필요한 만큼만 걱정하기로 하자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마음을 정화 시켜 주는 나옹선사의 청산가. 눈을 감으니 제멋대로 헝클어진 사념들이 보인다. 세속적인 바람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나는 여전히 수행이 필요한 반쪽짜리 인간.... 사는 날까지 스스로 죽비가 되어 마음을 다스릴 수밖에. '소소한 근심에 인생을 소진하는 것은 행성이 충돌하는데 안전벨트를 매는 거나 다를 바 없다'는 말.......‘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2020년 마지막 날의 기록

다음 블로그에 대한 신뢰는 바닥쳤지만 역시나 옮기는 일은 대단히 성가신 일이다. 딸, 손주와 가장 쉬운 방법으로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통로이니 어쨌거나 소중한 이 기록들이 오래오래 자알 보관되어서 훗날 나의 사랑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더하여, 그 모든 것들이 걸음마다 자양분이 되어 이 지구별에서 더없을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잘 걷자, 예쁜 사랑이들.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어떤 사회적인 지위나 신분,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일이다. 나는 누구인가. 스스로 물어야 한다. - 법정스님 '무소유의 삶과 침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