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삶의 덤/영화, 프레임 속의 세상

gloomy sunday

헬로우 럭키 찬! 2008. 11. 2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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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포스터 *

 

 

 

우울한 일요일

꿈꿀 뿐,

나는 깨어나 잠든 당신을 보는 꿈을 꿀 뿐...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소망하네

내 꿈이 당신을 유혹하지 않기를...

내 마음이 속삭이네

내가 당신을 얼마나 간절히 소망하는지...

 - Gloomy Sunday 가사 중...


죽음의 노래...

자살자의 찬가... 

1935년 헝가리의 무명 음악가 레조 세레스에 의해서 탄생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과의 이별이 곡의 탄생 배경이죠. 그런데 이 곡이 발표되고 8주 동안 헝가리에서만 187명이 자살했다는....

뉴욕 타임즈는 '수백 명을 자살하게 한 노래'라는 헤드라인으로 특집기사를 싣기도 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곡이 발표된 다음해 1936년 4월 30일.

파리에서 세계적인 지휘자 레이 벤츄라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열렸지요. 연주 목록 중에 있었던 '글루미 선데이'에서 경악할 일이 벌어집니다. 연주가 시작되자 드러머가 일어나 자신의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스스로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그 뒤를 따라 금관악기 연주자가 자신의 가슴에 칼을 꽂습니다. 곡이 끝난 후... 남아있는 단원은 제 1바이올린 연주자 한 사람뿐이었는데....그러나 그 역시 밧줄에 목을 매달아 죽고 맙니다. 이 후 헝가리 정부에서는 이 곡의 모든 레코드들을 수거하여 폐기처분 했다고 전해 지며 지금은 원곡을 담은 레코드는 세계에 몇 장 만이 존재한다고 하더군요.

레조 세레스.....

1968년 자신의 '글루미 선데이'를 들으며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네요.


이것을 모티브로 1999년 독일의 롤프 슈벨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 '글루미 선데이'.

남자 둘에 여자 하나, 거기다 덤으로 또 한 남자가 슬그머니 엮여지면서 스토리는 진부하게 전개되는 듯....

 

그러나...엔딩 자막이 오를 때쯤 어쩌면 마음 속 깊이 숨겨 놓은 일탈에의 동경이 스멀스멀 기어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칫 평범한 내 사랑이 살짝 재미없어지기도 할 거고요.^^

시작은 이 인간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짜증납니다.

해도 영화 전편에 엉겨붙는 이 음악에 몰입하다 보면 희한하게도 캐릭터 전체를 이해하는데 그다지 큰 무리는 없었더랍니다.

 

1999년 가을, 헝가리의 한 레스토랑을 찾은 독일의 노사업가가 익숙한듯 음악을 신청합니다.

노래를 연주해 주세요.”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카메라가 피아노 위의 한 여자 사진에서 잠시 멈추자,  남자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집니다.  

 

 

 

 

 

 

60년 전의 자보와 그의 마음 전부를 사로잡은 연인 일로나의 오랜 소망이었던 레스토랑이 오픈하는 날입니다.

남은 건 가게의 품격을 높여 줄 멋진 피아니스트.

어느 날, 깊고 우울한 눈매의 매력적인 남자가 나타납니다. 이때 자보의 눈빛에 복선이 깔리죠.  이제 그들의 낯설고도 기묘한 사랑은 시작됩니다.

 

 여기에 가세한 또 한 남자, 독일 장교 한스는 일로나의 청혼 거절에 ‘글루미 선데이’를 흥얼거리며 강으로 몸을 날리고 이를 본 자보가 그를 구하죠. 다시 이들의 운명적인 인연이 복잡하게 이어집니다.

자보를 안고 있으면서도 안드라스를 사랑하는 일로나, 그런 그녀를 잃기보다 차라리 곁에서 반쪽이라도 갖겠다는 자보, 일로나의 거절에 앙심을 품어 그녀를 강간하고 결국 자보 마저 전쟁터로 몰아 죽게 만든 한스....

 

통속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는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그가 말합니다 . “이 영화를 통해 소수의 사람들의 삶에 한 노래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묘사하려 했습니다. 여기에서는 사랑과 죽음, 우정 그리고 배신이 중요한 주제입니다."

 

 김주혁,손예진 주연의 '아내가 결혼했다'보다  오히려 더 솔직하고 당당하고...

 

 

 

우~ㅁ... 평화로운 분위기, 

개인적으로, 이 상황이 가능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지만....

어차피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갖는 건 불가능하니깜^^

 

 

 

 

이 음악을 들으면 전혀 다른 스토리의 또 다른 영화 한 편이 떠오릅니다.  

'바그다드 까페'.

배경이 까페 라는 것과 그 곳에서 무심하게 얽혀드는 친근함의 또 다른 이름...

비밀스런 스토리가 좀 더 이어질 것 같은 축축하고 나른한 멜로디..

이 순간, 붉은 색을 배경으로 한 일로나의 조각 같은 얼굴과  바그다드 까페의 야스민의 여유로운 얼굴이 오버랩 되어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