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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덤/영화, 프레임 속의 세상

리버 피닉스와...

헬로우 럭키 찬! 2006. 10. 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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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 아침...

블로그 뉴스에서 우연히 리버 피닉스 관련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한동안 발 킬머와 함께 내 관심을 붙들고 있었던 요절 배우인데요, 93년 23살 되던 해에 약물 중독으로 절친 죠니 뎁이 운영하는 바아 앞에서 쓰러진 후 영영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살풋 제임스 딘의 이미지를 풍기면서도 좀 더 반항적이고 퇴폐적인 분위기가 강한 리버 피닉스...

 

기억에 꽂혀 있는 그의 영화 속 한 대사가 생각납니다.

"이 길과 똑 같은 길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어. 세상의 길은 모두 다르니까."

 

1997년 멧 데이먼이 열연했던 '굿 윌 헌팅', 1995년 니콜 키드먼과 멧 딜런 주연의 스릴러물 '투 다이 포' 등으로 익히 알려진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로드 무비 아이다호(원제:In my own private Idaho).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 공동 주연으로 캐스팅 되어 더욱 유명해진 영화였답니다. 당시에는 두 사람 다 알려진 배우는 아니었고, 이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어필되면서 둘 사이도 많이 친밀해 졌다는..

 

영화에서 리버 피닉스가 맡은 마이크는 유년시절 정신병원에 수용된 어머니와 헤어지면서 떠돌게 되는 생계형 남창 역으로 긴장하거나 흥분하면 그대로 잠이 들어버리는 기면발작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반면 스캇(키아누 리브스)이라는 인물은 부유한 포클랜드 시장의 아들이며 아버지의 가식적인 삶에 대한 반항심으로 가정을 등지고 부랑자 생활 4년째 마이크와 함께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태생적 뿌리까지는 외면하지 못했던 스캇이 결국 자신의 안락함을 찾아 되돌아가면서 마이크와 결별하게 됩니다.

 

어머니와 유년에 대한 그리움 외에 도무지 삶에 대한 흥미라고는 없어보이는 무기력한 마이크와 내면의 무의식적인 욕망을 덮어 둔 채 막연히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는 스캇.  마이크는 육체와 정신이 부실한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스캇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지만 스캇은 그저 같은 상황에서 가질 수 있는 친밀한 동료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머니의 흔적을 더듬어 이탈리아로 가는 마이크와 동행하면서 보여준 스캇의 무절제한 애정 행각, 자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섰을 때 부랑자의 대부격이며 과거 자신을 돌보아 준 밥과의 관계를 가차없이 잘라버리는 냉정함...거기에는 자신을 사랑하고 의지하는 마이크에 대한 배려나 방황하던 자신을 거두어 준 패거리에 대한 인정이라고는 전혀 없는 비정함만 잔뜩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에피소드를 통해 두 사람이 결코 어울릴 수 없는 관계라는 공허한 결론을 유추할 수 있고요.

 

스캇에 대한 마이크의 애정, 마이크에 대한 스캇의 한 시절의 동료애...

 

 

 

 

모두 떠나고....마이크는 다시 길을 나섭니다.

그의 눈 앞에 길게 이어진 길은 곧 그의 삶의 지속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그에게 있어 아이다호의 길은 모든 곳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장소로는 데려다 주지 못하는 무한궤도와 같은 존재입니다.

 

 

리버 피닉스를 추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