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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덤/영화, 프레임 속의 세상

순수의 시대...다니엘 데이 루이스

헬로우 럭키 찬! 2008. 12. 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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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ge of Innocence/13년 작/감독  마틴 스콜세지

 

 

  순수의 시대 

 

'순수'란 '위선'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단어이기도 하다.

 

뉴욕 사교계의 두 거목, 아쳐가의 뉴랜드와 밍코트가의 메이의 약혼 시기를 놓고 인습적인 격식에 얽매인 양가는 분분한 의견으로 어수선합니다.

 

그 와중에 유럽의 귀족과 결혼했던 메이의 사촌이자 아처의 소꿉친구였던 엘렌이 파경을 맞아 귀국하죠. 이혼이 금기 시 되어있던 당시의 분위기는 엘렌을 사교계의 까십 거리로 만들어 버리고 어려움에 처한 그녀를 돕는 과정에서 뉴랜드는 자유분방한 엘렌에게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그 사이 밍코트가의 가장격인 밍코트 부인의 용단으로 메이와의 결혼이 진행되고 아처는 자신이 잘 아는 혐오스런 세상에 살고 있는 메이와 그가 오랫동안 꿈 꿔 오던 세상에 사는 엘렌 사이에서 번민하게 됩니다.

 

그러나 소극적인 성품의 아처는 어리지만 주도면밀한 메이에게 이끌려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고 엘렌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뒤로한 채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지요.

서로의 안타까운 감정이 묻힌 세월은 길게 흘러 메이가 죽고 난 뒤 우연한 기회에 아처는 아들과 함께 유럽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 곳에서 아들의 권유로 함께 엘렌의 아파트를 찾아 가고.... 만감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열려진 그녀의 창문을 바라보던 아처..그러나 끝내 그녀를 만나지 않고 돌아섭니다. 정말 제대로 감동 먹은 다니엘 영화였습니다.

참 깔끔하게 처리된 엔딩이었죠.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이었지요. 물결의 춤사위에 석양의 잔해가 무심히 반짝입니다.

결혼 후 1년 반 만의 재회로, 다시 혼란 스러워진 아처가 자신을 시험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배가 등대를 지나가기 전에 그녀가 돌아본다면 나는 그녀에게로 돌아가리라'..

 

 

관습과 체면을 결코 버릴 수 없었던 아처.

엘렌의 강력한 권유였다고는 하나 결국 그는 현실에의 안주를 선택한 겁니다. 

그녀에 대한 열정을 추억으로 접어 두겠다는 다짐과 함께.

아마도 헬렌에 대한 사랑의 확신이 부족했던가, 아니면 그녀를 선택한 후의 혹독한 댓가를 치를 용기가 없었던가.... 

"그녀는 그의 기억 속에 가슴이 사무치도록 슬픈 존재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여도...

 

 

 

 

 

 

아직도 짠 하게 남아 있는 아들의 대사가 생각나는군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말씀해 주셨어요. 아버지는 어머니를 위해 가장 원하던 것을 버리신 분이라고요“

메이는 알고 있었지요. 자신이야 말로 가해자 일 수밖에 없었고, 선으로 포장되어진 폭력 앞에 상처 받은 사람은 바로 아처와 헬렌이었다는 것을....

메이는 도저히 정이 가지 않는 캐릭터입니다만 당시의 뉴욕 상류층 사교계 분위기를 유추해 보면 굳이 한 사람의 성품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사족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희생 앞에 절제(?)된 사랑의 감정이 지금 현실에서는 다소 따분해 보일 수도 있었을 이 영화가 돋보이는 것은, 오페라와 왈츠, 값비싼 미술품과 요리, 그릇,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된 수천 벌에 이르는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의상......19세기 뉴욕 상류사회를 가장 세밀하고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겁니다..

마침내 1994년 아카데미 의상상까지 거머쥐었고요.

여기에는 총 4천만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제작비가 필요했다는데요, 제작사가 20c폭스에서 컬럼비아로 넘어 간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나요.

 

원작은 미국의 여류 작가 에디스 워튼의 퓰리처상 수상작인 동명 소설이며, 처음엔 무성 영화로 만들어졌었고 1934년 작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 영화화 된 거랍니다.

전체적인 스토리 자체는 원작에 충실했다고 하지만 에디스가 묘사한 대상과 스콜세지가 현재를 살면서 다루는 대상의 관점에서 보자면 의도적이든 아니든 간에 얼마간의 차이는 있다고 보여집니다.


이 영화는 '갱스 오브 뉴욕' '택시 드라이버' 등 수많은 화제작과 문제작을 내놓았던 마틴 스콜세지, ....'실패가 예정된 작품을 만드는 고집쟁이’로 더 유명한 그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게다가 영화음악계에 있어 헐리웃의 백전노장으로 꼽히는 앨머 번스타인이 합세했죠. 감성이 결여된 신디사이저의 획일적인 기계음에 지쳐 가는 우리들에게 어쩌면 지나치게 소박하고 촌스럽기까지 한 그의 음악은 때로 편안한 고향 같은 느낌을 갖게 해 줍니다.

 

* 제가 최에고로^^ 좋아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주연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영화였어요.

아주 조금 불편했던 것은...사랑보다 관습과 체면을 중요시 했던 전형적인 미 상류층 귀족 역할이 그게에 너무 잘 어울려 버렸다는 것 정도. 

 

아, 세기의 미인 이자벨 아자니는 이 남자의 독특하고 지적인 면모에 마음을 접을 수 없어 결혼도 하지 않고 그의 아들을 낳아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 이 남자 만큼 개성이 강한 외모를 가진 사람 아직까지는 없지 않나 싶어요.  정말, 그의 몸에서는 휘발유 냄새가 나는 건 확실하지 싶습니다. 스크린을 만나는 순간 그의 몸이 활활 불타오를 것 같은.....

 

****

 

" 이대로 더 나아가게 되면 당신을 사랑할 수 없게 돼요. 사랑하기 힘들어져요. 당신을 포기하지 않으면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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