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1년, happy ever after

혼자 있기 좋은 방/우지현

헬로우 럭키 찬! 2021. 2. 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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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둘씩 사라진 것들의 목록을 적어본다.

맹렬히 사라져간 것들을 애도하고 허무하게 떠나간 것들에 인사를 전한다.

그들에게 말을 걸고 마음을 전하고 끝내 떠나보내는 것, 이것은 사라짐에 대한 일종의 작별 의식이다.

종종 생각한다.

삶이란 상실을 축적해가는 일이라고.

반복되는 부재를 견디며 살아가는 여정이라고.

살면서 우리는 끝없는 상실을 경험한다.

만났다가 헤어지고, 기억했다가 망각하고, 채웠다가 비워지고, 가졌다가 놓아주고, 왔다가 떠나가고, 얻었다

가 잃어버리고, 탄생했다가 소멸한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이별하는 일이다.

무언가를 잃어가는 반복 속에 표류하는 일이다.

세월은 자꾸 빈자리를 만들고, 빈자리는 영영 채워지지 않는다.

만물은 유실되어 사라지고, 이윽고 소멸해 버린다.

사라짐이 곧 인생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짐의 운명이 있다.

-우지현

 

나를 지키며 살아간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토록 모질고 험한 세상에서 내 마음을 지킨다는 건 지옥에서 꽃을 피우는 것만큼 힘들지 모르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

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신념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끝없는 흔들림 속에 비로소 지켜내는 것이다.

사는 게 비록 고달프고 세상이 아무리 지독할지라도 소신을 저버리지 않는 일, 세상살이에 지치고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

속이어도 영악해지려는 마음과 타협하지 않는 일, 어떤 경우라도 자신을 내다 버리지 말고 소중히 여기는 일, 스스로 용

기를 북돋아 주고 긍정의 태도를 견지하는 일, 자신이 가진 한계 속에서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일.

이런 것들이야말로 세레브리아코바가 우리에게 전하는 생의 의의일 테다.

좋은 마음이 좋은 마음을 낳는다고 믿는다.

세상을 향해 환하게 미소 지으면 그 미소는 오롯이 나에게도 새겨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것은 헛된 기대나 바람과는 다른, 희망의 한 종류다.

세레브리아코바 HARVEST(1915년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