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단상 또는 일상

한밤의 응급실행!!!!

헬로우 럭키 찬! 2016. 4. 24. 19:25
728x90

‘황사.미세먼지 최강’!!!


황사와 미세먼지가 대기에 가득 차 곧 비가 쏟아질 것처럼 우중충한 날씨입니다.

잠시 열어 둔 창틈을 닦아보니 푸른곰팡이색 먼지가 잔뜩 묻어났어요.

아....오늘도 녀석은 갇혀 있어야 할 것 같군요.

 

 녀석의 점심 

달음산 인근 밭둑에서 채취한 미나리와 몇 개의 소채를 더 넣은 뒤, 다진 쇠고기, 찹쌀가루로 버무려 버터에 구워 낸 쇠고기전.

그리고 역시 찹쌀가루에 버무려 튀겨 낸 두릅전과 계란 옷을 입은 두부동그랑땡....

밥 한 그릇 비웠습니다.(그런데 어렵게 먹인 이것들을 몽땅 .....ㅠㅠ;;)

 

첨부이미지

‘놀이방이 있는 음식점이라도 가자.’

종일 내의 바람으로 이 방 저 방 유령처럼 배회하던 녀석을 데리고 감자탕집으로 갔습니다.

놀이방이 커서 종종 들르는, 집과 가까운 '이바돔'입니다.

역시나 녀석은 여느 때처럼 볼이 발개질 때까지 1시간 넘게 펄펄 날아다니며 신명풀이 했죠.

홈플에 들러 늦은 장을 보고 ....

 

왠지 기운 없어 보이는....폭풍전야.

 

‘할미손은 약손이다, 해 줘.’

마트와 차 안에서 내내 조잘대던 녀석이 집에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를 드러내고 누웠습니다.

그리고 이내‘토하고 싶어’하더니 ....왈칵!!!!!!!

점심 때 먹은 것 모두 꺼내 놨습니다.

 

헐!!!

뭐가 잘 못 된 거지?

급체?

장염?

식중독?

.......그렇게 게워내는 것을 직접 본 건 처음이죠. 몇 번이나 계속.

암튼 가슴이 벌렁거리기 시작하면서 머리 속이 하얘지더군요.

딸아이도 놀랐을 터, 나까지 내색하면 안 되겠기에 침착하려 했지만 도무지 제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두어 시간 동안 옷 몇 벌과 이불까지 적셔 놓고 12시 넘어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했더니.... 2시 경에 일어나 다시 간헐적인 구토를 시작하네요.

물을 줬죠.(물도 게워냈습니다.)

 

이거 마시고 또 토하껀데...갠차느까? (이불, 옷)더여피먼 어떠카지?.’랍니다.

 

37개월짜리 밤톨 입에서 또르르 굴러떨어진 말이라니...

누가 누구를 염려하는 거니.

 

안 되겠다.

냅다 가까운 백병원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ㅎㅎㅎ

지금에야 웃지 말입니다.

고등학생 같은 앳된 얼굴의 수련의(인턴이 분명한)가 나타났는데....뭐, 곧 레지던트 2,3년 차로 보이는 분이 등장하긴 했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병명도 모른 채 물만 주입시키고 왔다는 겁니다. ㅎ

그 상황에서 ‘나는 괜찮다’며 멀쩡한 얼굴로 수액 달고 뻘쭘하게 앉아 있는 녀석이 왜 그렇게 안쓰럽고 우스워 보였는지.....

 

구토 몇 번에 엑스레이 찍고, 피 3통 나눠 빼고, 수액 넣고(그것도 1/10정도만..)....

 

구토 이후 복통 증세는 없어졌다고 처음부터 얘기했는데 그 말은 중간에서 귀신이 잘라 먹었는지 수액에 진통제까지 첨가하려는 걸 손사래 치며 말리기도 했다는 후일담.ㅎ

 

 

1시간 뒤 나온 결과는 뱃속에 ‘가스’가 약간 차 있다던가요.

아, 참 나 빵 터져서....

누가 봐도 뱃속의 가스 약간으로 먹은 걸 다 게워내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죠.

그걸로 끝입니다.

응급실 특성상 더 이상의 상세한 진단을 얻어낸다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 일단 오심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처방전만 받아 냈어요.

 

엉거주춤 서서 왠지 미안한 표정으로 교과서적인 황당한 질문을 해대던 인턴 선생님과 그보다 조금 더 허리가 펴진 (아마도)레지던트 선생님을 떠올리면 지금도 자꾸 웃음이 나오네요.

아...시골의사 박경철씨가 오버랩 되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웃을 수 있었던 것도, 상황 해결이 어느 정도 가능했던 병원이라는 궁극의 장소와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안정감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참기 힘들 정도의 고통스런 질병이 아니라면 결단코 의지하고 싶지 않은 곳....병원입니다.

(이후 알아보니 장염-설사 없이 구토만 계속하기도 한다더군요.-인 것 같았고, 차츰 괜찮아져 다음 날 월요일, 어린이집 단체 관람으로 고성 공룡엑스포까지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