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1년, happy ever after

하루 동안 1년어치 산 것 같다.

헬로우 럭키 찬! 2021. 4. 25. 22:50
728x90

4월 24일(토)~

지난주 등산길에 우연히 야생 녹차 나무를 발견하고는 향에 취해 한 줌 따왔다.

곡우(4월 20일, 21일) 전에 채취한 잎이니 나름 우전차라는 거.^^

찌고 말리고 덖고 하는 복잡한 과정 몽땅 생략하고 그저 말리기만 했는데도 풍미가 그만이었다.

오호!

 

솔직히 ’200도 300도 가마솥에 덖고...' 어쩌구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성분은 제대로 보존될까 싶었던 의문이 맹랑한 실험정신을 부추긴 거다. ㅎㅎ

암튼 맛본 뒤 슬그머니 욕심이 발동했다.

잎이 더 거칠어지기 전에 따악 한 줌만 더.^^;;

 

절기로 구분하는 것이니 이번 주가 세작으로 분류되는구나 했는데 1주일 사이 새 혀가 아니라 독수리 혀만큼 잎이 자랐다.ㅠㅠ;;

1주 사이 겹벚꽃도 다 떨어져 바닥에서나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었다.

기왕 일찍 눈뜬 김에 오늘은 딸네까지 시내버스로만 이동해 보기로 했다.

이런 결심이 섰을 때만 해도 처음 시도하는 새로운 루트에 대해 뭔가 설렘설렘.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헤매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에 있는 구절인데, 의미는 다르지만 대놓고 현실적인 내 결의에 비유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이래 놓고 초큼 킬킬 거렸다.^^ 

68번 승차 후 하단에서 58-2번 버스로 환승하여 용원까지, 용원에서 진해구 버스 315번으로 딸네까지.(도중 변심하여 딸네 아파트 지나 당초 목적지로 곧장 이동.)

 

울 뻔했다.

정류소만 도합 113개.

58-2번 버스로 명지아파트단지 지겹게 한 바퀴 도는데 20분, 겨우 벗어나는구나 안도한 순간 다시 신호아파트로 들어갔다가 이어진 녹산산업단지 뺑뺑이 35분, 급기야 막다른 길에서 U턴(거제도 넘어가는 고가교 아래였다!) 중에 진심 헐!! 했던 것은 바로 건너편 에 닿을 듯이 보이는 부산의 끄트머리 가덕도였다.ㅎ

 

용원이 종점인 315번에 올라서도 약수터 지나 웅동중학교 거쳐 다시 공단 하나 넘어 월남에서 평발로....또 세월아 네월아 30분.

아....오늘 중으로 그 산에 도착하려나.

 

거의 2시간 반 만에 도착은 했다.

6시 30분 출발, 8시 50분에 도착한 공원은 초콤 이른 시간이라 인적 전무.ㅎ

집에서 기다리던 사랑이들은 산에서 보낸 나의 카톡에 뜬금없어 하며 부랴부랴 달려 왔다.ㅎㅎㅎ

자기 소유의 폰을 갖게 된 후부터는 사진이랑 동영상을 부지런히 남기고 있다.^^
노동 중인 할미도 찍어 주이소오~~~~^^

 

하산 후, 딸네서 점심으로 폭식한 베이컨 콩나물 비빔밥.

맛은 비주얼 위로 날았다.^^

느~무 잘 묵었어요, 따님!

화창한 봄날이 너무 좋아 발이 공중에 뜬다는 딸.

365일 잠 고픈 사위 다시 재우고^^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던 마산 봉암유원지를 찾아 나섰다.

2017년 9월 근처까지 갔으나 네비아가씨조차도 입구를 발견하지 못해 주택가 골목만 한참 헤매다 나온 곳이다.

아......봉암아 너랑 인연 만들기가 왤케 어려우냐.

 

오늘도 되돌아 나왔다.

넘치는 인파로 주차할 곳이 없기도 했거니와 닥지닥지 붙어 다녀야 될지도 모를 상황이 그닥 개운치가 않아서.

 

 

뭐, 또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진해루와 소죽도 공원.

 

내가 만일 너라면

따분하게시리

책상 앞에 붙었을 줄 알아.

 

책에 씌인 것은

벽돌 같은 것.

차돌 같은 것.

그렇지, 살아서 반짝반짝 눈이 빛나는

그런 것이라곤 한 가지도 없지.

 

내가 만일 너라면

조잘대는 냇물과 얘기를 하고,

풀잎배를 타고,

항구로 나가고,

무지개가 뿌리 박은

골짜기로 찾아가 보련만.

박목월 내가 만일중에서

양 팔이 날개 같다.

이렇게 좋은 날에^^ 

멀리 정중앙에 시루봉도 보인다.

 

밤에 조명이 켜지면 훨씬 볼만 할 것 같았던,,,
포토존
포실한 돈 주머니 하나 차고 와야 입장 가능한 전동보트.^^;;  사진의 왼쪽이 곧 우리가 쳐들어 갈 소죽도공원.
날이 좋으니.......
신났다. 학교와 집, 학원에 자유 저당잡힌 채 한 주를 보낸 욘석.
평생 다툼 한 번 없이 살 것 같은 분위기.ㅎㅎㅎ

 

수준급 기타 실력에 감칠맛 나는 목소리의 버스커....김광석 노래(통기타에 최적화된 곡들이 대부분인)로 봄날 오후를 더 곱게 차려 주시공.

약소한 팁으로 감사를 대신했다.^^

 

소죽도공원 들러 가기 위해 더 듣고 싶다는 손주에게 양해를 구한 뒤 중간에 일어섰다.

의외로 공연을 즐길 줄 나는 욘석. 

작년 여름 안동 하회마을 탈놀이 공연도 꼼짝 않고 끝까지 지켜본 녀석이다.

이제 문화회관의 다양한 공연에 동반해도 전혀 무리 없을 듯.

 

 

소죽도 공원 들어갑니다아~~~~~

 

소규모 공원에 눈길 끄는 조형물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3면으로 보이는 풍경이 꽤 매력적인 곳이다.

2018년 4월엔 1박2일 팀도 다녀 갔다네.

해외참전기념탑

 

소죽도 공원에서 보이는 진해루
왼쪽 계단으로 오르면 예쁜 정자가 있다. 사방으로 뻗은 키 큰 소나무가 전망은 막아 섰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진해도 정겹다. 

 

물이 너무 맑아서 .........
여전히 파닥파닥^^ 네가 즐거우니 봄이 더 곱다.

 

 

당일 치기로 들어왔다가 붙잡혔다.

갈아 입을 옷 없다고 했더니

'할미, 엄마 옷 많아.' 그런다.^^

 

치맥한 다음 날 아침 운동 나서는 길.....

걷다 집으로 돌아오면

세상으로부터 찌들은 낡은 옷자락

바람결에 사라지고

내 영혼에 들어와 박힌

맑은 옷 한 벌,

길 위에서 얻어 입은 날이다

전향 걷는다는 것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