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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긴 여정, 창 밖의 풍경

적멸보궁, 12월의 다솔사

헬로우 럭키 찬! 2012. 12. 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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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루

12월의 첫째날이자 첫 얼음을 보았던 토요일, 오후의 비 소식과는 상관없이 일단은 청명한 하늘이다.

언젠가 꼭 한 번 들러 보고 싶었던 그 곳, 작은 배낭 하나 가볍게 짊어지고 봉명산 다솔사로 향했다.

이른 아침의 추운 날씨에도 서부시외버터미널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곤양까지 1시간 반, 다시 다솔사행 버스로 갈아 타서 10여 분...

사람이 살고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인적이 없는 작은 마을 어귀에 내려

한참 동안 다솔사가 있다는 산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이 길....그 옛날엔 온통 숲이었을 이 곳,

태고의 많은 선사들의 일화와

일제 강점기 우국지사들의 무거운 마음이 흔적으로 남은 이 길을 오늘은 내가 걸어서 가려고 한다.

 

 

'

'여기 버스는 금방 금방 와'.

나가는 버스 시간이 궁금하여 함께 내린 할머니께 여쭈어 보았더니 친절히 답변해 주신....


헐,

할머니의 '금방'에 여유 먹는 하마를 데리고 사는 내 관점의 '금방'이

여지없이 무너져버린 길고 길었던 기다림. ㅠㅠ;;                                                                 

 

 

적막강산. 사람은 커녕, 이정표도 보이지 않아 무작정 길 난 곳으로 걸음을 놓았다.

 

마을 중간쯤에 자리한 울타리가 예쁜 집.

이런 곳에 살고 싶다. 

작은 집, 조금만 넓은 텃밭에  낮은 울타리를 세우고.....

 

 

빛의 폭포가...

 

 

이정표를 발견하고 제대로 들어 섰다는 안도감에 잠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아무도 없는 길...그저 낙엽과 바람만이 가득하네.


한 계절을 다 한 잡초들 틈에서  안간힘으로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는 몇 송이의 쑥부쟁이가 눈물겹다.     

 

한 때는 푸르렀을 화려한 색의 넝쿨 식물. 

 


관목을 매매하기도 하는 화원. 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가지 사이로  아담한 저수지 가 평화롭다.


다솔사 입구. 이 길 어드메쯤 다솔사가 있겠지.

갈림길. 양쪽 모두 다솔사로 통하는 길이다.


다솔사로 향하는 이 숲길이 참 멋지다.

 

 

 

 

 

다솔사 곳곳의 풍경들......글로 표현 되지 않는 절경에 숨이 다 막히더라는..

사그라들기 전의 불씨처럼 나무들은 아름다운 한 계절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기술 부족으로 멋진 구도를 뽐 낼 수는 없었지만 자연의 색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기만 하다.^^

 

 

 

 

 

 

 

 

 

 

 

 

 

 

 

 

 

 

 

 

 

 

 

 

 

오른쪽이 다솔사에서 가장 오래된 누각인 대양루이다.

임진왜란 때 모든 전각들이 소실, 숙종 당시 중창했다가 다시 1748년 큰 화재로 모두 불탔다. 현존하는 대양루는 1758(영조 34)에 지은 것으로, 마당을 가운데 두고 주불전인 적멸보궁(寂滅寶宮)과 마주보며 배치되었다. -다음 백과 참고.



 

적멸보궁

석가모니가 설법을 펼친 보리수 아래의 적멸도량을 뜻하는 전각.

사후에는 그의 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절, 탑, 암자 등을 통칭한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이라면

영축산 통도사 적멸보궁,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

설악산 봉정암 적멸보궁,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

태백산 정암사 적멸보궁 이 있으며 그에 얽힌 각각의 설화와 역사가 전해지고 있다.

 

 

 

 

 

 

명당의 지기를 보존하기 위한 어금혈봉표. 아래 사이트에서 그에 얽힌 사연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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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전경.

 

 

다솔사의 자랑 작설차밭

 


길을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한없이 마음이 평온해 진다.

어떤 길이든, 길이 보인다는 것은 희망이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태양을 향해 들이대어 봤다.^^ 

내 디카에 담긴 하늘엔 꽁지 깃털 한껏 펼친 수컷 공작 한 마리가 아름다운 자태로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정경스님께서 그러셨다.

'불교는 한 번도 종교이고자 한 적이 없었다.'고

불교는 종교라기보다 민중의 삶 속에서 유구한 역사와 함께 해 온 우리의 민족문화라는 게 더 옳다.

경박하지 않고, 예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경내를 둘러본 뒤

험한 세월 닦아 아름다움 지켜 주신 모든 선인들을 향해 간절한 마음으로 읍한 후 돌아섰다. 

 

오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시를 전해 주신 나옹선사를 뵈었고,

만해스님의 사랑하는 그 님을 품었고,

김동리 선생의 등신불을 다시 기억 밖에서 만나기도 하였고,

한 생애를 애국의 정신으로 걸어가신 수많은 우국지사들의 흔적을 더듬어 보았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을 다져 이 길을 걷고 있는 걸까....

사회과학서에 탐닉하고,

정의를 외치며 최류탄 속을 내달렸던 젊은 한 때의 패기가 순간의 진실이었다고 쳐도

지금의 자리에서 돌아 본 나의 지난 시간들은 결국 일신의 안락을 추구하며 걸어 온 길이었을 뿐...

이제...수난의 역사를 등에 지고 길 없는 길로 앞서 가신 그 분들의 커다란 발자욱을 감히 덧 밟으며

주어진 내 몫의 삶에서 의미없이 흘리고 온 그 시간들을 조금씩 내려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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