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2년, hrer and now

장맛비 오락가락하던 날, 청사포

헬로우 럭키 찬! 2022. 7. 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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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화)

치매가 더 깊어진 모친을 요양원으로 모신 후 거의 한 달여 만에 나들이 제안을 해온 친구.

여전히 갈팡질팡 마음 앓이 중인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해운대로 내달렸다.

 

본인의 육신도 성치 않은 데다 자녀 둘은 서울에서 둥지 틀었고, 손아래 동생들 역시 서울과 김해로 흩어져 있어 오롯이 홀로 감당해 오며 길게 버텨왔던 그녀에게 우린 종종 요양원 입소를 권유하기도 했는데....

이제 기억의 대부분은 지워졌지만, 마스크가 얼굴의 절반을 가렸음에도 면회 간 딸만큼은 멀리서도 대뜸 알아보시더라는 말에 얼마나 가슴이 저려 오던지.

 

딸의 고된 마음을 덜어주시려는 듯 애타게 딸만 찾던 모친은 의외로 그곳 생활에 잘 적응하고 계시더란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기억의 한 점까지 다 갉아 먹힌다는 가슴 아픈 그 병도 그분의 조용하고 고운 성품만은 끝내 지우지 못한 것 같다.

 

 

간간이 쏟아지는 비와, 모자를 날려버릴 만큼 세찬 바람, 그리고 오랜만의 청사포.

송정의 ‘부산 3대 맛집’이라는 ‘맘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청사포 ‘디아트’를 찾았다.

블로거들의 맛집 평에 대한 대략 호들갑에 워낙 익숙해진 터라 .....^^;;

그냥 맛있게 먹었음.

나머지 두 곳은 안 가봐도 될 것 같다.ㅎㅎ

 

 

일단 커피광녀^^의 추천으로 접수했다.

커피 맛이 썩 괜츈하다고 알려진 청사포 소재 ‘카페 디 아트’.

 

오랜 세월 커피와 곁하고 살았지만 그녀들과 달리 나는 그저 커피 향에 홀릭되었을 뿐, 맛에는 여전히 둔감한 편이어서 대화가 편한 분위기라면 대체로 OK다.

집에서 커피를 직접 갈아 내릴 때도 최대치의 행복은 과정을 통해 공간으로 퍼지는 그 향에서 얻는 나.^^

흠....글타고 아무거나 막 퍼마시지는 않지만 서도.^^;;

 

주변 경관은 볼품없다.

그렇지만 인테리어를 과하게 뽐내는 여타의 카페보다 이곳의 수수함에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고나.

2층에서 내려다 본 창밖 풍경. 뭐, 상관없다. 우리가 마주 앉은 시간 동안 고개 돌릴 일은 거의 없으므로.^^

쌤아, 엄마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마.

딸이 마음 아파하는 거 엄마도 원하지 않으실 거야.

긴 시간 동안 병든 엄마 사랑으로 품어 온 쌤, 정말 수고 많았어요.

 

침묵이 필요치 않은

벗들의 만남

 

오랜 세월 만나

반백이 되어도 좋은 사이

 

풀꽃처럼 재잘임

시간은 상관없다

 

송정숙 만남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