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3년, 올해도 부탁해

오늘도 신세 졌습니다아~~^^

헬로우 럭키 찬! 2023. 2. 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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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일)

나의 관심사를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기회 닿으면 잊지 않고 노크해 주는 초등 친구.

일전에, 귀농한 대학 동기의 개인전에서 받은 하동의 특별했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늘 또 귀한 하루를 선물 받았다.

우천으로 당초의 약속 날짜에서 하루가 밀려난 오늘, 역시 고향이자 밀양 제1의 명소 위양지 근처로 귀농한 또 다른 동기의 꽃차향 짙은 sweet home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그 뜻밖의 행보가 봄바람처럼 따숩고 향기로웠던 시간.

 

활짝 웃으며(얼핏 그런 표정을 본 것 같다.^^) 쏜살같이 달려와 우리를 맞아준 이 친구는 ‘나진’이다.

나주에서 데리고 온 진돗개의 첫 글자를 따서 붙여준 이름이라나.^^

동거 중인 친정 모친의 경로당 행보 때는 문 앞까지 모시다 드리고 온다는 영리한 나진이.

 

세월도 무색하게 변함없이 곱고 착한 친구의 짝꿍. 30여 년 만의 만남에도 격조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부러운 재주를 갖고 있다

도시의 삶을 떨치기 아쉬워했던 안주인보다 3년여 먼저 들어와 터를 닦았다는 친구의 대학 동기는 원주민보다 더 익숙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우리를 별채로 안내했다.
주변 풍경. 오른쪽이 도보 5분으로 갈 수 있는 위양지이다.
간절한 눈빛과 기다림. '육포 주세요. 멍'^^

 

우어어♪♬~~들어서면서 진심 깜딱했던 별채.

안주인의 섬세함이 고스란히 담긴 유리병, 대략 40여 종의 말린 꽃들이 즐비했다.

대부분은 지금도 종종 꽃차에 대한 강의를 나간다는 그녀가 텃밭에서 키워낸 꽃들이라고.

 

아마도 전공이 미술이었나 봉가?

귀동냥으로 주워 들은 말이지만, 한때는 미술치료사로 활동한 경력도 있단다.

말수 적고 숫기 없어 보였던 안주인의 샤이한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네.

 

수확한 꽃들을 깨끗이 씻어 꽃잎이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몇 날을 널어 말리고, 이후 9번의 덖음질을 거쳐 제 색 그대로 진열되어 있는 병 속의 꽃들....인고의 시간을 품은 작품들에서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저 향기로운 시간.

처음 들어본...'금화규'란다. 방송을 통해 식물성 콜라겐 보고로 알려졌다고 하는.

 

화려한 복주머니, 색색의 돈봉투 등 모두 안주인의 손 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뭐, 한 마디로 재주꾼이라고나.....^^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너무 귀하고 소중한 것들로 대접을 받았다.

복분자 라떼. 복분자는 텃밭에서 수확 후 저장해 둔 거. 단맛을 내는 첨가물도 설명해 주시드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풀어주셔서 인풋에 과부하가 걸려 버려 까묵했썽.^^;;

 

기막히게 맛있었던 무우정과. 무를 오랜 시간 동안 조청에 고아 콩가루에 버무린 거라고 했다. 그리고 대나무 포크^^

 

 

이곳의 모든 먹거리는 시간과 정성으로 빚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또한.....인후단이라고, 기관지에 좋은 식재료가 들어있다.  도라지와 울금, 그리고 아카시아(꿀이었나?^^;;)

역시 용량이 부족한 나의 뇌가 문제야.ㅜㅜ;;  

그닥 먹음직스럽게 보이진 않지만 묘하게 매력적인 맛이 혀 끝에 남더라고.

 

도라지꽃 봉오리 말린 거. 실제 색은 더 더 고웁다.

 

그 도라지꽃차.

기막히게 오묘하고 투명한 청색이다. 물의 오장육부까지 다 보이는 것 같았던.

여기에 말린 청귤을 띄우면.... 헐!!! 리트머스지 화학반응, 산성과 만나면서 환상적인 보라색으로 변한다.

우어~~~~이 색은 또 어쩔!

도라지차
청귤을 동동 띄워 주면......

 

향긋한 청귤향이 살아있는, 이거 .... 도라지꽃 청귤차.^^;;

 

 

제법 넓은 집 앞의 텃밭을 오른쪽으로 끼고 잠시 걸으면 바로 위양지다.

 

아, 또 이런 대접.

계속 빚 지고 있는 이 기분을 어떻게 감당할 거나.ㅎ

 

승용차로 10여 분 쯤이면 도착하는 코다리찜 전문점 '해뜨락'

꼭, 꼭 한 번 더....... 기회 되면 몇 번 더.^^

마지막에 비벼 먹었던 라면 맛도 못잊겠썽.

 

 

식사 후 위양지 산책.

2016년 5월 딸네와 이팝나무꽃을 기대하며 들어섰다가 개화 전의 풍경만 담은 채 되돌아 온 지 그새 7년.

꽃과 잎이 무성했던 계절과 달리 겨울의 위양지는 자못 쓸쓸했다.

해도 나목의 운치가 빚어내는 텅 빈 듯한 이 느낌도 꽤 좋았다는.

완재정으로 건너 가는 다리

 

집으로......

시간의 유속을 감지했을 때쯤엔 이미 해거름.

유익하고 즐거웠던 그곳에서의 기억을 꾹꾹 눌러 담고 오던 길에 들렀다.

양산 손두부 맛집으로 알려진 ‘천성산 가는 길’

왕래가 많은 낮시간대는 대기자를 위한 명단까지 비치되어 있을 정도로 붐비는 곳인 것 같고.

요런 비주얼. 밥맛도 좋고, 따라 오는 찬들 역시 다 비워낼 만큼 먹을만 하다.
청국장. 진짜 국산콩 맛이 이렁가 봉가?  씹을수록 소름 끼치게 구수했넴.^^
혹시 다음에 들를 기회가 되면 된장 한 통 구입해 볼까....

 

밀양의 멋쟁이 부부께서 넘치게 챙겨 주신 것들.

마음에 둔 것 있으면 넣어 가라셔서.......^^;;

 

극진한 대접에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싶었으면서도 욕심 나는 게 있었다.

색이 너무 고와 첫눈에 혹했던, 이름도 생소한 당아욱꽃차.

꽃말은 자애, 어머니의 사랑...개량이 많다고 하며 품종에 따라 색이 다양하다고 한다.

인터넷 뒤졌더니 요렇게 생겼다. 본 것 같기도 하공.^^;; 말리는 과정에서 색이 더 짙어져 보라색이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오기 전 미리 주문해 두셨다며 마을 하우스에서 기르는 미나리도 한 봉지씩 건네 주셨다.

잔파는 위양지 바로 앞 친정 오라버니 밭에서 뽑아 왔고,

맛있다는 말을 새겨 두셨는지 무우정과까지 봉지에 담아 주셨고.ㅎ

아, 진짜 빚지고 왔어.ㅜㅜ;; 

당아옥차와 무우정과

 

친구야, 오늘도 고마웠어.

여기저기서 귀한 대접 받기만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했지만 고맙다는 말 밖에.......^^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은 ‘행복’으로 정했어.

 

- 스누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