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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데이,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

헬로우 럭키 찬! 2023. 2. 1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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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화)

1909년 10월 26일은 중국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날이다. 그리고 이듬해 2월 7일부터 다섯 차례의 공판을 치른 뒤 2월 14일 6번째 공판에서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집행일은 3월 26일이었다.

 

‘항소하는 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마라’는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말씀대로 안중근 의사는 항소 없이 당당히, 담담히 일제의 형을 받아들였던 날,

1910년 2월 14일.

 

그리고 오늘날의 우리에겐 ‘즐겁고 행복한 날’이라는 형용구까지 붙여가며 기대하고 고대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출처 불명에 자알 끼워 맞춘 한 해의 수많은 '데이'....

그중 남녀노소 불문, 이제는 문화 트렌드로 정착되다시피 한 발렌타인 데이는 할로윈 데이, 크리스마스 만큼 전국이 들썩일 정도다.

자의든 타의든 그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많은 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아껴둔 포켓 머니를 탈탈 털어야 할 수도 있는 날, 누구에겐 눈누난나♪♬ ‘발렌타인 데이’.

의미가 짬뽕이 되어버린 발렌타인 데이의 유래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로마의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가 위협적인 고트족 정벌을 위해 원정 채비를 할 때다. 기혼자가 병역에서 제외되다  보니 너 나 없이 광속 결혼해버리는 젊은 남자들이 속출해 황제는 급기야 금혼령까지 선언했다.(사실 클라우디우스 2세는 침략의 위기에서 로마제국을 다시 일으켜 세운 뛰어난 통치자로 기록되어 있다.)

 

이런 와중에 몰래 찾아온 연인들의 결혼식을 성사시켜 준 가톨릭 사제가 바로 발렌티누스였고, 국가가 먼저냐 사랑이냐에서 서로의 타협점을 찾지 못한 황제는 결국 그를 처형했다.

그날이 270년 2월 14일, 그를 추모하는 발렌타인 데이의 기원이다.

 

현재는 목숨을 담보로 했던 발렌티누스의 희생의 의미가 퇴색되어 남녀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진 두근두근 기념일이 되어버렸고.

하긴 오늘날의 발렌타인 데이는 어쩌면 다음 설이 더 유력하긴 하다.

사랑을 고백하는 풍습은 훨씬 후인 15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는 거.

 

한 청년을 짝사랑하던 여자가 1477년 2월 14일에 고백 편지를 보낸 후 사랑이 성사되어 결혼했다던가.

그 편지는 현재 런던 국립우편박물관에 보관돼 있다고 하며 이러한 이유로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풍습이 생긴 것 같고, 18세기부터 달달한 쵸콜릿까지 덤으로 주게 된 데는 쵸콜릿에 함유되어 있는 최음제 성분이 사랑에 빠진 남녀처럼 몽롱하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물론 여기에 현대 상술이 크게 한몫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하다 못 해 동네 구멍가게까지 점령한 쵸콜릿 선물 셋트를 보면서 우리에게 결핍되어 있는 그 ‘어떤’ 것에 대한 아쉬움이 목젖까지 차오르더라.

 

그나마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아~주 완곡하게 전해주는 말로 마무리 해야 겠다.

“2월14일이 어떤 날인지 갑론을박할 것이 아니라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을 함께 기억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식의 죽음보다 조국과 민족을 먼저 생각했던 안중근 의사와 조마리아 여사의 애국정신을 기릴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 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윤동주 참회록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