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토)
설 연휴 첫 날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해마다 전년도의 근사한 계획에 처맞은^^;; 트라우마가 내성처럼 자리하고 있건만, 올해 역시 나름의 플랜을 구상하다 하필 타이슨의 말이 떠올라 멘탈 제대로 저격당한 이 계면쩍음.ㅎ
지구별에 이름 석 자 콱 박아 놓고 떠난 버나드 쇼조차도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묘비명을 남길 만큼 인생엔 채워야 할 것들이 많을 텐데 말이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백팩 짊어지고 산을 올랐다.
이것도 다짐의 일부라 육신의 석화 방지 차원에서 걷고 오르기를 주 3회 이상 대체로 지켜 왔으니 어느 정도 성공적이지 않았나 하는 자위로 타이슨을 방어 해 봄.^^
이런 날....
구름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벽공 아래, 거실에서 따악 한 발만 뻗으면 애진봉까지 닿을 것 같은 백양산이라니!
문득 지난번 하산했던 만리산이 떠올랐던 거다.
이렇게 좋은 날에.....오늘은 반대 방향에서 오르는 걸로 시작해 볼까.
서둘러 나선 나의 걸음은 헤르메스의 샌들을 신은 것처럼 가볍기 그지없더라지.^^
설 맞이 전 뒤집는다고 모두 바쁘신 모양이다.
나 혼자 만리산, 수정산, 엄광산 헤집고 다니며 산할아부지 꼬붕 해 먹었다능.^^;;
호랭이 어슬렁길엔 벤치도 호피 무늬다.^^
심각한 기후 변화로 종종 목격되는 현상이지만 봄날 같았던 지난 1월 초, 일찍 동면에서 깨어나 활동하고 있는 누룩뱀 소식에 이어 꽃들에게서도 이상징후가 발견되었다. 한동안 활짝 피었다가 어제 오늘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막 동사하신 듯 여전히 고운 색을 유지한 채 나를 놀래킨 진달래.
금방이라도 잎을 펼쳐낼 것 같은 요거는 어제 엄광산에서 발견한 수국.
수정동 산성터가 보이면 거의 다 온 거.
오늘은 쉼터가 있는 공동묘지까지 오르지 않고 샛길로 빠져 곧장 동의대를 관통하여 하산했다.
와~~~~!!!!!!
작년 통틀어 기억을 더듬어 봐도 본 적 없었던, 동해 바다색 하늘.
산다는 것은,
만나는 일이다
사랑하는 일이다
헤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빈 가슴 털면서
먼 산을 바라보는 일이다
먼 산 바라보며
그 안에
내 얼굴, 내 발자욱, 내 그림자
그려 넣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견디는 일이다
갈등하는 일이다
매일매일 육중한 시간에 눌려
실타래 풀어가듯
그렇게 인생을 풀어가는 일이다
수틀에 수(繡)를 놓듯
그렇게 인생을 짜가는 일이다
가다가 큰 바다에 이르면
거기서 내 얼굴 찾아 물기를 닦아 내고
또 가다가 큰 산에 이르면
거기서 한숨 돌려 휘파람 부는 일이다
산다는 것은,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하는 일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일
이것이 인생의 주제다
오늘도 우리는 그 주제 속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이영춘 ’산다는 것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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