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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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긴 여정, 창 밖의 풍경

어머니의 고사리

헬로우 럭키 찬! 2012. 4. 1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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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월 중순 무렵 부터 몇 번의 휴일엔 동생네와 한 가지 목적만으로 산을 오른다.  두  번의 명절과 기제...년 3번의 어머니 젯상에 올릴 토종 고사리를 꺾기 위해서다. 10여 년 동안 그러다보니 우리가 항상 찾는 곳은 거의 정해져 버렸다. 하긴 그 몇 곳만 더듬어도 직접 채취한 고사리는 늘 푸짐하게 제삿상 한 자리를 뿌듯하게 차지하곤 했다. 물끄러미 어머니의 혼령이 앉아계실 젯상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12년의 세월도 무색하게 어머니 생각으로 언제나 눈 앞이 어질거렸다.

그립고 그리운 어머니.....

 

올해는 늦게까지 빛이 따습지 않아 채취 시기를 미루고 구미에 있는 어머니 산소에 다녀왔다. 착한 동생네와 지금도 할머니 사진을 꼭 품고 사는 딸네.....내려 오는 길엔 딸아이가 사는 포항에서 하루 묵기로 하고 시간이 일러 '오어사'에 들렀다.

 

오어사 가는 길목

 

20여 년 전 한 번, 작년에 한 번, 예정에 없던 이번 행보까지 합하면 세 번 째가 된다. 옛날엔 한참을 발품 팔아 힘들게 도착했지만 요즘은 사찰 문 앞이 주차장이다. 그래서인지 예전과 달리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소란스럽기도 하거니와 인파에 묻혀 쓸려 다니다보니 절을 제대로 보기조차 힘들었다.

예전, 이틀 내내 한 자리에 머물면서도 질리지 않았던 호수 주변의 고즈넉함과 깊은 산 천년 고찰의 기품을 간직하고 있었던 오어사의 그 시절이 불현듯 그리워진다. 어쩌면 그의 평온함에 고된 마음 눕힐 날도 더는 없을 거란 생각이 일면서 진정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근처 산을 잠시 올라보니 역시나 잡풀들만 간간이 고개를 드는 중이었다. 만개한 사쿠라는 어느 덧 산들 바람도 이기지 못해 함박눈처럼 흩어져 날리는데....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꽃 잎에 애틋한 사랑과 이별을 담아 노래한 이형기 시인의 '낙화'가 생각나다.

 

내려 오는 길에 헛걸음 하는 셈 치고 들러 본 달음산엔 그나마 조금 남쪽이라고 고사리가 제법 키를 다투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정신없이 꺾으며 돌아다니느라 인증샷 한 컷 남겨 두는 걸 깜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