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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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덤/영화, 프레임 속의 세상

The Power of One

헬로우 럭키 찬! 2008. 12. 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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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의 힘만으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변화는 바로 그 한사람의 힘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엔딩 장면에 뜨는 자막입니다.

남아프리카 출신 작가 브리스 코트네이(Bryce Courtenay)의 자전적인 소설로 한 소년의 성장 과정과 인종 차별에 대한 비판을 그린 작품인데요 1992년도에 영화화되었습니다.


감독은 실베스터 스탈론 주연의  '록키'로 유명한 존G.어빌센으로 1976년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고요.

 

영화를 조금 더 깊게 보기 위해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역사부터 조금 들춰 봐야 할 것 같더군요.

 

영화 도입부에 간략하게 백인 이주민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왕좌왕 하기보다 하나를 통해 몇 개의 지식을 동시에 습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나름의 방식으로 옮겨 보려고 합니다.


세계사를 들추어 보면 백인이 저지른 학살과 만행이 끝도 없이 쏟아집니다. 그 중 피의 역사 덮고 '팍스아메리카나'를 외치며 오늘도 종횡무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미국을 보십시오.

자연의 일부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죄다 학살하고 땅까지 차지하고서 몇 남지 않은 그들을 indian reservation(인디안 보호구역)으로 내친 것도 모자라 오늘도 이 나라 저 나라 자원이 풍부하여 거둘 것 많은 나라들을 넘보며 껄떡대고 있습니다.


영국 넘도 만만찮더라지요.

미지의 땅으로 생각했던 남아프리카... 1488년 희망봉 발견으로 주목을 끌기 시작했네요. 그리고 1652년 백인 이주자들(네덜란드)의 케이프타운 상륙으로 남아공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됩니다.

1759년경부터 네덜란드의 뒤를 이어 영국이 남아프리카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곧 North Cape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되자 전 세계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많은 사람들과 금광기술자들이 남아공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 시기에 엄청난 수의 영국인들이 이주하였습니다. 

1910년(우리 나라 경술국치일과 년도가 같군요. 8월 29일인가...?)에 케이프를 비롯한 식민지를 합병하여 남아프리카 연방(영국자치령)을 세우게 됩니다.

 

이 인간들도 남의 땅에 들어와서 원주민들을 짐승처럼 부리며 주인 행세를 하네요. 기록하기조차 가슴 아픈 왼갖 핍박과 굴욕 끝에 1994년 최초로 다인종 선거를 치루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세계의 매스컴을 장식한 흑인 지도자 넬슨 만델라 (1918년 남아공 트란스카이의 템부부족 추장의 아들로 태어나 27년에 걸친 투옥 등 험난한 투쟁을 했다는 건 대충 알 거고요. 이 사람이 바로 그들에게는 레인 메이커입니다.)가 이끄는 아프리카 민족회의(ANC)의 승리로 무려 342년 간의 백인통치는 종식되었습니다.


영화는 1930년부터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난 직후 까지 그들의 굴곡진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볼륨을 높여 보세요.

도입부에 독일 출신 작곡가로 영화 '라이언 킹' 배경음악을 담당하여 무지하게 많은 상을 수상했던 한스 짐머 기막힌 음악이 웅장한 아프리카 대자연을 넘나들며 우리의 귀를 울려 줍니다.

 

감독의 연출력이나 배우들의 연기보다 한스 짐머의 강력하고 감동적인 음악이 압권인 영화예요.

흑인들은 어떻게나 성량이 풍부한지....그들의 아카펠라는 잘 만들어진 종에서나 나올 법한 긴 울림으로 아주 오랫동안 저의 가슴에 여운을 줍니다.

스토리 역시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긴 합니다만.

줄루족이 불렀던 The Rainmaker.....

사전적 의미대로라면 '비를 만들어 내리게 하는 사람', ....

원주민들에게는 그가 곧 주술사를 의미합니다.

영화에서는 척박한 땅에 비를 내리듯 자신들을 이 고난 속에서 벗어나게 해 줄 '구세주'의 의미로 그려지고 있어요.


현대를 배경으로 한'Rainmaker'라는 영화도 있죠.

매력 넘치는 멧 데이먼의 진지한 연기와 앞서 소개한 '대부' '지옥의 묵시록'으로 영화 팬들을 제압한 헐리웃의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감독했던....^^

 

PK는 줄루족의 'Rainmaker'로 기억되겠지요.

 

The Power of one.....

인류애를 바탕으로 차별에 반기를 든 영화, 그리고 아프리카의 웅장한 자연이 외려 슬프기만한 이 영화는 의미있는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며 어린 PK가 성장해 가는 과정과 '인식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그의 삶을 차곡차곡 물건 쌓듯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보여줍니다.

 

 

존 어빌센...상업영화만 고집할 것 같았던 그가  어떤 계기를 통해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선택하게 되었을까 궁금증 까지 생겨버린 영화 '파워 오브 원'.   물론 복싱은 빠뜨릴 수 없는 소재로 등장하긴 합니다.

 

진보를 향해 한 발은 내딛었으나 아쉬웠던 점은 그도 역시 헐리웃 영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었다는 것 .

식민지 아프리카인을 역사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두면서 결국 문명의 전달자로서의 백인을 영화의 표면에 내세워 버린 것입니다.  미개한 그들의 레인메이커는 백인일 수밖에 없다는 강자의 논리가 이 영화에서도 보여지더라는 거죠.

 

사람은 그저 사람일 뿐입니다.

색깔의 구별이 있을 뿐 차별이 존재해서는 안 되겠지요.

세계 침략의 첨병역할을 맡았던 선교사의 품 속에 있던 책(성경)에는 술 취한 아비의 실수 - 노아가 술 꼬려서 홀랑 벗고 골아 떨어진 -에 웃었다는 죄목 하나로 '니는 숫검정으로 펴엉생 형제들의 종노릇 하여라'는 저주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로 인해 오늘날까지 흑인에 대한 근거 모호한 인종적 차별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것 같고요.

현재 우리나라에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는 동남아인에 대한 우리의 우월감 역시 일제 강점기 우리를 노예로 보았던 일본인의 시각과 다를 바 없겠습니다.

우리가 이럴진대 헤브라이즘이 기조에 깔린 서양인의 의식으로 동양을 보는 시각이야 두말 할 필요도 없겠지요.

 

청년 PK역은 아역스타 출신 스티븐 도프로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됩니다.  작은 몸집에 다부진 마스크가 묘하게 매력을 풍기는 배우였어요.

'라버 앤 러버' '블레이드' '피어 닷 컴' 등 몇 개의 영화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는데 매번 필을 받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