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1년, happy ever after

사랑과 감사를 담아....어머니 기제와 사랑이들

헬로우 럭키 찬! 2021. 4. 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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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금)~17일(토)

낳아 주셔서, 귀하게 길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까지 덤으로 주신 은혜 또한.......

생전에 엄마가 특히 좋아했던 치자꽃. 

올해부터 부모님 기제는 두 분 생전의 모습을 추억하며 우리끼리 조촐한 상을 올리기로 했다.

‘사람의 타고난 운명이 바뀌지 않듯 타고난 성품 또한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나이 들수록 유순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거침없이 성질을 표출하는 동생댁과, 그녀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왜곡된 일상을 가감없이 흡수하면서 관계를 파탄까지 몰고 간 동생의 무지한 행위 끝에 내린 결론이다.

어차피 동생네에게는 그저 ‘우상숭배’ 정도의 형식적인 행위일 뿐이기도 하고.

 

앞서 명절제를 없애고 두 분 기제까지 서둘러 합친 것도 동생댁의 무지몽매한 종교관이 발단이었다.

곁하고 살았던 사랑하는 사람들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우리와 무관한 ‘우상’이나 ‘귀신’ 따위로 치부되는 것을 계속 지켜보는 것이 나로서는 마음 아픈 일이어서.

 

인연 따라 가족이 되어 수십 년 부대껴 살았으니 뿌리 이어주신 분들께 내 나라 방식으로 감사하는 자리일 뿐인데 어느 날부터 뒤적이던 바이블의 한 구절에 목을 매는 그녀가 오히려 안 되어 보이기까지 했던 그 일.

과시와 가식은 종이 한 장 차이라던가.

이제 눈치 볼 필요 없이 나만의 정성으로 차려낸 소박한 상.  장 보던 중 카랑코에가 예뻐서 엄마도 보시라고 하나 들고 왔다.

명절이나 제례 문화의 폐해가 심각해진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렇게 된 데는 오로지 여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해 온 한국의 불합리한 전통 가족관계에 기인한다는 것도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여 친정 떨거지로서 몸 아끼지 않고 어떤 상황에도 말 삼켜가며 동생댁 위주로 모든 분위기를 만들어 왔던 거였고.

 

어쨌거나,

우리 세대로 제례가 끝나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동생네 둘 다 옳든 그르든 삶에 대한 가치관이 확고해서 아이들에게도 공부 외의 세상은 모두 ‘별 것 아닌 기타 등등’으로 인식시켜 왔으니 조부모의 기일을 물려주는 행위는 ‘떠맡게 된 짐’ 그 이상의 어떤 의미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격식 굳이 갖추지 않은 단출한 상차림에 여식이 올리는 술 한 잔, 두 분의 지극한 사랑으로 잘 커 온 내 딸과 삶의 기적 같은 손주, 더불어 그들 곁을 지키는 사위의 일상을 조근조근 들려 드릴 수 있다면......그것이 부모님께 드릴 수 있는 내 작은 정성이라는 생각이다.

흉내만 내 본 동래파전에 캐 온 쑥으로 집에서 만든 쑥떡도 올려 봤다.^^ 참치 동그랑땡과 그닥 모양 없이 튀겨진 튀김류, 그리고 수육은 드시기 좋게 썰어서.....

 

편하고 만만해서 망발 일삼는 것도 당연하다는 동생댁에 비해 나는 평생 그녀를 편안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자칫 그 성질로 인해 얼어붙을 분위기 때문에 노심초사했던 세월만 있었을 뿐.

 

비록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 쉽게 아물지는 않겠지만, 시집살이하듯 눈치껏 기분 맞추며 연을 지켜온 딸아이와 나에게 이제사 위로를 해 주고 싶다.

토닥토닥, 이제 그만하면 이제 되었다.

 

재미없는(?) 영화 만들기로 유명한 일본의 고레에다 감독은 그런다.

가족은 선택하는 거라고.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들고 잠시 흔들렸던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

 

올해 한 줌 따 와 만들어본 진달래꽃차. 가실 때 입가심 하시라고.

 

 

제사 후, 음식 싸 들고 딸네로 넘어왔다.

합기도 특공무술 심사가 다음 주라 토요일 오전부터 연습이 있는 손주 때문에 저녁 시간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굳이 자리를 옮긴 것이다.^^

 

최근 들어 포도주에 집착하는 사위와 소주 고수파 딸, 소맥 혼합주를 선택한 나.....

엄마 덕분에 푸짐해진 상을 마주한 우리는 깊어가는 봄밤 속에서 멱 감기 중.^^

 

♠토요일

손주의 빈자리에서 딸과 오붓하게 허파 정화하기

오전에 녀석 데려다 주고 오는 길, 막 꽃잎을 떨구고 있는 겹벚꽃 속으로.....진해 드림로드 시작점이다.

탄성이 겹으로 터지는 겹벛꽃나무

야생 녹차 한 줌만....^^

 

가는 곳마다 ........... 할 말 잊게 만드는 야생화들.

색이 무지막지하게 고운 반디지치.  열매는 약재로 쓰이며 복부동통, 위산결핍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좋아요, 진해 DREAM ROAD!!!!!^^

 

그새 녀석의 퇴근^^ 시간.

다음 새끼줄은 가성비 우월한 근처 중국집에서 식사 후 웅동 용추폭포에서 놀며 쑥 캐기.^^

텐트까지 놓고 봄을 즐기는 낚시꾼들 
건너편 중앙, 숲에 살짝 가려진 곳이 지난번 딸과 들러 커피 한 사발^^ 했던 '인코스타'

 

받아 온 새 도복 입어 보는 중.

합기도 2단에 특공무술까지!

너만 의지하면 세상 어떤 폭력도 무서울 게 없을 것 같네.^^

 

5천 원짜리 짬뽕.

안 들어간 게 뭘까 싶을 정도로 온갖 야채와 해물이 마구마구 투하된 비주얼 자랑쟁이.

 

♠ 웅동 용추폭포

또 감딱 놀란 풍경.

웅동 대장동 계곡 근처의 용추폭포.

10분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딸네서 대략 10~20분이면 시쳇말로 풍경 '쩌는' 곳이 이렇게 넘쳐 난다.

다닥다닥 붙어 어딜 가나 승용차와 마천루 밖에 볼 것이 없는 부산과의 거리도 30분 내외, 진해 중앙통까지는 10분.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양질의 삶과도 나란한 이곳에 둥지 틀 수 있었던 것은 축복에 가깝다.

 

다슬기가 살고있는 일급수

녀석도 풍경 담기에 빠져 있다.^^

곳곳의 야생화

참꽃마리. 어린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며 약용으로 빈뇨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황새냉이.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 씨는 약재로 사용한다.
앙증맞고 깜찍한 벼룩나물. 주로 논이나 밭둑에서 자란다고 하는데 오늘은 냇가의 돌 틈에서 발견했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이 아이도 역시 약재으로 사용한다고.
삶은 쑥. 갈아서 소분한 뒤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쑥떡 먹고 싶은 어느 날 찹쌀가루에 조물조물.... 쪄 먹을 거다.

엄마, 엄마가 죽으면 어디로 가?

수동이는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가 죽으면 산으로 간다.

저렇게 푸른 산으로 간단다.

 - 황금찬 '엄마가 죽으면'

 

 

제사에 관하여 기독인과 비기독인이 설왕설래한 내용 중 참 괜찮은 대목이 있다.

 

‘제사는 산자가 죽음을 마주하는 자리입니다.

죽은 자가 매개는 되지만 제사는 산 자에게 죽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자리가 되어줍니다.

제사는 죽은 조상이 후손에게 남겨준 선물 같은 것입니다.‘

 

그러면서 조상을 기리는 행위에 대해서도 ’우상은 애니미즘, 토테미즘, 샤머니즘을 의미하지 부모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는 말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