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정도 넉넉하게 출근해서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음악을 선곡하고, 달달한 인스턴트 커피로 잔을 채운 뒤 컴터 앞에 앉습니다. 오늘의 새소식을 열고 마우스를 휘휘 저어가며 천천히 세상 속으로 .... 업무 개시 전 평소의 오전 일과였습니다.
사고 이후,
자가 운전을 팽개친 뒤 몸이 훨씬 가벼워졌던 걸 떠올리면서 뒤늦게 시작한 출근길 오래 걷기.
주 3번 이상 30~40분의 직장 근처 초량 및 수정동, 영주동 일대 둘러가기는 어느 덧 한 달을 넘기고 있습니다.::
영주동 부산터널 앞에서 하차하여 시장으로 들어갑니다.
제법 규모가 큰 영주동 시장의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바로 차이나 타운이죠.
이른 아침, 아직 달콤한 잠 냄새가 가시지 않은 차이나 타운 상가 거리...막 교문을 들어서는 몇 몇 화교학생들과 출근 길인 듯 몇 사람이 고요한 거리의 인적을 만들어 냅니다.
오래 방치된 듯한 길 가의 빈 집.
손길 닿지 않아도 제 몫의 할 일을 잊지 않고 집을 지키는 접시꽃이 애처롭습니다.
부산의 볼만한 곳으로 유명세를 타고있는 초량 이바구길 초입과 직장은 불과 4~5분의 초단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제사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출근길 ‘초량과 수정동, 영주동 일대 골목 섭렵’을 컨셉트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오늘은 어느 골목을 선택할까....^^
제 폰카에 걸려든 정겨운 풍경들과 이제 막 발견한 것들, 그리고 새삼 새롭게 다가 선 것들을 남겨봅니다.
이 계단의 끝에서 168계단이 시작됩니다.
헐!! 이건 또 뭐야? 했던 곳이죠.^^;;
외지인에게 더 많이 알려진 이바구길 168계단과 모노레일입니다.
그 계단의 1/3 지점 쯤 오른쪽엔 위로 오르는 좁은 계단이 있어요.
김민부 전망대랍니다. 출근해서 바로 탐색 들어갔어요.
계단 왼쪽에는 요런 우물이....
왠지 코 끝이 찌~ㅇ해 오는 풍경입니다.
출입문입니다.
들어서면 오른쪽에 2층 대합실로 오르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있고요.
조만간 좀 더 일찍 나서서 요거 타고 계단 위쪽까지 가 볼 생각입니다.
168계단 오른쪽으로 통하는 계단의 끝은 김민부 전망대입니다.
한국관광공사 한페이지에 '김민부 시인을 기리고자 부산항이 잘 보이는 168계단 옆에 만들어진 전망대이다. 김민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등단을 한 천재시인으로 우리에게 ‘자갈치 아지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피디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고 기록되어 있네요. '자갈치 아지매' 피디였다고? 게다가 고1 때 등단?........
작곡가 장일남만 기억에 남아있던 그 곡의 가사, 바로 31살에 요절한 김민부의 시였습니다.
6월이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는 국민 가곡 '비목'의 가사도 시인 최명희의 시라는 것이 묻힐 만큼 장일남의 곡은 가사 그 이상의 절절함이 담겨 있긴 하지요.
어쨌든 대단하고 가치있는 발견이었습니다. 갈비뼈가 쫘~악 벌어지는 느낌이었어요.^^
‘기다리는 마음’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렸네.“
시인 김민부의 일생이 잘 요약된 블로그가 있어서 모십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zerokim200&logNo=20140483385
김민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부산역 인근
고마운 저의 밥통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아직 15분전이군요.
천천히 걸으며 화단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
밑둥까지 다 잘려나가 죽은 줄만 알았던 아왜나무에
‘싱싱’ 소리를 내며 곁가지가 소복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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