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3년, 올해도 부탁해

‘쨍’ 소리 날 것 같은 하늘, 산 4개 접수.

헬로우 럭키 찬! 2023. 2. 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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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일)

안창마을 입구와 성북동을 잇는 만리산에서 시작하여 호천산, 수정산 넘어 엄광산으로 하산.

그래 봤자 제일 높은 수정산이 315m다.

고만고만한 동네 뒷산이라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데다 바다가 보이는 산 중턱의 둘레길 풍광 또한 심심치 않고.

드물게 시계가 좋은 날이다. 바로 아래 호천마을과 뒤쪽의 병풍 같은 황령산, 황령터널 입구의 63층 짜리 금융센터,  그리고 오른쪽 끄트머리에 삐죽 솟은 오륙도 sk뷰까지 조망된다.
황색 아스팔트 같다. 그동안의 인적이 가늠될 만큼 반짝반짝 닦여져 발자국조차 남지 않는 둘레길
물길이 멈춘 볕 고픈 골짜기. 영상의 날씨에도 그늘에 갇힌 채 호시탐탐 봄을 노리고 있다.

 

근처 서너 개의 산에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유난히 많은 봉분을 볼 수 있다. 짐작컨대 지금까지의 발전에서 소외된 지역이다 보니 제대로 된 장례 절차를 밟지 못한 서민들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족쇄 같았던 108개의 번뇌를 훌훌히 벗어던지고 비로소 본향 찾아 떠난 분들의 명복을 빌어 본다.

 

오랜 가뭄에도 불구하고 산의 깊은 곳은 여전히 물을 품고 있다. 목마른 길손을 위해 선한 누군가가 걸어둔 촌스런^^ 바가지들.

 

다시 산허리를 밟고 한참을 걷다 보면 초량과 부산역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영도가 오랜만에 제법 선명하다.

 

통일교의 ‘성지’라는 통일동산. 뭘 상징하는 깃발인지 암튼, 돌탑 사이에서 드~~높게 펄럭이고 있다.^^

 

호천산을 밟고 다시 수정산을 향하는 길.

이렇게 산 4개를 접수한 시간은 고작 3시간여.

어쨌든지 간에 .......뭔가 거창하넴.^^;;

 

인간의 염원은 넘치고 넘쳐서 어느 산을 올라도 간절함이 담긴 크고 작은 돌탑들이 쌔고 쌨다.^^

다아~~~이루어지소서.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도종환 산경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