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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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2022년, hrer and now

물 먹은 솔방울이....

헬로우 럭키 찬! 2022. 3. 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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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화)

지난 토요일, 소엽풍란에 깔아 주려 몇 개 주워온 솔방울.

주말 동안 이러저러한 일로 밀쳐 두었다가 오늘 아침 흐르는 물에 먼지를 씻어 내고 소쿠리에 받혀 뒀다.

 

아, 근데 이 무슨 해괴한.....?

활짝 벌어져 소쿠리에 수북했던 솔방울이 죄다 쪼그라들어 있었던 거다.

곧장 날아오를 듯 입 크게 벌리고 활개 치던 아이들의 이토록 단단한 침묵의 시위라니!

 

설마 생명 반응?

아니면 수돗물의 부적합한 성분이 문제였나 봉가?

 

해서 일요일 하루 봄비 맞은 놈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허위허위 산으로 내달렸다.

아, 얘들도 하나같이 문 단단히 걸어 잠근 채 웅크리고 있다.ㅎ

자연 해설가 김영선씨는 이러한 현상을 솔방울 안에 자신의 종족을 보호하려는 행위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벌어진 틈으로 잠자리 날개 같은 홀씨를 품고 있는 몇 놈이 발견 된....ㅎ

 

그저 생명 다해 떨어진 낙엽 같은 거라고 여겼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였구나.

 

미안하다.

산에서처럼 좋은 거름이 되어 또 다른 생명에게도 힘이 되어 주렴.ㅠㅠ;;

 

물에 담근 솔방울이 변화하는 과정(유튜브에서 퍼 옴)

 

 

극심했던 겨울 가뭄 탓이었나, 올해는 희한하게도 개나리가 많이 늦었다.

겨울꽃인 매화보다 먼저 꽃잎을 터뜨리는 놈도 종종 보이더니 만개한 매화 뒤에서 이제사 눈을 틔우고 있는 개나리.

지난 일요일 하루, 오전에 잠시 내린 봄비에 화들짝 놀란 형상이다.^^

3일 전만 해도 등산로 초입의 개나리 군락은 거의 절멸 상태로 보였거든.

산거울꽃이란다. 노랑병아리털 같은 복실복실 예쁜꽃. '처음 뵙겠습니다아~~'^^

 

 

그늘과 양지의 차이.

햇살을 오롯이 받고 만개한 산수유꽃과 반대편의 키 큰 편백나무 그늘에 가려진 채 여전히 꿈결인 분. 

눈 치켜 뜨니 얼핏 봄색이 보인다.
임도의 가장자리에서 크는 수십 그루의 동백나무 중 활짝 핀 꽃 하나를 품고 있는 나무가 눈에 띄어서.

 

반소매 셔츠가 생각 날 만큼 따끈따끈한 날씨다.

각 종 파충류들과 독충들 역시 성급한 몇 놈은 벌써 밖으로 나와 해바라기 하고 있을 터.....

안타깝지만 이제 각 산을 잇는 수만 갈래의 좁은 길에 대한 호기심은 잠시 묵혀 둬야 할 것 같다. ㅎ

 

오랜만에 걸어보는 엄광산 임도.

겨울을 잘 견뎌준 나목들을 쓰담쓰담하고 있는 봄의 손길이 느껴진다.

 

지난 일요일 잠시의 비에 씻겨진 백양산 자락. 시계가 미치는 먼 풍경까지 청명하다.

 

 

아, 어디에선가는 진달래도 피었나 보다.

먼저 발견하신 어느 분께서 혼자 보기 아까우셨는지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임도 가장자리에다 꺾꽂이해 놓으셨다.

참 고운 그분께 감사하는 한편, 뜬금없이^^ 잘려 나와 낯선 곳에서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진달래도 잘 적응하여 씩씩하게 뿌리 내릴 수 있기를....

잔잔한 감동, 봄의 숨결에 눈을 감고 그들의 노래를 떠올려 본다.

 

나는 땅끝까지 가 보았네.

물이 있는 곳 끝까지도 가 보았네.

나는 하늘 끝까지 가 보았네.

산 끝까지도 가 보았네.

하지만 나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은 하나도 발견할 수가 없었네.

 

인디언 나바호족 노래/'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