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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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2년, hrer and now

얼결에 수정산 정상 탈환^^;;, 그리고 딸네와...

헬로우 럭키 찬! 2022. 3. 1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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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토)

조만간 들어설 수 없을 수많은 오솔길이 아쉬워 숲이 우거지기 전까지는 가지 않은 길만 골라 골라서...

 

봄을 품은 온갖 생물들의 아름다운 용트림을 한편 경계할 수밖에 없는 뻔뻔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움트는 야생 초화에는 환호하면서 동시에 깨어나는 혐오 생물들(이런 표현이 미안하지만.ㅜㅜ;;)에 대해서는 그닥 호의적이지 못하다.

봄을 맞는 초목들의 기쁨은 대폭 줄어들 등산로 선택에 대한 나의 절망, 그래도 자연의 소생이 경이로운 건 어쩔 수가 없긴 하고.ㅎ

 

도심 한 귀퉁이 조금의 틈만 보이면 들어서는 아파트. 한 동이 전부일 것 같은 좁은 이곳은 한창 땅고르기 중이다.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동물 같다. 여러 개의 뿔이 돋은 사슴 형상의 나무 등걸.

 

명상을 통해 스스로에게 최면까지 걸어 봤지만 도무지 가까워지지 않는 그들과의 거리가 요즘은 마구마구 속상하다.

 

‘모든 진화의 산물들 가운데 우리가 막내 격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속한 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20~25만 년 전이다. 지구의 역사 46억 년과 견주면 그야말로 찰나에 지나지 않는 짧은 기간을 우리는 이곳에서 살아온 것이다. 그에 비하면 바퀴벌레, 까치, 그리고 돼지는 인간보다 훨씬 오랫동안 지구의 주민으로 살아왔다. 자연계에도 어른을 공경하는 유교 문화가 존재한다면 지금 우리 인간에게 수모를 당하고 있는 많은 동물들의 심정은, 나이 지긋한 어른이 불량 중학생들에게 불려 가 흠뻑 두들겨 맞고 돈까지 빼앗겼을 때 느끼는 감정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다운 법이다. 모든 생물은 나름대로 존재 가치와 권리를 지니고 있다. 인간에게는 그들을 인정하고 섬길 의무가 있다. 우리가 막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땅의 생명이, 모든 동물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될 그 날을 기대해 본다.’

 

이렇게 ‘통섭적 인생의 권유’에서 최재천 교수가 들려주는 조언을 곱씹으면서도 그들에 대한 두려움의 벽은 여전히 굳건하기만 하다.ㅠㅠ;;

 

특히 종종 지나는 길목에서 바야흐로 생업에 열중하고 계신 뱀님이 눈에 띄기라도 하면 그저 곁을 지나면 될 걸, 오금에 브레이크 걸어 두고 불손하게도 산천을 가르는 비명이나 질러대는 이 오두방정이 나도 정말 싫다.ㅎ

인간이 두려운 그들을 나는 오히려 혐오 생물로 갈라치기나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안하무인적 태도인지, 참.

지난 겨울 잠시 나의 다리를 쉬게 해 준 나무 의자.

 

예쁜 길들아 모두모두 올 겨울에 다시 만나자.^^

 

수정산 정상

오늘도 가지 않은 길로 들어섰다가 요렇게 수정산 정상을 찍었다.

그래봤자 315m, 어쨌거나 '정상'이라는 단어가 준 성취감으로 뿌듯했고.^^

막 내려서는 길에 전화벨이 울렸다.

입 짧은 사위가 선호하는 몇 가지 음식 중 최애로 꼽는 서울 칼국수집을 향해 가면서 나를 불렀던 거다.

참, 칼국수 먹으러 부산까지....^^;;

들어온 김에 내 집에서 하루를 떼굴랑했던 사랑이들.

수정산 정상이 보여주는 개금동과 당감동 일대

 

 

초행길을 선택했을 때의 호기심은 종종 이런 곳과 조우하면서 충족된다.

수정산 정상 바로 아래, 주변이 예쁘게 조성된 삼성공원.

근처엔 누군가 거주하는 듯 마당이 다듬어져 있고 빨래도 널려 있다.

 

정상에서 삼성공원으로 뻗은 길을 따라 내려오면 좀전에 내가 지나온 길로 들어선다. 동의대 건물과 나란한 안창마을이다.

 

점심식사

주변에 3천 냥짜리 칼국수집이 포진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집만 유일하게 손님이 가득 찬다.

차별을 둘 만큼 맛이 출중한지는 모르겠으나 부산을 찾는 여행객들에게도 유독 알려진 '서울 칼국수'.

(오늘도 먹던 중에 정신 차려서 한 컷 남겼다.^^;;)

손주도 한 그릇 순삭.

 

저녁엔.....

한결같이 우리의 입맛을 저격하는 요거, 이제는 서민의 품을 떠나 어~엄청 고가의 식재료로 등극하신 국산 삼겹살이다.^^

암튼, 두부전골 곁들인 식탁에 둘러 앉아 흡입 삼매경에 빠진 사랑이들.

and 캔맥과 소주와 맥콜과의 콜라보. 

우리의 간에게 건배!, 경배?^^;;

의자 살려~~먼저 식탁을 떠난 손주님은 뒤집힌 의자 위에서 유튜브 시청 중이시다.
후식으로 죠스바 핥핥
흠머, 천재인가 봉가? 도레미파솔라시도♪♬ 두 번 가르쳤을 뿐인데 곧 바로 띵가띵가....^^

 

눈 비벼 크게 떠보아도

보이지 않는

질긴 끈 하나

너는 나의

태초의 바람

산맥을 가르고

바다를 가로질러 내게로 왔구나.

 

김지헌 인연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