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긴 여정, 창 밖의 풍경

뚜벅이, 그리고 보리암(2011년 5월 22일 일요일)

헬로우 럭키 찬! 2011. 5. 2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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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름이 낮게 깔린 밖은 아직도 어둡다.

이른 새벽,

남해행 첫 버스를 타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지만 생각해 보니 딱히 일정이 빡빡한 것도 아니어서 지하철역 까지는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두고 걷기로 했다.


남해....보리암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고 여행지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주변 경관이 출중하다고, 그 암자에서 기도를 하면 누구에게나 한 가지 소원은 이룰 수 있게 해 준다고 이미 오래전부터 입소문을 탔던 곳이라 이번 기회에 나도 한 번 쯤은 눈도장을 찍고 싶었던...ㅎ

시간이 지나면서 구름은 조금씩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잠깐씩 해가 보이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정말 오랜만의 버스여행이군.

오너드라이버로서는 느긋하게 즐길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나를 사념으로부터 구해 주기도 하는..

한동안 생각 속에서 미처 소화되지 못한 일상의 응어리들이 한꺼번에 ‘슉’소리를 내며 빠져 나간다.


보리암까지는 직행 버스가 없다.

근처까지 운행하는 시골버스에서 내려서도 적잖은 거리에 초큼은 힘들었다.

그래도 역시 자가운전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운치 있는데다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다.

 

절에서 올려다 본 자연의 경이로움보다,

바다와 함께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한 작은 마을의 평화로움보다,

걷고 있는 내 곁을 스치는 작은 풀잎들이 훨씬 더 정겨운 오후의 카타르시스.

아쉬운 것은 평일이었다면 더욱 좋았을 뻔했다는 거다. 사람이 글케 많을 줄 몰랐으니까.

내가 하산 할 때까지 관광버스와 승용차는 끝도 없이 늘어서서 짜증스런 기지게만 켜고 있을 뿐 도무지 움직일 기미 조차 보이지 않았거든.  반대쪽을 여유롭게 걷고 있는 나에게 있어 길은 나만의 전유물이었고, 5월 하순임에도 오가는 길에 여전히 만개한 꽃들 덕분에 기분이 더욱 좋아져 버렸다.

향기 담아 몇 컷.

찔레꽃,

망개,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살짝 아카시아를 닮은 늘어진 하얀송이꽃....

길 나서지 않으면 만나지 못 할,

산과 들의 정령들이 마구마구 나를 반긴다.

찔레꽃...아주 어렸을 때 그 순을 따 먹은 기억이 있다.

 


 

거리를 두고 보면 아카시아랑 무지 닮았드만.....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은 아니었다는......

 

 

망개...빨갛게 익으면 더 이쁘다..

 

 

무작정 걸었던 몇 시간......

발바닥의 통증이 느껴질 즈음 작은 마을 앞 정류소에서 버스에 올랐다.

터미널 까지는 10여분.

예상보다 일찍 부산에 도착했기 때문에 피곤한 월요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오후가 여유로웠다.

한동안 잠 드는 것이 많이 힘들었는데....


오랜만에.....정말 한참 만에 한 번도 깨지 않고 깊은 잠 속으로 푸우~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