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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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그 화려한 색에 숨은 애닲은 사연.

헬로우 럭키 찬! 2011. 7. 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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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도심의 주택 담장에서도 종종 눈에 띄는 능소화.

처음 꽃 이름을 알았던 것은, 몇 년 전 전체 직원의 나들이로 해남 땅끝마을 다녀오다 들른 윤동주님 생가에서였다. 그 당시 동료를 통해 전해들은 얘기는 여염집 담장 안에 능소화를 키우면 여자들이 바람나서 집을 나간다던가..ㅎㅎ

뭐, 회자되고 있는 어떤 연유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기억에서는 사라진지 오래고.

 

더 타고 오를 곳이 없어 담을 넘어버린 능소화. 생명이 다 하기 전까지는 님을 만날 수 있으려나.

 

능소화...

한문으로는 능가할(or 깔보다,범하다,침범하다) 능(凌), 밤(or 야간,작다,닮다) 소(宵).

소(宵)는 또한 집안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며 집안을 넘어, 즉 담장을 넘어 피는 꽃이라는 말이란다.

뒤져 본 꽃말은...그리움, 자존심, 여성, 영광, 명예 등..

각각의 단어를 한꺼번에 섞어 버무려도 멋지게 맞아떨어지는 이야기 하나쯤은 만들어 질 것 같다. 산과 들의 작은 야생화 하나에도 꽃말이 있다는데, 오랫동안 구전되어 오는 많은 사연들을 그 꽃 속에 담아 늘 우리 곁에 함께 할 수 있게 해 준 옛 사람들의 정겨운 마음이 새삼 그립다.

 

볼수록 화려한 색이다. 색 그 자체로 팜므파탈.

 

능소화에 담은 사연의 주인공은 ‘소화’라는 궁녀란다.

빼어난 미모 덕분에 임금의 총애를 받아 빈의 자리까지 올랐으나 시기하는 세력에 의해 구중궁궐에 갇힌 채 누구도 찾지 않는 곤고한 처지가 되어버린 여자.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 눈물, 그리고 죽음....재회를 꿈꾸며 서성이다 죽어 간 그 자리에는 절절한 해후의 원이 담긴 꽃이 피었다고.

다시 한 번 팜므파탈을 꿈꾸듯 화려한 주홍빛으로 되살아난 그녀의 그리움이 담긴 꽃, 능소화.

오늘도 의지할 무엇인가를 타고 올라 담장 넘어 먼발치의 님을 향해 서러운 몸짓으로 하늘거리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양반집 안마당에서만 키울 수 있어, 평민이 재배했다가는 당장 양반 능멸죄로 치도곤을 당하기도 했다는 능소화의 또 다른 이름 `양반꽃`.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계급 떼면 보여줄 거 하나 없는 열등족들이란...

또 하나, 옛날 선비들이 과거에서 장원급제 했을 때 썼던 모자를 장식함으로 붙여진 ‘어사화’라는 이름도 있다.

 

능소화의 꽃가루가 묻은 손으로 눈을 비비면 장님이 된다는 조금 섬뜩한 속설도 있는데 사실은 현미경으로 본 꽃가루의 모양이 갈고리처럼 생겼기 때문에 자칫 망막에 손상을 줄 수 있어 나온 말이다.

여름 한 철 잠시 피었다 아쉬운 듯 고운 빛과 자태를 그대로 간직한 채 눈물처럼 뚝뚝 떨어져 내리는 능소화......소화의 지치지 않는 기다림이 보이는 것 같아서 괜시리 가슴이 서늘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