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2021년, happy ever after

나아가자 나아가 승리의 길로? 오늘의 엄광산

헬로우 럭키 찬! 2021. 6. 23. 09:35
728x90

6월 22일(화)

호국보훈의 달을 의식한 것이겠다.

올레 TV에 편성된 영화들도 전쟁과 전쟁의 상흔으로 고통받는 세대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자주 눈에 띈다.

 

개인적으로 디테일한 묘사에 쉽게 몰입되는 편이라 무거운 주제의 예술 작품들이 주는 여운을 그닥 반기지 않기 때문에 영화 역시 이슈가 된 후에야 겨우 일별하는 정도이다.

 

일제의 만행에 항거한 우리 선조들의 일화나 6.25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특히 그렇다.

광복 후 76년, 민족 전쟁 후 71년......가슴 아프게도 역사에 해피한 엔딩은 없고, 상처투성이 역사는 고스란히 민초들의 몫으로 남아 또다시 후대로 이어질 터이다.

 

오매불망 국가에 대한 기대나 희망은 개가 먹어치운 지 이미 오래, 그렇게 역사는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 지구가 수명이 다할 때까지 무한 반복 되겠지.

 

♤ 응축된 고통, 케테 콜비츠의 진혼곡

그녀는 1, 2차 세계대전에서 아들과 손자를 각각 잃었다.

피에타
전쟁터
죽은 아이를 안은 여인

♬♪♩ 나아가자 나아가 승리의 길로

오륙십년대에 불렸던 노래 ‘승리의 노래’ 끝부분이다.

‘무찌르자 오랑캐 몇백만이냐’로 시작되는.

아, 뭐니 뜬금없이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나. ㅎ

나아가자 나아가 엄광산 나들길로.

채널 돌려 보기 하다 여러모로 마음이 심란해져서 집을 나섰다.

 

‘늘 같은 길을 걸어도 밟고 지나가는 곳은 매일 다르다. 늘 같은 길이라도 경치는 늘 변한다. 변화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공각기동대로 잘 알려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2010년 개봉작 ’스카이 크롤러‘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유이치가 남긴 독백이다.

 

2주 만에 찾은 엄광산 나들길.

늘 같은 길이지만 갈 때마다 매일 다른 느낌이란 유이치의 말은 옳다.

그새 흐드러진 개망초가 길을 넘보고 있다.

 

나라를 망하게 한 꽃 개망초.?ㅎ

북아메리카 원산지다.

어떤 이는 ’계란꽃‘이라고도 한다.

듣고 나서 들여다보니 계란 프라이 같긴 하네.

 

망초는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철도가 건설될 때 사용되는 철도 침목을 미국에서 수입해 올 때 함께 묻어 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철도가 놓인 곳을 따라 흰색 꽃이 핀 것을 보고 일본이 조선을 망하게 하려고 이 꽃의 씨를 뿌렸다 하여 망국초라고 불렀고 다시 망초로 부르게 되었다. 그 후 망초보다 더 예쁜 꽃이 나타났는데 망초보다 더 나쁜 꽃이라 하여 개망초라고 불렀다.[다음 백과에서 펌]

 

천덕꾸러기 목숨은 더 질기다더니만 생태계 교란종으로 알려진 큰금계국 옆에서도 자리 보존하며 가장 튼실하게 버티는 놈이다. ㅎ

 

작년엔 왜 뭇 봤을까.

백병원 방향 엄광산 임도 주변은 온통 노루오줌꽃 군락지다.

이름과는 달리 보슬보슬 참하기만 하다.

 

전망대에서

큰금계국과 개망초는 어딜가나 섞여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그러고 보니 수국철이구나.

지난번 내려다본 그 길 양옆으로 수국이 한창 꽃잎을 터뜨리고 있다.

참 예쁜 청보라색으로.

 

철 지나기 전 수국에 빠져 유영하고 싶다.

사람 적은 수국밭.

종종 쉬어 가는 곳.^^

 

거의 다 내려오면 따악 한 사람만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길이 보인다.

어디로 이어지는 길일까 궁금했지만, 지금은 이런 숲길로 들어서는 게 살짝 겁이 나서...뱀.....^^;;

몸속의 조리개를 열어놓고

숲으로 가는 날은

나와 숲이 만나 몸을 푸는 날이다

위로받고 싶은 날엔 숲으로 간다

 

최금녀 숲의 가슴에 안겨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