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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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2022년, hrer and now

깜딱!!! 백양산 애진봉 철쭉

헬로우 럭키 찬! 2022. 5. 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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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토)

애초에 백양산 가려고 나섰던 건 아니었고.

한 주의 대부분을 진해와 서울을 돌며 먹방만 찍어댔더니 배둘레햄 무게가 발바닥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와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서둘러 백팩부터 짊어졌던 거였다.

뭐, 발길 닫는 대로.

어제 내린 비에 산은 아직 젖어 있을 텐데.....여전히 궂은 하늘을 미심쩍어하며 걷던 중에 선암사행 버스를 발견했고, 정말로 아무 생각 없이 냉큼 올라탔더랬지.

이것이 오늘 화려한 외출의 전조였던 거시다.

생각해보니 누군가가 내 등짝을 떠밀어 준 것 같기도....^^

 

얼마 전 천주산 철쭉에나 빠져 볼까 하여 시도했다가 시간과 교통편이 여의치 않아 포기했더니만, 오늘 그 바람이 백양산 애진봉에서 이루어졌다.

 

20여 년 전 가을 산행에서 간간이 고개 흔들어주던 구절초와 쑥부쟁이의 기억이 전부였는데, 지척에 전국의 철쭉 명산 부럽지 않은 애진봉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네.

그것도 부산진구 구민이면서.^^

선암사 들러 백양산 임도로...

그러고 보니 다음 주가 사월초파일.

선암사 경내와 주변은 온통 연등이 주렁주렁 열렸다.

어수선한 선암사 입구. 상징문주 건립 공사 중이다.
명부전

 

임도를 염두에 두고 걷다가 처음 보는 샛길 발견.

잠시 망설이다 먼저 들어서는 몇 사람의 뒤를 바투 붙어 올랐더니 애진봉 가까운 임도가 나왔다.

 

선암사에서 이 갈맷길의 끝에 있는 임도까지 40분.

아마도 처음부터 임도에서 시작했다면 아직도 저 아래를 해메고 있었을 것 같다.

지름길이라 경사가 만만찮았지만 오랜만의 빡센 걸음이 오히려 개운했다.

 

흐린 날씨임에도 시계가 꽤 나오는 편이어서 제법 멋진 경관을 담을 수 있었고.

 

숲 속 너와 원두막이라고 적혀 있다.
동천의 발원지는 이렇게 작은 물줄기로 시작되었다. 뭔가 엄청난 발견을 한 같아 감개무량함까지...^^  강은, 물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부동의 생명줄이므로.

 

오호, 아직도 철쭉이 화려하네.....라고 생각했으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는 거!

 

 

선암사행 버스에 올랐을 때만 해도 철쭉은 생각에 넣지도 않았건만, 이런 장관을 보여주기 위해 아침부터 나의 무의식은 그렇게 분주히 움직였던 거구나.

기왕 백양산으로 들어선 거, 오랜만에 길 따라 애진봉이나 찍고 오자 했던 것이 생각지도 않은 놀라운 풍경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 정도면 거의 로또각이다.^^

모두 낙화가 된 줄 알았던 철쭉의 향연, 우째 이런 풍경이 아직도!!

 

 

애진봉에서 백양터널 방향으로 길을 잡고 한 번 더 짧게 올라서면 북구와 강서구가 조망된다.

애진봉 왼쪽은 성지곡 수원지 방향의 임도

 

 

백양산 바로 아래 아파트에 거주하시며 산을 5천여 번이나 올랐다는 이분.

어느 날은 하루에 두 번도 오르셨단다.

산불 지킴이분들이나 (아마도)산에서 안면 튼 분들과 마주칠 때마다 스스럼없이 안부를 주고받는 걸 보니 그럴 만도 했다.

 

지금은 북구에서 마늘보쌈집을 운영 중이시지만 오래 전 사업에 한 번 실패하신 뒤부터 백양산을 찾게 되었다고.

그 덕에 어느 순간 생각이 180도로 바뀌셨단다.

 

친절하게도 애진봉에서부터 이것저것 초문의 유익한 정보도 알려주시며 철쭉을 배경으로 내 사진까지 찍어 주셨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낭에 늘 챙겨 다니시는 듯  보이는 집게로 쓰레기 발견 즉시 비닐 봉투에 주워 담으시더라는 거.

산을 오르면서도 안으로 향하는 생각이 전부였던 나는 ......^^;;

종합해 보면 1남 2녀의 자녀분들도 공군사관학교, 국민은행 서울 본점 등에서 제 밥벌이 잘하고 있다는 것과 그 모든 것은 산에서 깨우친 것을 일상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한 덕분이란 거다.

그러고 보니 하산길에 참 많은 얘기를 들었넴.ㅎㅎ

오행 약수터
아저씨만의 명상의 장소라고 하셨다. 누군가 의자를 들고 가는 바람에 지금은 자물쇠를 채워 놨다고.^^

 

아파트 바로 앞 버스 정류장길을 소상하게 가르쳐 주셔서 부전시장까지 무사 안착.

사 가지고 온 몇 가지 모종을 심어 봤다.

고추, 상추, 방울토마토, 딸아이 좋아하는 쑥갓....하나는 이름 까묵. 아삭이 상추랬나?^^;;

 

‘껍질을 벗겨라’의 미국 작가 조엔 바우어가 그러더라.

‘산은 당신을 마음속 깊은 곳으로 이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