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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 부산 현대미술관에서 을숙도 강변까지

헬로우 럭키 찬! 2022. 6. 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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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금)

인터넷 서핑 중 우연히 한 블로그에 올려진 화사한 그림에 따악 꽂혔다.

핑크 유토피아 화가로 알려진 임수빈의 작품 ‘동행’.

지브리 판타지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와  ‘모노노케 히메’의 모티브를 옮겨 놓은 듯 친숙함이 묻어있는 그녀의 유토피아, 마치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의 혼령 같다.

아....참 따숩기도 하여라.

 

2019년 대구 아트페어에서 첫날 완판되었다는 그녀의 그림은 주머니 털어야 먼지 뿐인 나도 탐욕이 발정날 정도였지.ㅎ

 

이러고 있다가 내친김에 현재 전시되고 있는 그림이 있을까 하여 시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 홈페이지를 기웃거리다 현혹적인 제목을 발견했다.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Exhibition with Little Information)’

국내외 유명 작가부터 신진 작가까지 16명의 작품 88점이 전시 중이며 기간은 7월 17일까지다.

작품의 매체 및 기법과 규격 같은 요소로만 제한하고 작가명, 작품명, 제작 연도, 작가 및 작품 설명 등은 7월 1일 공개 예정이라면서.

 

읭?

오로지 나의 오감만 작동하면 된다는 거?

이런 전대미문의 전시 형태라니!

느무 신선하잖아.^^

 

암튼 전시된 작품으로 예를 들면,

 

대체로 정보에 의존한 감상법이 익숙한 나로서는 작가의 의도나 배경이 철저하게 배제된 작품에서 어떤 상상력이 그와 연동될지 엄청 흥미롭기도 했다.

사실 무수한 정보를 통해 얻은 사전 지식으로 그림 앞에 서면 마치 가스라이팅이라도 당한 듯 어느 순간 나의 의식은 마비되고 타인의 시각만 남는 것 같아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던 경험이 다수였으므로.

 

해서 참여 작가들은 기존의 세계를 또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구현했는지 호기심 두둑히 챙겨 넣고 오늘 현대미술관으로 들어섰다.

 

뭐, 그래도 작품에서 의미나 가치를 찾아내기보다 그저 우두커니 서서 마주하는 그림과 물아일체가 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내겐 최고의 작품일 터.^^;;

영상 작품 전시관.

헤드셋을 장착하면 영상의 BGM을 들을 수 있다.

 

그래서...라고 자꾸 되묻고 싶어지던 작품들.

의도가 느껴지긴 했지만 경박한 나의 시각 밖에서 계속 겉돌기만 했네.ㅎ

일상의 평범한 시각으로 사물을 규정짓는 내게 사유의 확장은 더 이상 무리.^^;;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엉망진창이고 뒤죽박죽인 채로 고요해 질 수 있다.

 

죽은 사람들이 꿈과 현시리에 등장해 말없이 있다 사라질 때, ‘안녕’이라 되뇐다.

 

문명의 찬란함을 본 적 없고, 공기, 토양, 하천, 바다 등이 맛이 가는 걸 본다.

 

부동산과 주식이나 코인 그리고 대출, 종교, 직업, 정치인 따위를 끝까지 멀리하고 싶다.

 

주술적 느낌이 강한 애니메이션 화보 같다.

헐! '귀멸의 칼날' 컷인가 싶어 빠르게 다가섰더니....에도 시대 사무라이의 화려한 부활이 보였넴.ㅎㅎ

재밌다.

이분, 아마도 망가 오타쿠?^^;;

사진 같다. 사진인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풍경.

 

 

모카비.

모카이브 B?

 

이건희 컬렉션에서 본 인공지능 해설 로봇이 요기도 있다.

말하자면 이동 아카이브 같은.

자꾸 다가와서 괜히 무서웠네.ㅎ

 

곁하고 있는 을숙도 문화회관 지나서.....

 

한 푼 줍쇼
안녀어~~~ㅇ^^

 

정오의 햇살에 달궈진 을숙도에 얹혔다.

발가벗고 드러누운 눈부신 강변길.

숲에 가려진 낙동강이지만...... 10명은 족히 수용할 만큼 널찍한 평상에서 나만 떼굴랑.^^

 

딸네 가기 위해 자주 지나다니는 길, 난생 처음 걸어서 을숙도 대교를 건넜다.

역시, 같은 길 다른 풍경.

길은 제 길을 끌고 무심하게

언덕으로 산모퉁이로 사라져가고

나는 따라가다 쑥댓닢 나부끼는 방죽에 주저앉아

넝마져 내리는 몇 마리 철새를 본다

잘 가거라, 언덕 저켠엔

잎새를 떨군 나무들

저마다 갈쿠리 손 뻗어 하늘을 휘젓지만

낡은 해는 턱없이 기울어 서산마루에 걸렸다.

길은 제 길을 지우며 저물어도

어느 길 하나 온전히 그 끝을 알 수 없고

바라보면 저녁 햇살 한 줄기 금빛으로 반짝일 뿐

다만 수면 위에 흔들리는 빈 집일 뿐

 

김명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