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14
청도에 다녀왔습니다_
아침일찍 일어나서_출발 한시간 전에 목적지 정하고_기차편 알아보고_운문사 가는 길 알아보고_
부랴부랴 준비해서 나섰습니다_
책 한 권과,엠피쓰리,카메라 달랑 들고서는
그동안 벼르고 별러왔던 불쑥 떠나는 나 홀로 여행을 시작했답니다_^^
기차역에서 조금 걸어서 버스터미널로 갔습니다_
매표소를 한참 찾았는데_위에 보시는 커피자판기 같은 것을 매표소라고 부른 거였습니다_;;
대략 난감_;;
정직원인지 그냥 어슬렁거리시는 분인지 모를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눈도 어둡고,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시는 어르신들을 대신해서 돈을 받고 표를 뽑아주고 계셨습니다_
뗄감으로 불을 지펴 열을 내는 난로를 오늘 처음 보았답니다_
옹기종기 모여서 버스시간을 기다리는 거였습니다_
"버스 어디서 타요?"
라고 여쭤보니_
저기 계신 분들 거의 모두가 우르르 대답해주시기 시작했습니다_ㅋㅋㅋㅋ
결국 못 알아들었지만 너무도 친절한 그분들이 좋아졌습니다_ㅎㅎ
그렇게 버스를 타고 한 시간 가량 가는 내내 역시 복숭아의 고장이구나 감탄하였습니다_
어디를 봐도 복숭아 나무가 있습니다_
(복숭아 나무 맞겠지요_;;;)
버스에서 내려서 또 삼십분 가량 걸어 올라 갑니다_
추웠지만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아서 걷는 내내 즐거웠습니다_
대웅전을 배경으로 사진 찍었는데_쉽지 않았습니다_
추운데다, 평일이라서 사람이 거의 없었고_
여기는 비구니들만 계시는데 다들 청소하시느라, 밭 일 하시느라 바빠 뵈어서 선뜻 부탁하기가 힘들었습니다_
마침, 같이 버스타고 올라 온 부산에서 오신 아주머니들께 부탁했습니다_
어린애가 혼자 왔냐며 신기하다고 했습니다_;;;
저 소나무는 늘어진 소나무입니다_
인위적인 힘 전혀 없이 늘어진 것이라고 합니다_신기하죠?
운문사 삼층석탑입니다_밑에 건 설명이 없었습니다_;;;;
나중에 찾아봐야 겠습니다_;;;
언제나 여행 끝난 뒤가 더 바빠진답니다_;;;;
역시 사찰은 그 정교함에서 일단 입을 벌려놓습니다_
Plus_아무리 봐도 저는 사진에 소질이 있습니다_
Maybe or maybe not_;
첫번째 사진에 있는 커피잔(ㅋㅋ)같이 생긴 것이 약수입니다_
약수가 유명하다해서 떠 마셨는데_
이가 시려서 좋은 줄 모르겠덥니다_;;;
비구니 한 분이 흘러넘친 물이 얼어있는 것을
망치로 깨어내고 계셨습니다_
방문객들이 혹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하여 애 쓰시는 것 같았는데_
그냥 다짜고짜 꾸벅 인사드리고 돌아섰습니다_
버스를 타고 운문사까지 가던 길도
버스에서 내려 운문사까지 오르던 길도
돌아오던 기차 창 밖의 풍경도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었습니다_
오늘은_좋은하루 였습니다_
매년 이렇게 한 해를 정리하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_
여유는 만드는 자의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_ㅎ(제 말입니다_ㅋ)
핸드폰 벨소리에, 컴퓨터에, 여기저기서 찾는 전화에,
북적대는 사람들에게서 한 걸음 떠나
바람소리뿐인 한적한 길을 혼자 걸으면서 이것저것 많이 생각했는데_
요점이 뭔 줄 아십니까?
편한 팔자는 이렇게 타고 나는구나_하는 거였습니다_ㅋㅋ농담이고요_;;;
이제 곧 사람들에 치이고, 사회라는 괴물에게 흠씬 두드려 맞아가며 살게 될텐데_
제가 또 언제 이런 어쩌면 사치스러울지도 모를 시간을 가져볼까 하는 거였습니다_
춥지 않게, 배고프지 않게, 서럽지 않게 행복하게만 지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_
아무리 생각해도 저만큼 복을 안고 살아 온 사람이 또 없을 것 같습니다_
나를 되돌아 볼 겨를이 용납되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는 훨씬 많을진데,
제게는 그런 시간들이 충분히 주어져왔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도 발전도 없으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_
그래도 단순하게도 저는 매년 12월이면 새해에는 더 나은 내가 될 거라고 마냥 믿어버립니다_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지요_
간절한 바람과, 노력만 있다면 안될 것이 없다고 하셨잖습니까_
우주가 도울 것이고, 나 스스로가 도울 것인데 무엇이 어렵겠냐는 말씀인줄로 압니다_
사는데 욕심도 애살도 없는 제가 안타까우신 거 알고 있습니다_
일 욕심도, 공부 욕심도, 돈 욕심도 없지만_
그래도 제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_
꿈을 잃을까봐 조마조마 하는 저의 두려움이 아직 있다는 것입니다_
저는 조만간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로 돈을 벌 직장에 취직하고,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하고, 건조하게 살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_
일에 대한 자부심도, 뿌듯함도 없이 살아가게 될 지도 모릅니다_
그래서 엄마는 제가 불쌍하게도, 한심하게도 보실지 모릅니다_
그런데 괜찮습니다_
저는 불행하지 않을 거거든요_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가족들이 나를 사랑하고, 내 몸이 멀쩡하고_
정말로 아무리 애를 써도 더는 욕심이 나지 않습니다_
아직 어려서 이런 생각 하신다고 하실지도 모르고,
어쩌면 저 스스로가 나중에 그땐 어렸기 때문에 한가한 소리 했구나 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_
지금은 그저 좋습니다_
다만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을 잊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신합니다_
첫째 소원도, 둘째 소원도, 셋째 소원도_
내 가족과 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서로 안아가며 지금처럼만 사는 것 입니다_
넷째 소원은 벼락부자고, 다섯째 소원은 예뻐지는 겁니다_ㅋㅋㅋㅋㅋ
날씨가 춥습니다_감기조심은 필수요, 미끄럼 조심은 기본이며, 내복은 옵션입니다_ㅋ
조만간 봅시다_아지메_ㅋ
여기까지_말만 번드르하게 잘하는 사기꾼 기질 만땅 딸내미가 끄적였습니다_ㅋㅋ
『인연을 따라 오고 가는 것이니, 막지도 말고 좇지도 말 것이며
내 몸에 대우 없어도 바라지 말고, 일이 지나갔음에 원망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