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I’ll always remember us this way

내가 숨 쉬는 너희가 좋아^^

시간을 따라서..../긴 여정, 창 밖의 풍경

1박 2일의 벌초/엄마 옆에서...

헬로우 럭키 찬! 2012. 9. 2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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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산소 가는 길. 지난 태풍에 나무 하나가 쓰러져 드러누워 있다.

 

옛날에 이 길은 꽃가마 타고

말 탄 님 따라서 시집 가던 길

여기던가 저기던가

복사꽃 곱게 피어 있던 길

한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에 노을이 섧구나

 

옛날에 이 길은 새색시 적에

서방님 따라서 나들이 가던 길

어디선가 저만치서

뻐꾹새 구슬피 울어대던 길

한세상 다하여 돌아가는 길

저무는 하늘가에 노을이 섧구나

********

이미자씨가 불렀던 옛날 드라마 ‘아씨’의 주제곡인데.....

12년 전 구미 선산에 엄마 묻고 돌아오던 길, 라디오에서 하필이면 이 노래가 흘러나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기억이 어제 같다.

보지는 못 했지만 주워 들은 스토리가 울 엄마 일생이었고 노랫말 또한 마지막 가시던 날과 흡사하여

지금도 어쩌다 이 노래가 들리면 그 날의 기억보다 눈물이 먼저 앞을 가린다.

하기사.. 그 당시 남정네들의 마초적 행태나 아녀자들의 고된 시집살이야 대부분 거기서 거기라

한 집만 건너도 비슷한 한을 품고 사는 여인네가 많기는 했다.

하물며 한량끼 유독 넘치는 아부지랑 평생을 같이 한 울 엄마야 오죽 하셨을까.

 

제일 앞이 사촌 동생.  4남 1녀 중 울 아부지가 둘째이고 저 동생은 막내 작은 아부지의 차남이다. 

선산에 모실 곳이 없어 가족 묘지에 막내 작은 아부지가 먼저 들어가셨고 엄마가 그 다음. 

구미에 사는 사촌 동생이 작은 아부지와 엄마 산소를 종종 챙긴다.

가운데가 동생, 그리고 올케.

뇌졸중으로 쓰러져 왼손 하나 밖에 사용할 수 없게 된 엄마 곁을 직장 다니는 우리 대신 10여 년 동안 늘 올케가 지켰다.

아마도 엄마에겐 올케가 더 자식 같았을 거다.

그리고.... 돌아가신 지금까지 12년을 또 한결 같이 저러고^^있다.

 

 

산소 가는 길 주변엔 해마다 이름 모를 들꽃이 잔뜩 핀다. 

소녀처럼 부끄럼을 잘 타서 작은 일에도 곧잘 얼굴을 붉히시던 엄마는

치자꽃이랑 도라지꽃을 참 좋아하셨는데.....

그래도 흐드러진 이 꽃들 보며 좋아라 함박 웃음 짓는 엄마가 보인다.

엄마! 나는 들꽃들이 너무 이뿌다.^^

 

 

 

 

 

 

 

 

 

막내 작은 엄마.  늦게 도착한 우리 대신 사촌 동생과 함께 그 넓은 곳의 절반을 다 깍으셨다.

어릴 때부터 잘 챙겨 주셔서 너무 편해진 작은 엄마.  벌초 때면 작은 집에서 숙식 제공까지  받공^^;;

갈 때는 공들여 가꾸신 푸성귀 까지(그것도 깨끗하게 다듬어서 신문지에 ㅎㅎ) 싸 주신다.

고마워, 작은 엄마.

 

 

드디어 인물 난다. ^^  내일은 또 선산 벌초. 큰 집 오빠 둘, 남동생 둘과 함께. 우리 동생 몸살 나것당.하악

 

대충 끝나 갈 무렵 엄마 곁에서.... 

딸네는 올해 사정이 있어 참석 못 했다. 대신, 우리 시간에 맞춰 산소(북쪽)를 향해 절 두 번 올렸다고.

 

 

제작년에 새로 지은 큰 집.

큰 오빠가 정년  퇴직 한 뒤 큰 엄마, 큰 아부지랑 같이 산다.

그 옆은 원래 있던 집. 그리고 갈 때마다 바뀌는 멍멍이.(큰 아부지가 드신 것 같기도..ㅎㅎㅎㅎ)

 

 

큰 집 바깥 베란다에서 키우는 넓은 잎에 청개구리가......오랫만이다아~~♪♬~~

 

 

다음 날 선산까지 벌초 다 끝내고 큰집 막내 동생 집에 모였다. 큰 오빠 빼고.

여기도 작년에 완공된 집. 작은 집 두어 채는 더 들어서도 될 것 같은 넓은 마당이 제일 좋다.

옛날엔 사촌 올케들도 다 모여서 분위기가 나름 화기애애 했는데.....

재산 문제, 어른 모시는 문제 등 형제 끼리의 갈등 이후로...큰 올케는 우울증(2기란다...상태가 많이 나빠 보였다.),

성격 서글서글 좋았던 둘째 올케도 이젠 아예 발길을 끊은 것처럼 보이고,

셋째는 막판에 슬쩍 어울리긴 했지만 뭔가 빼빠 필이 묻어 있고,

넷째는 얼굴에 왠 수심이.....같이 어울리지도 않고 자꾸 뒤로 빠지려는 게 신경이 쓰였다.  

젊은 나이에 자글자글 주름 가득한 얼굴이 안 되어 보였고,,.

세월이 더 흘러 북망산 갈 때쯤엔 모두 어린 시절의 그 마음으로 돌아 갈 수 있으려나? 

마음 한 자락만 비워도 세상의 소중한 것들이 가득 밀려 올텐데....

 

베란다에서 내다 본 막내네 정원. 세련된 정원과는 거리가 멀지만 엄청 내용은 알차다.

최소한 푸성귀는 자급자족이 가능할 것 같다. 옆으로 돌아 뒤 까지...

 

큰 집 4형제가 모두 큰 아부지로부터 물려 받은 재산이  많다.  

근처에서 넓은 마당에 그야말로 저택 수준의 집을 짓고 산다. 

평생 농사만 지으셨던 큰 아부지는 땅 밖에 모르셨는데,

구미에 공단이 들어 선 이후 급작스럽게 시세가 올라버린 땅 덕택에 시쳇말로 '졸부'가 되신 거다. 

하지만 4형제에게 모두 나눠 주시고 정작 본인은 달라지신 게 전혀, 하나도 없으신 분이다.

가끔 생각한다. 스스로의 노동에서 얻어진 것이 아닌, 공짜로 떨어진 재산을 받게 되면 기분이 어떨까?  

그래도 더 받고 싶고, 다른 형제보다 어쨌든 더 많이 가져야 하고.....이렇게 되는..??...모습을 주변에서도 흔히 보긴 했다.

볏집 서로 갖다 놓는 의좋은 형제 이야기는 달나라로 넘긴 지 이미  오래,

오늘 그  형제는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은 재산 때문데 많이 속상해 하며 산다는 슬픈 결말이다. 

우리....ㅎㅎㅎㅎ 울 아부지께 감사드린다. '아부지, 빚만 하앙거 물려 주셔서 감사합니당..'야안돼

그래도 우리 남매, 올케랑 미운 오리새끼 3마리랑  누구보다 풍족하고 살갑게 잘 살아간다.^^

 

'엄마, 끝 까지 지켜 봐 줘요.  엄마가 우리 키우며 말과 행동으로 가르쳐 주신 귀한 재산, 

내 자식에게도 전해주며 남은 세상도 이쁘게 잘 살다 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