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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8일(토)
10여 개월 만에 범내산으로 들어섰다.
한동안, 길이 잘 닦여 있는 데다 집에서 바로 오를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백팩을 짊어지고 나설 때마다 열에 일곱은 이 등산로를 이용해 왔다.
작년 봄쯤이었나.....초입 어드메 제법 큰 뱀이 터를 잡은 것 같다고 웬만하면 스틱으로 양쪽 숲을 휘저으며 다니라는 어느 분의 말씀에 아연실색, 그 후 겨울이 아니면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ㅎ
하긴 편하게 난 길이라도 좁다 보니 양쪽으로 우거진 풀이 늘 섬뜩하던 터였다.ㅜㅜ;;
무엇인가 잔뜩 품어 덮고 있는 음흉한 여름 산보다 보란 듯 오장육부 훤히 드러낸 겨울 산이 훨씬 안전하고 믿을만 하지.^^;;
멧돼지야 멀리서도 보일 만큼 덩치가 커 미리 발견하면 달아날 기회라도 얻지만 뱀은 발견 즉시 사지가 굳어 더 이상의 걸음이 불가능할 정도로 공포스런 존재다.ㅜㅜ;;
슬픔이 끌어 산으로 간다
살 저미는 아픔에 겨워 산도
어디론가 떠날 채비 중이다
바람에 갈무리한
견고한 영혼의 무게를 지니고
거리에서 쫒겨난 햇살과 별빛을 품고
맑은 물소리로 나를 씻어준다
산도 나도 상처는 깊어
서로의 상처에 기대면
내 가슴에도 새겨지는 나이테
아픔이 내게로 가는 길을 연다
나무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누구도 넘보지 않고 육탈한 몸
슬픔을 끌고 따뜻한 겨울잠에 든다
상처만이 푸르게 깨어 있다
정세기 ‘겨울산은 푸른 상처를 지니고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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