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끝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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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따라서..../2021년, happy ever after

쪽동백나무로부터

헬로우 럭키 찬! 2021. 5. 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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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코스를 염두에 두고 나섰다가 도중에 샛길로 들어섰다.

웅천 왜성 오름의 뱀 사진 목격 이후 오솔길에 대한 공포가 도무지 사그라들지 않아 최대한 임도를 고수해 오던 차에 호젓함을 누리고 싶은 속마음을 접지 못하고 결국 객기를 끄집어냈다.

 

길을 막기만 해 봐, 뛰어넘어서라도 전진할 테니.^^;;

나 떨고 있니?

 

그 길에서 만난 화사한 쪽동백나무.

뱀 때문이 아니라 쪽동백의 단아한 아름다움에 멈춰 서 더 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그만 놔 줘, 나 장 보러 가야 해.ㅎ

 

때죽나무와 흡사한 쪽동백나무.

잎이 뾰족한 때죽나무는 꽃 하나하나 저 홀로 흘러내리고, 쪽동백나무는 둥근 잎에 아카시아처럼 꽃대 하나에 십수 개의 꽃이 사이좋게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  요거, 때죽나무

꽃을 떼어내서 보면 쪽동백꽃과 구분하기 힘들다.

엄광산으로 들어서면 이 두 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작년 가야공원 등산로 입구엔 같은 시기에 개화하는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 꿀을 채취하여 현장에서 바로 판매하는 양봉업자가 개화기 내내 상주했다.

 

맛보기 꿀에서 얻은 혀끝의 잔향이 좋기도 했지만 채취하여 내리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던 터라 ’진짜‘에 대한 믿음이 곧추서 선뜻 5만 원 내밀고 한 통 들고 왔더랬지.

확실히 설탕 대신 사용 중인 저렴한 꿀맛과는 달랐다는 거.^^;;

 

쪽동백나무꽃을 보다 그 생각이 나서 역부러 가야공원 쪽으로 내려왔으나, 시기상조인듯 아직 출두^^전이시다.  하긴 햇살 좋은 자리의 나무가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니 절정까지 1주일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석가탄신일 근처인가 사찰마다 오색찬란한 등이 줄지어 대롱대롱.

직장생활하는 동안 기다리며 환호했던 빨간 날도 이제 백수에겐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작년 여름 한철 내내 오르내리면서도 눈여겨 보지 못했던 길. 예쁘다.

 

홈플러스 들러야 하고, 재래시장에서 구입할 것도 있고, 애정하는 다이소에서 텃밭 화분도 장만해야 하고.......^^;;

어깨도 아픈데 끌고 다니는 장바구니를 사용해봐.

꾸역꾸역 배낭에만 쑤셔 넣는 내게 딸아이가 종종 던지는 말이다.

솔깃하면서도 복잡한 시장통에서는 자칫 민폐 되기 일수여서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는데...

 

사실 숄더백이나 핸드백보다 상대적으로 무게감도 없고 양손까지 자유로운 백팩을 선호해 웬만한 물건은 배낭이 터지도록 집어넣는 게 거의 일상이 되어 버리기도 했다.

 

최근 들어 왼쪽 어깨에 눌러앉은 통증이 만만찮아 구입을 고려하던 차에 드뎌 오늘, 파스타소스와 와인의 무게가 과하게 전해져 내친김에 홈플러스 맞은편의 다이소부터 찾아 들어갔다.

 

에게? 넓은 3층 규모의 다이소에 달랑 같은 거 2개?

어쩌겠어, 기왕에 작정한 일..... 선택의 여지 없이 5천 원에 하나 들고 왔다.ㅎ

 

이거.....완전 블랙홀이다.ㅎㅎㅎㅎ

도대체 얼마나 넣으면 가득 차 줄 거니.

 

앞으로 내 어깨를 부탁해.^^;;

 

 

다 갔구나

오늘도 다 갔구나

꿈꾸는 여자의 하루가

바람에 나부끼는 꽃잎처럼

길 없는 길로 가버렸구나

전은행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