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시 해가 비치는 것 같더니 이내 구름이 밀려들었다.
드문드문 푸른 하늘이 보이는 걸 보면 비 올 것 같지는 않고....
기상청에 대한 신뢰를 절반 접고 가벼운 삼단 우산 하나 배낭에 챙겨 넣었다.
어제 왼 종일 적지 않게 비가 쏟아졌으니 지금쯤 계곡은 물소리가 요란할 터, 산으로 가 볼까....하다 문득 얼마 전 찐재미에 감동 터진 광역전철이 떠올라서 부전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종착지인 일광역까지 찍어 보자.
역시 러시아워는 피해 줘야지.
지난번과 같은 9시 50분발 전철에 올랐다.
시발역인 부전에서 동해 바다가 바로 보이는 종착역 일광까지 40분.
평일 출,퇴근 시간만 피하면 세상 빠르고 편하게 이웃집 들르듯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어 참말 좋다.^^
잔잔한 바다 같은 물결 무늬 모래사장과 올라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숲 깊은 뒷산, 그사이에 비집고 들어선 야트막한 어촌의 집들.....이곳에 터 잡고 살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인구는 줄어드는데 마천루는 끝없이 자연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래의 후손들에게서 빌려 쓰고 있는 지구를 홀대하면 그 끝은 어쩌면 아틀란티스일지도 모른다.
기우로 치부하기엔 자연의 역습에 따른 지구촌 곳곳의 신음 소리가 잦아서.
일광 도착 후의 하늘.
구름이 예쁘니 풍경 또한 예사롭지 않더라지.^^
해서 마구 쓸어 담았다.
가까운 기장의 어린이집에서 나들이 나왔단다.
물 만난 요놈들 난리났다.^^
‘깊은 데 들어가면 안 되요오~~~’
쌤의 외침은 당연히 귀 뚫고 지나가 버렸지.^^;;
풍덩 풍덩, 몇 녀석은 온 몸이 다 젖었다.
모래투성이 소금물....저 많은 아가들의 뒷감당을 어찌 할거나.ㅠㅠ;;
그래도 하늘이, 구름이................
학리에서 길은 끝났다.
송정까지 이어진 길이 있을 줄 알았는데.... ‘길 없음’ 입석 앞에서 망연자실.
양쪽의 두 길은 동네 입구에서 만난다.
학리에서 본 일광 해수욕장 쪽
오른쪽은 학리 등대쪽, 수평선 쪽 흐리게 보이는 산은 고리 원자력 방향
학?
학이 많아서 학리 마을이랬는데.....
이 두 마리의 학이 만들어 내는 오후의 평화가 너무 좋다.
도무지 익숙해 지지않는 마천루의 행렬이다.
꿈틀꿈틀 조금씩 자라고 있는 생명체처럼 보여서 일순 섬뜩!ㅜㅜ;;
'길 없음' 표지석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에 골목으로 들어서 마을 한 바퀴.
아직 농사지을 터는 조금 남아있다.
모래 위에 올라서 바다를 향하고 있는 갯메꽃.
오지 않는 님을 기다리는 능소화의 애틋함이 겹쳐진다.
손에 닿지 않는 하늘이 탐나서 자꾸 찍어댔다.^^;;
그사이 아가들이 사라진 배 형상 전망대 주변은 적요하기 그지 없다.
세월 지난 어느 날 기억될 이 풍경 속에는 늘 오늘 본 그 아가들이 놀고 있을 것 같다.^^
건강하고, 건강하고, 또 건강하고, 그리고 아름답게 커 주렴.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꽃밭이 내 집이었지.
내가 강아지처럼 가앙가앙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때
마당이 내 집이었지.
내가 송아지처럼 겅중겅중 뛰어다녔을 때
푸른 들판이 내 집이었지.
내가 잠자리처럼 은빛 날개를 가졌을 때
파란 하늘이 내 집이었지
내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내 집은 많았지.
나를 키워 준 집은 차암 많았지.
이준관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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